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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play Dec 15. 2023

[부러워만] 했는데요.

나도 하고 있어요, 텀블벅

12월 11일부터 텀블벅을 진행 중이다. 텀블벅은,


1. 개인의 창작물을 소개한 뒤

2. 마음이 동하는 사람들의 후원을 받아

3. 선결제 후제작이 이루어지는 펀딩 사이트다.


휴우, 3줄로 줄였다.

텀블벅을 본격적으로 알게 된 건 글쓰기 수업에서 독립출판 작가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런 감정을 느꼈다.  

부럽다

나는 뭐가 부러웠을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내 인생은 훨씬 바빠졌다. 항해하는 배의 선장은 파도가 일렁여도 곧 중심을 잡아야 하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바다 날씨 앞에 어떤 항해를 할지 끊임없이 선택하고 책임져야 했다. 내 생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생에 개입해야 하는 건 훨씬 복잡하고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최근의 파도는 어린이집 vs 유치원 결정전이었고, 곧 6살이 되는 아이의 보호자로서 깊은 고민을 했었다. 이렇게 크고 작은 파도가 오고 가는 바다 위에서 자주 멀미가 나고 피곤했다.


글쓰기 수업은 일렁거리고 울렁대는 와중에 만난 바다 위 휴게소였다. 그곳에는 나의 꿈을 이미 현실로 만들어 항해 중인 자가 있었다. 배에서 내려 휴게소로 들어가면 잦은 복통과 멀미가 사라졌다. 비로소 고요해졌고 내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쉬고 다시 나의 배에 올라타면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12번의 수업을 통해 확인한 것 중 하나는,

나의 쉼은 글쓰기라는 것  


글을 쓸 때 온전히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나를 위해 시간을 낸 내가 기특했다. 하루 중 작은 파이라도 소중히 챙겨 글을 쓰는 날 칭찬하고 싶었다. 글이 완성되면 팔을 어루만지고 머리를 쓸어줬다. 내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들었다. '잘했네, 잘했어.'


아주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몰랐는데 올해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다.

글쓰기는 쉼이자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쪼개진 시간들을 치열하게 모아 글을 썼다. 소량 독립출판을 했고, 아쉬워서 이번에는 더 잘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래서 텀블벅을 진행 중인데 평소 sns를 하지 않아서 더 홍보할 곳이 없는 게 아쉽다. 부랴부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배워나가고 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즐겁다. 부러움으로 시작해 뭔가를 해내고 있는 것이 좋다.

남의 것을 보고 부러워하는 감정이 세상의 다양한 결심과 성취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만든 무언가를 선보이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어느 배우가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해서 웃음을 주고 공감을 샀다. 며칠 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거 연주님이 쓰신 거예요? 어머어머"


200여 명이 있는 입주민 단카방에서 누군가 내 프로필 사진을 보고 물었다. 기회가 왔다는 생각보다 부끄럽고 갈팡질팡했다. 남들이 봐주길 원하면서도 왠지 조심스러운 모순된 마음이었다. <콧구멍 워밍업>은 나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다. 내 생각, 내 이야기들. 그런데 오며 가며 마주치는 타인들, 한 곳에 사는 '입주민'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런 마음이 발동했다. 소심한 부끄럼쟁이. 후원을 해 주셔서 큰 감동을 받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짧은 대화를 마쳤다.


그날 밤, '돗자리 깔아줬을 때 링크라도 공유할 걸 그랬나, 이 이 크라우드 펀딩 한다는 사람이 뭘 자리를 가리고 그래'라며 자책했지만, 곧 '아니야, 안 그러길 잘했어.' 하고 나를 다독였다. 어쩌면 정신 승리.

대신 입주민 후원자를 위해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열정에 불타올라 밤새 책상 앞에 앉아있을 내 모습이 선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부끄럽지 않으려면.


부러움과 부끄러움은 한 글자 차인데 뜻은 전혀 다르다. 부러움은 가져가고, 부끄러움은 이겨내야지.

나는 오늘도 부끄러움은 밀어내고 부러움을 동력 삼아 달리는 텀블벅 4일 차 초보 창작자다.


저어, 글로 쓰면 덜 부끄러워요. 그러니까 시간 날 때 구경 오세요!

킁킁, 후각 충전 에세이 <콧구멍 워밍업> | 텀블벅 - 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tumblb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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