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늘 감동한 일이 있었는가.
<오늘 감동한 일이 있었는가.> 류시화, 그의 글 속에는 앙드레 지드의 ‘풀벌레 하나, 꽃 한 송이, 저녁노을, 사소한 기쁨과 성취에도 놀라워하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는 문장이 인용되어 있었다. 가장 가난한 사람은 공감하고 감동하는 능력을 상실한 사람이라고. 그림을 보며 감동한 적 없는 사람, 시를 읽으며 마음에 파문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 중에 유난히 감탄을 잘 하는 사람이 있다. 같이 다니면 별일이 아님에도 그녀는 탄성을 지른다. 화사한 봄날의 꽃 한 송이라도, 찬란한 가을날의 낙엽 하나에도 그녀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빛이 어려 있다. 사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다가도 그녀의 반응에 나는 나 자신이 얼마나 무미건조한 사람인가를 깨닫는 것이다.
반면 내가 하는 감탄은 그녀와는 달리 조용하다. 예를 들어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났을 때의 그 절묘함이란. 내게 와 닿는 문장들은 때로는 겨울 같은 마음을 봄날로 변화시킨다. 그것은 무너진 삶의 균형을 되찾는데도 도움이 된다. 세상의 잡담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척도로 온전해지고 싶을 때 책속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책에 한번 빠지면 탄력을 받아 한동안 현실을 잊게 된다.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에게 맹렬히 몰입하게 되는 것처럼 쉽게 멈출 수 없는 공과 같다. 누군가를 통해, 무엇인가에 의해 나라는 존재 지평을 넘어서는 일과 유사하다.
무엇보다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먹먹한 무력함을 느낄 때, 특히 세차게 퍼붓는 폭우를 볼 때, 먹구름 사이 노을빛을 받은 다채로운 색들의 구름을 볼 때 감탄은 절정에 이른다.
감탄을 한다는 것은 감성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무심한 나를 세상에 반응하는 나로 일깨우면서 때로는 지루한 일상에 촉촉한 윤기를 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