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손 Jul 18. 2024

제니와 재스민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Be Sure to Wear Flowers in Your Hair“

”Be Sure to Wear Flowers in Your Hair“


비루한 취향이라 손가락질해도 할말없지만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20번 이상 본 사람으로서 영화 음악으로 샌프란시스코란 도시를 처음 접했을때부터 나는 맹목적으로 이 도시를 사랑했다. 주인공의 유년기 속 무대는 앨라바마지만, 시종일관 주인공의 애를 태우는 제멋대로 노답 히피 제니 캐릭터는 샌프란시스코 그 자체였다. 샌프란시스코는 머리에 꽃을 쓴 채 거친 해풍을 향유해야하는, 역경과 자유가 혼재해서 더 아름다운 그런 도시로 보였다.


영화 <블루 재스민>에서 상류 사회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재스민에게 시종일관 자유분방한 도발을 가한 도시도 바로 샌프란시스코였다. 미국 영화에 집착하는 선택적 사대주의자인 나는 어쩌면 이 나라에 너무 큰 환상을 품고 있던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숙소에 짐을 풀고 골든게이트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직감했다. 이곳에서 그동안 품은 기대 이상의 것을 경험할 것 같다고.


“샌프란시스코는 딱히 볼 건 없대.” “팬데믹 이후 홈리스랑 마약 중독자들이 기승이라 엄청 위험하다던데.“ 주변의 조언과 걱정을 딛고 택한 샌프란시스코행은 완벽한 선택이었다. 굽이굽이 언덕길에 펼쳐진 빅토리아풍의 주택과 푸른 바다, 귀여운 소리를 내며 우는 바다사자. 그리고 도시 곳곳에 걸린 무지개 깃발들. 내가 꿈꾸고 동경했던 도시는 재스민처럼 우아했고 동시에 제니처럼 예측 불가능했다. (길에서 홈리스가 갑툭튀했으니) 케이블카를 타다가 알카트라즈라도 보이면 신이 나서 사진을 찍어댔다. 동행한 다연이는 왜 이 언니가 저리도 감옥에 집착하나 싶었을거다. (그건 <더록>을 한 다섯번 봤기 때문이다. 취향 구리다해도 할말 없다.)


시내 투어를 하기로 한 날, 짙은 해무가 아주 얄밉게 금문교만 가리고 있어서 걱정이 컸는데 뷰포인트에 도달하자 해무가 귀신처럼 사라졌다. 그 순간 수없이 들었던 그 노래가 머리에서 울렸다. In the streets of san francisco. Gentle people with flowers in their hair. 암막 커튼을 걷고 나를 반기는 금문교와 사랑하는 친구들, 따뜻한 햇살. 동경하던 것이 기대에 미치지 않았을 때의 감정은 보편적으로 다뤄지는 것 같은데, 그 반대의 감정은 어떻게 담아내야 할까. 충만하다는 말 말고는 달리 설명할 도구가 없어서 유감이었다.


-덧. 전망대에서 인생 처음 ‘성중립화장실’을 이용했다. 세면대에서 남녀노소 3대가 다 모여서 손을 씻음. 그마저 샌프란시스코다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