안녕하세요, 친구 여러분. 수지입니다.
두 달 전인가 올 7월은 3일 빼고는 전부 비가 올 거라던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웬걸, 3일만 빼고 비가 내린 건 아니지만 정말 올해 7월은 기록적인 비가 내렸습니다. 본가가 있는 청주에는 폭우로 오송에서 재해사고가 일어나기도 했고요. 작년 8월에 저녁 내 폭우가 쏟아져 서울 전체가 물에 잠겨버린 날이 이제는 빈번하게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린 7월, 여러분은 안녕하셨나요?
개인적으로는 이슈가 많은 한 달이었지만, 저는 안녕했습니다.
https://brunch.co.kr/@suuuuuuzy/49
지난달 편지에는 '수지가 여름을 나는 법'에 대해서 썼습니다. 저의 여름 나기 음식인 '콩국수'에 빠져서 회사 근처에 근사한 콩국수 집을 가장 가고 싶던 분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시내 2 대장이라고 불리던 곳을 과연 이길 수 있을지! 아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6월의 편지를 발송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여름 나기 방법에 대해 묻기도 했습니다. 계곡 가서 발 담근다는 분, 빙수집 도장 깨기를 한다는 분, 집에서 선풍기 쐬며 수박을 썰어먹는다는 분 등등 다양한 답변이 왔습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답변은...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흑.)
1월부터 7월까지 근무하던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나서 17일부터는 새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같은 삼성동 내에 심지어 바로 옆 건물에 있는 곳으로 옮기게 되어서 거기서 거기다 싶지만 공유오피스 매니저에게 지점을 옮기는 일은 꽤나 큰 일이랍니다. 허허. 처음엔 이제야 완전히 일이 손에 익어서 내 지점이 되었다 싶었는데 옮기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이동한 지점에서의 근무가 곧바로 기대가 되었고요. 이주차인 지금은 R&R 분배가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어 익숙한 듯 아닌 듯 근무하고 있습니다.
같은 팀이지만 함께 일하기로는 처음인 두 명의 멤버분들과 팀워크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하반기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요? 하모니를 잘 이뤄가면서 하반기 끝에는 공헌이익률 우상향 그래프를 잘 그려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름에 만나'라는 카톡방이 있습니다. 헬씨걸 수지, 산책자 태환 그리고 보따리스트 소연. 여름과 잘 어울리는 셋의 모임 방입니다. 7월 중순에는 이 셋과 만나 여의도를 거닐었습니다.
여의도에서 마포대교를 건너 마포역 스타벅스에서 태환이 하던 말에서 이번달의 단어를 따왔습니다. "수지는 어느 순간 임계치가 오는데, 딱 나만 아는 그 수지의 임계치 넘어가는 표정이 있어. 수지가 관심 없는 이야기를 딥하게 하면 그 표정이 있는데 그래도 계속 잘 들어줘." 대략 이런 말이었습니다. 임계치 넘어가는 표정을 지어도 좋다는 이야기겠죠. (저는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한 단어가 바로 임계치인데요. 이 단어의 뜻을 알고 계신가요?
한글 뜻은 이러하니 한계치랑 비슷하게 바꾸어 쓸 수도 있겠죠. 제가 이 날 들었던 생각은,
1. 나는 무슨 이야기에 임계치가 올까?
2. 표정을 들켜도 상관없군.
이었는데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아무리 감추어도 저를 안다는 거예요. 애초에 숨길 수가 없죠. 그런데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다는 게 킬포. 이 날 저는 들켜도 괜찮다는 생각에 꽤나 자유의 감각을 느꼈습니다. 아, 그나저나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에 임계치가 오시나요?
7월에만 3번의 콩국수를 먹었습니다. 밀가루를 끊었어도 면은 싫어해도 콩국수는 맛있는 아이러니.. 그리고 두 번의 도전 끝에 선릉역에 있는 피양콩 할마니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 집, 굉장히 유명한 집입니다. 미슐랭을 몇 년 연속으로 받았는지 입구에 들어서면 빨간딱지가 매우 화려합니다. 콩집이니까 콩국수는 맛있을 수밖에 없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7월 초 어느 저녁에 방문을 했을 땐 이미 콩국수는 솔드아웃. 실패의 경험을 딛고 점심시간에 방문을 했습니다. 아니 삼성, 선릉역 직장인들 다 콩국수 먹으러 오나요? 뙤약볕에 30분 웨이팅 하고 먹었습니다만.... 아, 맛있었네요...ㅎ 일단 비지찌개를 팔아서인지 밑반찬 라인업이 진주집, 진주회관과는 다르게 다양했고요. 이 집 콩국은 기본간이 되어있지 않아 꼭 소금을 쳐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면이 엄청 쫄깃합니다. 그렇지만 제 마음속 1순위인 여의도 진주집을 이길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회사 근처에서 콩국수가 먹고 싶다면 재방문 의사 200%. 올여름 한번 정도 더 가면 좋겠습니다. (14,000원)
친구가 저에게 이번달 컨셉진이 매우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당신에게는 좋은 선배가 있나요?"라는 주제였는데요. 저는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 질문에는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다. 있다고요. 매우 행운입니다. 그래서 이번달 저의 행운은 이 선배를 알게 된 것이고요. 저의 자극은 이렇게 좋은 선배가 되는 것입니다.
