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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play Mar 25. 2024

독서하다가 딴길로 새서 주절주절

퇴고 없이 쓰는 글1

<비스킷 철학> 79p.

흙은 꽃을 피우지만 꽃에는 바라는 것이 없다.

밑거름이 되어줄 뿐. 꽃잎이 떨어지면 흙은 묵묵히 받아준다.


요즘 읽는 책. 사랑에 대한 정의를 하다가 나온 예시인데 인상적이어서

메모하다가 딴길로 샜습니다. 독서를 내려놓고 쓰기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


비가 내렸다. 꽃잎은 우수수 떨어졌다.

흙은 꽃에게 바라는 것이 없었지만, 꽃잎을 받아내며 참을 수 없이 슬펐다.

사랑이었다.


앙상하게 드러난 가지. 할 수 있다면 흙으로 감싸 안고 싶었다.

얼마 뒤 홀로 버티던 줄기마저 바람에 쓰러졌다.

꽃은(이제 누구도 꽃이라 부르지 않지만) 흙의 품에 온전히 안겼다.

흙은 겨우내 메마른 꽃을 품었다. 제대로 피지 못한 꽃씨 하나와.


비가 내렸다. 오랜만에 따뜻한 비였다. 흙은 꽃씨를 꽉 안아 깨웠다.

머금은 물을 먹이며 이제 위로 올라가 보라고, 볕 좋은 날 안아 올렸다.

흙이 걷치고 꽃씨가 쪼개지며 싹이 텄다. 언젠가 알이 부화하는 걸 봤을 때와 비슷했다.

흙은 어미새가 했던 것처럼 꽃씨를 다독이고 꼭 안았다. 그리고 올려보았다.

다시 초록잎이 피고 지고, 꽃이 폈다.


흙은 처음으로 꽃에게 바라는 것이 생겼다.


"천천히. 천천히 지렴. 오래오래 햇빛을 받고, 비를 맞고 바람을 맞으며

살랑사랑 피어있다가 천천히 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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