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두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모두를 위한 AI

by 음병찬

* 이 글은 AI 전문 뉴스레터 '튜링 포스트 코리아'에 게재한 글의 일부입니다. AI 기술, 스타트업, 산업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시면 '튜링 포스트 코리아' 구독해 주세요.




저와 튜링 포스트 코리아의 멤버들은 ‘AI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 AI는 선(善)을 위한 도구와 힘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게 하려면, 바로 우리들 자신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올바른, 그리고 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


어쩌면, 이제는 초등학생도, 편의점에서 일하시는 분도, 트럭 운전하시는 분도 AI, 생성형 AI에 대해서 들어보셨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AI, 그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우리가 운전하는 자동차에도, 노트북에 설치해 놓은 브라우저에도, 우리가 일하는 중간 중간에도, 학교에도, 주방에도, 지하실에도 AI가 들어와 있습니다.


오픈AI는 이미 수억 명의 사용자가 아주 밀접하게, 매일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만약 오픈AI 측의 발표를 믿는다면, 그 숫자는 약 8억 명 수준까지 올라가구요.


시장조사기관 IDC는 AI 기술이 2030년까지 전 세계 GDP를 기준으로 거의 20조 달러를 더하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 컨설팅기관 PwC는 그보다는 약간 보수적인 15.7조 달러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맞든, 우리 인류는 ‘증기기관’의 발명 이후 ‘가장 큰 생산성의 확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우리 인류는 이제 막 ‘AI Abundance(풍요)’라는 말의 뜻을 직접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죠 - AI가 널리 보급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내가 가진 능력을 한 차원 높게 확장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결국 사회 전반적인 생산성과 삶의 질이 함께 높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정확히 ‘그 지점’에 도달하기에는 갈 길이 멀지만요.


사실, 진짜 이야기는 ‘AI가 벌어다 줄 수조 달러’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수천, 수만,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비단 1년 전만 해도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지금 하고 있다는게 핵심입니다.


그런데, 진짜 이야기는 ‘수조 달러’에 있지 않습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지금은 1년 전만 해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한 공적 담론 지형의 일부에서는, 여전히 ‘붕괴적인 시나리오’를 지배적인 분위기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지난 주에, Ksenia와 저는 Scalepost가 주최한 비공개 줌 콜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세션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은, 인터넷의 선구자 빈트 서프 (Vint Cerf), 철학자 닉 보스트롬 (Nick Bostrom), 작가 월터 아이작슨 (Walter Isaacson), 테크 비저너리 에스더 다이슨 (Esther Dyson), 인지과학자이자 AI 회의론자를 대표하는 게리 마커스 (Gary Marcus), 저널리스트 닉 톰슨 (Nick Thompson), 그리고 이 외에도 공공이나 정책 수립이라는 영역에서 AI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몇몇 인물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의 대화 전반에서 흐른 ‘기류(氣流)’는, 둠스데이,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로 흘렀습니다. ‘공포’가 ‘현실주의’로 포장되고, ‘위험(Risk)’이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처럼 표현되었다고 느꼈습니다.


AI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전 시대와는 달라질 ‘새로운 풍요와 축복’에 대한 이야기는, ‘균형’이라는 차원에서조차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제게는 약간의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지나치게 순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많은 시간을 AI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다루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보냅니다. 이 친구들도, 이 시스템, 이 기술이 얼마나 결함이 많고 동시에 얼마나 강력한지도 잘 알고 있어요.


문제는, 우리가 생각의 틀을 ‘재난적 상황’에만 맞춰서 설계한다면, 상상력이 힘을 발휘할 영역은 작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금은, 그 ‘상상력의 영역’을 어느 때보다도 넓게 열어둘 필요가 있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특별한 순간인 이유


인터넷은 정보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했다고 표현하곤 하죠. 그렇다면, AI는, 능력(Capability)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하는 기술, 그런 도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우리 눈 앞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진짜 변화예요.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것처럼, 그렇게 작게 느껴지는 변화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 자체 – 그리고 살아가는 것 – 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로봇의 하드웨어적인 구조에 대해서 공부하고 하드웨어 디자인을 하는 것

케냐의 농부가 대학 연구소에 있는 연구소자가 하는 수준으로 작물 작황에 대한 진단을 받는 것

방글라데시 다카의 가난한 10대 청소년이 GPT-4와 무료 Colab을 활용해서 물리 시뮬레이션을 만들고, 개인 보조 선생님으로 사용하는 것

우크라이나의 한 여성이 전쟁 지역에 살면서 거대 언어 모델로 6개 언어로 보조금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


이런 것들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인간의 존엄성까지 포함해서, 우리 모두의 삶, 그리고 일의 수준을 계속해서 새롭게 변화시켜주는 겁니다.



