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음병찬 Oct 30. 2024

아직은 '설익은' 애플 인텔리전스

* 이 글은 AI 전문 뉴스레터 '튜링 포스트 코리아'에 기고한 글의 일부입니다. AI 기술, 스타트업, 산업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시면 '튜링 포스트 코리아' 구독해 주세요.




이번 주에는 저하고 비슷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신 분들이 꽤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


팀 쿡이 X (구 트위터)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를 발표했을 때, 아주 신이 났습니다 - 드디어 새 아이폰을 산 게 정당화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얼른 필요한 업데이트 - iOS 18.1 - 를 다운로드하고, 대기자 명단에 등록을 하고, 약 한 시간 지나니 승인이 되었습니다.


비록 한글은 내년 4월쯤에나 지원된다고 하지만, 일단 영어로라도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용해 볼 수 있으니까요 - 고백하건데, 저는 소위 말하는 ‘앱등이’ 맞습니다 ^.^;


그런데, 제 생각보다는 조금, 아니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어요. 물론 저는 여전히 ‘애플 인텔리전스’가 궁극적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AI를 가까이 하게 해 줄 강력한 기제 (機制)로 작용할 거라고 믿습니다만, 출시 당일 완성도가 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제 아이폰으로 시도해 본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들, 그리고 전반적인 감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실망스러웠던, ‘애플 인텔리전스’가 기대에 못 미쳤던 지점들


      일단, 제가 이야기한 명령어의 절반 정도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당연히 챗GPT처럼 대화가 이루어지지도 않습니다.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인터넷 링크’를 제공해 주는데…그마저도 질문과 별 관련이 없는 경우가 꽤 됩니다.    

      제가 통화하려고 하는 사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제대로 된 수신자에게 이메일을 작성하는 시도도 많이 실패했습니다.    

      카메라로 눈 앞의 물체를 인식하게 하는 방법을 못 찾겠습니다 (이 기능이 있다고는 하는데 말이죠)    

      새로운 이모지를 만드는 방법도 아직 찾지 못했는데요 - 아마 다음 업데이트에 포함될 기능일까요? 아니 그렇다면 왜 웹사이트에서 미리 발표한 건지?    


그래도 잘 작동하는 것으로 보여서 다행이었던 것들


      드디어 ‘통화 녹음’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통화 내용을 메모에 저장하고, 텍스트로 변환해주고, 요약, 재작성 및 기타 텍스트 옵션을 제공합니다 - 이 기능은 이전보다 확실히 편리성을 제공해 주는 것 같습니다.    

      애플 이메일 앱에서 ‘스마트 도구’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같은 경우는 Gmail 앱이 훨씬 편리해서 애플의 이메일 앱은 전혀 사용을 하지 않거든요 - 아마 꽤 많은 분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메일 요약, 답장 작성 같은 기능을 위해서 애플 이메일 앱을 사용해 봐야 할지 고민되지만, 현재로는 그리 강하게 끌리는 상황은 아닙니다.    

      Siri를 호출하면 화면이 환하게 빛나는데, 아주 아름답네요 - 이 느낌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선택한 모든 알림을 요약해주는 기능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다지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 ‘지능적’이라고까지 부를 정도인지는 모르겠어요.    


AI라는 기술을 받아들이고 확산하는 과정에 ‘낙관적인 관점과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동시에 ‘냉정한 현실 인식’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두 차례의 ‘AI 겨울 (AI Winter)’을 겪었는데, 더 이상의 과대 포장, 그 결과로 나타나는 실망을 다시 경험할 필요는 없겠죠.


2022년 말, 챗GPT를 처음 대했을 때가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었다면, 애플 인텔리전스는 - 적어도 현재로는 - 미국의 시트콤 ‘프렌즈’의 한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피비가 조이의 프랑스어 오디션에서 조이를 대신해서 변명하면서, ‘조이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횡설수설하는 장면이요. 피비는 감독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죠 - “C'est mon petit frère. Il est un peu retardé. (얘는 제 남동생인데요. 좀 머리가 모자란 편이예요”


전체적으로는, 현재 기준으로는 아쉬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애플의 저력, 애플 인텔리전스의 발전에 대해서는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지금 겉으로 나타난, 다소 거칠고 성글어 보이는 몇 가지 기능의 이면에서,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애플 생태계의 핵심적인 무기로 벼려내기 위한 여러 가지 연구 개발을 이 시간에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이전에 튜링 포스트 코리아에서 소개한, '애플다운 연구'에 대한 글을 다시 한 번 소개합니다:


이런 게 '애플'다운 연구: 'UI-JEPA', 내 맘대로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다시 한 번, 올해 12월의 업데이트와 함께 애플 인텔리전스가 약간의 설렘, 그리고 꽤 자주 쓸 만한 기능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Meta Reflect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