좋은 선배가 뭐냐는 질문은 한다면, 저는 제가 까불고 싶은 선배라고 말하고 싶어요. 까불 수 있다는 건 제가 편히 질문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그분은 제가 편히 저의 고민에 대해서 편히 질문할 수 있도록 들어주시고, 질문을 이끌어내주시기도 하고요. 저보다 한참 형님이신데 비슷한 감성으로 이야기 나눌 수도 있고요. 결국엔 새로운 다짐까지 도출하도록 인사이트도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결심했죠. 까불기로요!
저는 그분의 덕담이 기억에 남습니다. "너는 알아서 잘할 애야. 걱정 안 돼."라고요. 이런 든든한 말을 해주는 좋은 선배가 생겼다는 게 참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선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까불어도 되는 선배, 진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 줄 선배,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도 있는 선배. (언니나 누나는 많이 해봤는데 선배는 안 해본 것 같아서요) 이 글을 읽으실 그 좋은 선배 분께서 '아, 뻥튀기 많이 했는데? 나를 잘못 안거 같은데?'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혹시 내 얘기? 인가 싶다면 맞을 거예요. 피양콩 1차 실패 같이 하신 분...^0^
3년 전부터 양말장수의 꿈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생에 치여 잠시 접어둔 그 꿈... 에 불을 지핀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90년대생 여성창업가들" F&B, 패션, 라이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90년대생 여성창업가들의 창업 스토리를 다룬 인터뷰집입니다. 코즈모폴리턴 편집부에서 처음으로 낸 단행본이기도 하고요. 어떤 정보를 얻거나 인사이트를 얻을 때 가장 빠른 인프라는 결국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현업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듣긴 어려우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자로 인터뷰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평소 인터뷰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이번 책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회사원의 끝은 결국 창업인가?"라는 말을 하잖아요. 저도 결국엔 언젠가는 브랜드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도 그게 대체 언제일지는 모르기 때문에 '늘 생각'에 그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창업이란 '그냥'하는 거더라고요. 막무가내로 하는 거. 이 책에는 그런 막무가내 창업스토리부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정보까지 더해져 ‘그냥'에 힘을 실어줍니다. 이대로 있을 수 없게 되었어요. 뭐라도 하겠습니다.
9월에 저희 교회에서 진행하는 전교인 수련회의 기획운영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총괄'이나 '팀장'같은 표현이 너무 낯부끄러운데 실제 하는 일이 그렇습니다. 300명 규모의 어린 영유아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규모의 수련회인지라 부담감이 상당합니다. 첫 번째로는 얼마 남지 않은 일정에 준비가 빠듯하고 두 번째로는 본업이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후.
저의 시작하는 마음가짐은 이러합니다.
1. 나는 절대 이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는 케파 (capacity, 생산능력)가 안된다
2. 변수와 소통의 어려움은 반드시 발생한다 대신에 나중에 반드시 기쁨이 있다
3. 그렇기 때문에 더 의지하자
저는 이걸 시작하면서 올여름은 삭제될 거라고 덜컥 겁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여름은 삭제되지 않을 거예요. 이 스토리로 기억될 거예요. 24명의 수련회 기획팀을 꾸려서 킥오프를 한지는 2주 정도가 지났고, 각 부서별로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여하는 모든 인원에게 지혜와 기쁨이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늘 누군가에게 마음 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아무리 아이스브레이킹에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거고. 마음 여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최근에 알게 된 점은 그런 저도 마음 여는 사람은 특징이 있더라는 거예요. 저를 조잘대게 한다는 거죠. 그 사람에겐 안심하고 말할 수 있다는 거죠. 7월에도 제 곁을 지켜준 안심휴먼 넷이 있었습니다. 집에 그냥 들어가기 싫은 날에 연락하면 오라고 하는 언니를 만났을 때, 퇴사한 동료와 도시락을 까먹을 때, 퇴근길 안전귀가 메이트와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길목에서 조잘조잘. 그리고 이 안심휴먼들은 저에게 잘 조잘대기도 합니다. 안심할 수 있다는 거겠지요. 좋아요. 조잘대게 하는 사람. (무려 넷이나 있었다니!)
8월은 정말 순식간일 것 같습니다. 지점에 적응해서 "네 꿈을 펼쳐라"를 할 무렵이고요. 수련회 준비도 막바지에 가할 테니까요. 9월에 있을 해외여행 준비도 해야 하고요. 이번 여름은 이렇게 보내기로 결심을 했으니 포기하지 않고 (포기할 수도 없고, 중도하차도 안됩니다!) 킵 고잉 해보겠습니다. 소진되지 않도록 틈틈이 편한 사람들과 쉬기도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건강도 챙기면서 잘 지내겠죠. (벌써 욕심이 많네..ㅎ) 눈 깜빡하면 제가 또 8월의 편지를 쓰고 있지 않을까요?
7월의 언어로 소개할까 했던 말을 이번달 마무리로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금옥이 했던 말입니다.
"안 되면 안 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안될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요즘 그림과 사랑에 빠진 금옥이 그린 멋진 나무에 "넉넉한 나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넉넉한 마음이란 딱 저런 마음인데 그 나무가 딱 그래 보였거든요. 정말 그래요. 안 되면 안 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이 말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달 소개할 음악은 제가 정말 사랑하는 곡이죠. 콜드플레이의 "Fix you."
상파울루 라이브가 최애 영상인데, 오케스트라 커버곡도 있더라고요.
특별히 음악 선물 2개 드립니다.
23.07.24
오랜만에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