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 나를 말해줘

우리가 VONVON에 열광하는 이유

by 레이니아

필자는 블로그 포스팅의 확산을 목적으로 자그마한 페이지(링크)를 운영하고 있다. 아니, 실제로는 이 글이 올라갈 브런치보다는 크다 하겠다. 적어도 좋아요가 20여 개나 있으니 말이다. 이와는 별도로 개인 SNS도 물론 있다. 활동을 주로 하진 않는다. SNS에 기록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시절도 있었으나, 지금은 일정 시간마다 SNS에 올린 글을 모두 지워버리고 있다.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는데,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다 보면 유독 눈이 밟히는 서비스가 VONVON이라는 서비스다. 어찌 보면 굉장히 시답지 않은 콘텐츠가 가득한데, 주변에서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서비스라서 좀 놀랍다. 당장 필자 역시 몇 번인가 사용해봤으니 무어라 탓할 건 아니다. 문득 이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드는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우리는 왜 VONVON에 열광하는가?

일단 정의해보자. VONVON은 무슨 서비스인가? 쉽게 말해 간단한 질문을 토대로 참여자를 어떤 유형으로 구분 짓고, 이를 SNS상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2015-07-26_23-53-03.png 그건 그렇고 결과 한 번...(...)

개중에는 사용자의 프로필이나 친구를 대상으로 한 문제도 있어 페이스북 권한을 요청하기도 한다. 대개의 질문은 심심풀이의 시답잖은 질문이 대부분이며, 단순히 이름만 집어넣으면 결과를 볼 수 있는 단순형이 있는가 하면, 일정한 산택지를 선택한 다음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형태(이제부터 이를 선택형이라 부르자)도 있다.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은 매우 짧아, 평균 3분 내외로 자신의 SNS에 결과를 공유할 수 있다.


2015-07-26_23-53-43.png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할 수 있다.


어찌 보면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플래시 기반의 성격 테스트나 아직도 스크롤해서 내려가야 볼 수 있는 심리 테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방법이 조금 더 세련되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도 이러한 유형의 서비스는 제법 인기 있는 서비스였다. 그럼 이제 질문을 조금 바꿔도 좋겠다. 우리는 왜 '심리 테스트'에 열광하는가?



소속에의 욕구

어딘가 소속되어있다는 욕구는 인간에게 꽤나 중요한 욕구다. 매슬로우(Maslow)는 인간의 욕구는 단선형 구조를 이룬다 하였으며, 생리와 안전 다음으로 중요한 게 소속감이라고 하였다.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이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뻐한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는 앞서 말한 VONVON서비스에서 충족할 수 있다.


2000px-MaslowsHierarchyOfNeeds.svg.png 매슬로우의 욕구의 피라미드, 3단계에 있는 것이 소속에의 욕구다.


이를테면 내 수호성은 무엇이라는 것에서, 나와 다른 사람도 같은 수호성 밑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마치 별자리나 십이지와도 비슷한 느낌인데, 나를 어떠한 분류에 넣고, 이를 확인하며 나의 존재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속감이 지나쳤을 때 발생하는 것 중 하나가 이른바 '물아일체'라고 부르는 것인데,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 물건이 비판을 받으면 자존심이 비판받는 것처럼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나는 물건이 아님에도 물건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자신을 규정하기 때문에, 물건이 비판받으면 자신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2015-07-26_23-55-19.png 쓰는 물건은 그냥 쓰는 물건일 뿐, 종교에 심취할 필요는 없다.


VONVON 사용자는 필연적으로 사전에 결정된 몇 가지 분류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남들이 바라보는 '나'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다만, 그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이 자존심의 상처로 이어지진 않는다. 또한, 같은 카테고리에 속한 사람끼리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VONVON 서비스가 사랑받는 이유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어떤 결과가 나왔느냐'도 중요하지만, 'VONVON 서비스를 사용했는가'역시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말해줘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인 중. 내가 바라보는 나와 남이 바라보는 나의 영향력을 비교하면 후자가 대체로 중요하다고 한다. 내가 '나'라고 하는 것은 내가 날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이 나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VONVON은 끊임없이 '남이 보는 나'를 정의한다. 여기서 비인격체인 VONVON은 일시적으로 남이 되고 VONVON이 설명하는 '나'의 성향은 '남이 보는 나'가 된다.


3707187124_546942ec87_z.jpg Who am I? Flickr - paurian 촬영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남이 보는 나를 통해 나의 정체성을 점검하기 위한 욕구의 표현인데, VONVON은 이를 충실히 수행한다. 더군다나 단순형으로 나온 결과가 아니라 선택형으로 나온 결과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신뢰도가 더 높다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주제가 대부분이며, 선택형의 경우에도 논리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운세와 같은 문항인 경우가 많다. 결국,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신뢰도를 부여하기 어렵다. 신뢰도가 낮은 주제는 맞으면 즐겁고, 맞지 않으면 가볍게 소비하는 이야기이므로 괜찮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유야 어쨌든, 내 이야기를 내게 해준다는 점에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듣고 싶고, 이걸 예쁘게 편집해서 공유할 수 있다는 점. 그로 인해 얻는 소속감. 이 절묘한 요소의 만남이 과거 심리테스트에서부터 VONVON과 같은 서비스로 이어졌으리라 본다.


특히 VONVON 질문지의 '얕음'이 가벼운 흥미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서비스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또 어떤 형태의 유사한 서비스가 생길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서비스는 계속 생길 것이며, 큰 틀에서는 상술한 요소가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출처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 이미지 : https://en.wikipedia.org/wiki/Maslow%27s_hierarchy_of_needs

Who am I? 이미지 : https://www.flickr.com/photos/paurian/3707187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