모두를 위한 AI를 만들어가기 위해 기억할 몇 가지 키워드


희망의 가속화 (The Acceleration of Hope)


AlphaFold, 단순히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 것을 넘어선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 바로, 생물학이 작동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한 것이죠. 이제 핵융합 실험실에서는, AI를 활용해서 인간의 두뇌로는 안전하게 계산할 수 없는 플라즈마와 극한의 조건을 시뮬레이션하고 있습니다.


� 환경을 위한 선견지명 (Environmental Foresight)


산불의 패턴을 추적하는 것부터, 핵융합 실험을 최적화하는 데까지 — AI는, 말하자면 ‘지구의 신경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약한 신호를 감지하고,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우리가 먼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경고해 줍니다 — 우리가 귀를 쫑긋 기울인다면 말이죠.


⏳ 시간을 되찾는 힘 (Time Compression)


AI는, 우리에게 시간을 돌려줍니다. 그저 개념적인 말이 아닙니다. 수개월 걸리던 연구가 이제는 며칠 만에 가능해졌고, 다섯 번의 진료를 거쳐야 하던 진단이 이제는 단 하나의 프롬프트로 가능합니다. 이건 단지 빠른 게 아니라 — 인간에게 주도권(Agency)이 돌아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생각의 경계를 허무는 다리 (Cognitive Inclusion)


AI는 우리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줍니다. 난독증이 있는 사람에게, 시력을 잃은 사람에게, 정보를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처리하는 사람들에게요. 보이지 않던 것을 설명하고, 말로 하지 못하던 것을 해석해 줍니다.


진짜 개인화된 교육/엔터테인먼트


당신을 이야기 속으로 초대하는 TV 시리즈, 감정 상태에 따라 톤, 속도, 이야기의 흐름까지 조절하는 AI 호스트, 당신의 수면 질과 에너지 레벨을 감지해서 전 세계 뉴스를 당신이 좋아하는 밴드 스타일로 리믹스해 들려주는 아침 뉴스, 당신이 실제로 읽을 만한 콘텐츠로 실시간으로 변형되는 신문, 당신의 관심사와 취향, 스타일 등에 따라서 맞춤화되는 광고판.


이런 세상이 마치 공상에 불과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 보수적으로 봐도, 우리는 지금 일방향 미디어가 쌍방향 인프라로 바뀌기까지 딱 5분 전쯤에 있습니다. 정적인 콘텐츠가 ‘맥락을 인식하는 상호작용’으로 바뀌고, 모든 표면이 ‘의미를 가진 API’가 되는 시대. 아직 그 지점에 도달하진 않았지만 —
이미 땅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런 미래를 앞에 두고, 우울할 이유도, 어둠 속으로 깊이 빠져들 이유도 없습니다. 그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건 뭘까요?


우선, 가장 시급한 일은 단 하나의 무적인 알고리즘을 완성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미리 예측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추상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올바른 마음가짐을 ‘의식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갖는 것입니다.


P(doom) – 파국에 대한 서사는, 우리가 그걸 받아들이고 추종하기 시작하면 자기실현적인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됩니다. 가능성을 탐색하기도 전에, 제한의 프레임부터 만들어버리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눈 감고 낙관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튜링 포스트 코리아에 제가 써 온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 저도 AI와 잘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왔습니다. 대안은 ‘주도권(Agency)’입니다.


AI는 도구입니다.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AI의 진정한 가치는 그 코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지게 될 용기, 창의성,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의 크기와 그 깊이에 따라서 결정될 겁니다.


빈트 서프(Vint Cerf)의 비전, 바로 “인터넷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거였죠. 이건 ‘기술적’인 정의가 아니었어요. 창립의 원칙같은 거였습니다.


우리도 같은 원칙을 가져야 합니다. AI는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그 공통의 기반 위에서, 이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AI라는 기술을 통해서 만들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새로운 ‘제품(Product)’이 아니라 더욱 다재다능하면서도 한 차원 깊이 모두와 연결된, 새로운 ‘인간성(Humanity)’이기 때문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펄스체크: 오픈AI의 ChatGPT Ag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