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커뮤니티를 향한 오픈AI와 앤쓰로픽의 구애
* 이 글은 AI 전문 뉴스레터 '튜링 포스트 코리아'에 게재한 글의 일부입니다. AI 기술, 스타트업, 산업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시면 '튜링 포스트 코리아' 구독해 주세요.
오픈AI의 챗GPT가 단독으로 약 60%, 챗GPT를 백엔드에서 쓰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Copilot까지 합한다면 약 75% 안팎에서 공고하게 ‘생성형 AI 챗봇’ 시장의 리더 자리를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 Gemini, 그리고 Perplexity에 이어 앤쓰로픽의 Claude 정도까지가 ‘유의미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사업자들이 아닐까 하는데요. 범용 AI 챗봇으로 자리잡은 챗GPT와 더불어, 지난 분기 14%라는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AI로 자리잡고 있는 Claude가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자 자신을 둘러싼 AI 연구자와 개발자 커뮤니티를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인 지금, 오픈AI와 앤쓰로픽의 ‘눈에 띄게 다른 선택’이 주목을 끌고 있죠.
지금까지 Claude 3.7은 다른 많은 기능들 중에 특히 ‘코딩’을 위해서는 최고의 도구라고 인정을 받고 있죠. 여기에 LLM의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이자 프로토콜로서 Claude가 제안한 MCP (Model Context Protocol)이 인기를 얻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MCP가 뭐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튜링 포스트 코리아에서도 곧 AI 에이전트 시리즈를 통해서 말씀드리겠지만, Greg Isenberg의 유튜브 채널에 Ras Micky가 나와서 설명한 내용이 간명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한 번 살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아래 그림으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LLM 그 자체는 ‘다음 단어 - 정확히는 토큰 - 를 예측하는 Machine’일 뿐이죠. 이걸 잘 훈련시켜서 질문 답변을 잘 하게 만들어서 엄청난 각광을 받은 게 챗GPT라고 할 수 있겠구요. 그 이후에, 웹 검색, 이메일 연동 등 외부의 도구를 LLM이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API 기반의 접근 방법이 등장하고 있죠.
그런데 이 개별적인 API 기반의 접근은 아무래도 P2P 기반의 통신처럼 점점 복잡해지고 관리 포인트도 증가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쉬우니, 이걸 일종의 표준적인 방법/프로토콜로 통신하고 제어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으로 Claude가 제안한 게 MCP (Model Context Protocol)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 Ras Micky가 이야기한 것처럼, REST API 표준 (정확히는 de facto standard겠지만요) 같은 거라고 하겠습니다.
MCP에 대한 관심이 한창 올라가고 있어서, 마치 이 LLM 기반 통합 (Integration) 어플리케이션 아키텍처의 싸움에서 앤쓰로픽이 초기적이긴 하지만 우위를 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지난 3월 12일, 오픈AI가 OpenAI Agents Platform을 발표하면서 앤쓰로픽과는 또 다른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했습니다 - 앤쓰로픽이 MCP로 ‘개방형 표준화’에 기치를 거는 반면에, 오픈AI는 접근성, 그리고 속도와 효율이라는 관점에 중심을 두고 설계한 (것으로 보이는) ‘End-to-End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앤쓰로픽의 MCP는 ‘구조화된 개방형 접근 방식’을 취하면서 AI 모델을 외부와 연결하는, ‘보편적 표준’을 구성합니다. 근본적인 목표가 ‘유연성’, 그리고 ‘상호 운용성’입니다.
반면에, 오픈AI는 ‘원활한 통합과 작동’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Agents SDK, Responses API, 내장된 검색 및 상태 관리를 갖춘, ‘완전한 툴킷’을 개발자 커뮤니티에 제공하는, 더 즉각적이면서 실용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잠깐 생각해 보면, 애플의 iOS, 그리고 안드로이드 간의 차이처럼 보이기도 해요 - 오픈AI의 OpenAI Agents Platform이 애플 iOS에 해당하고, 앤쓰로픽의 MCP는 안드로이드에 비교되겠죠. 범용 AI 서비스로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오픈AI의 관점에서 나름대로 폐쇄형의, 그러나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구조를 제안하고, 후발주자로서 빠르게 아군을 모아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가려고 하는 앤쓰로픽의 입장을 반영한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I 연구자, 개발자 커뮤니티는 기본적으로 ‘개방형 표준’을 높이 평가하는 성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편리함’과 자체적인 ‘완결성’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어찌보면 개방성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오픈AI가 구성해 놓은, 긴밀하게 통합된 도구들은,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작업의 복잡성을 줄이고, 상태 관리, 도구의 통합, 관찰 가능성 같은 핵심 구성 요소를 단일한 플랫폼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개발자들은 개방형 표준을 높이 평가하지만, 편리함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OpenAI의 긴밀하게 통합된 도구들은 에이전트 구축의 복잡성을 줄이고, 상태 관리, 도구 통합 및 관찰 가능성과 같은 핵심 구성 요소를 단일 플랫폼으로 묶습니다. 처음에는 실험적인 기능들로 시작했지만, 이제 지금 시점에는 안전 장치도 내장되어 있고 추적 및 분석 기능을 갖춘, 더 구조화된 Agents SDK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가지 접근 방식, 개발자 커뮤니티의 관점에서 각각 장단점이 있을 겁니다:
오픈AI 전략의 핵심은, 에이전틱 워크플로우를 API에 직접 내장하는 겁니다. 상태 관리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관찰 가능성을 기본 기능으로 통합해서, 오픈AI는 개발자들이 AI 에이전트를 만들 때 항상 맞닥뜨리게 되는 흔한, 일반적인 문제점을 원초적으로 제거해 줍니다.
여전히, 앤쓰로픽의 MCP는 오픈AI의 Agents Platform과 경쟁할 강력한 대안입니다. 장기적인 상호 운용성을 위한 기반으로, 개방성, 그리고 플랫폼 간 호환을 강조하는데, ‘즉각적이고 즉시 사용 가능한 경험’을 강조하는 오픈AI와는 거의 정반대 관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많은 분들이, “2025년이 에이전트의 해가 될 것이다” 예상하고 계시지만, 저는 아직 에이전트의 해라고 부를 정도에 도달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이전의 단계로서 "오케스트레이션 (Orchestration)의 해"라는 표현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제 생각에는, 진짜 제대로 작동하는 에이전트는 2026년에 등장할 거라고 봅니다).
개발자들은 더 이상 개별 모델에 큰 관심을 둘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개발자와 스타트업들에게 필요한 건, 복잡도를 낮추면서 여러 가지 API와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효율적인 ‘워크플로우’입니다. 에이전트 시스템과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의 특성을 모두 갖춘, Manus를 둘러싼 최근의 반향 - Manus의 실체가 뭐냐, 진짜 새로운게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쟁은 차치하구요 - 이 바로 이런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단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앤쓰로픽은 MCP를 다양한 AI 시스템 간의 상호 운용성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로 보는 반면에, 오픈AI는 통합적인 End-to-End 접근 방식으로 전체적인 개발 경험을 소유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은 산업의 변화와 성장에 이익이 되고, 혁신을 촉진하고 독점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애플 iOS와 안드로이드 진영이 대결하면서 성장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결국은, 개발자 커뮤니티, 그리고 시장의 반응이 미래를 결정하겠죠. 궁극적으로는 신뢰성, 명확한 가격 구조, 직관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제공하는 회사가 메이저 표준의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이제 ‘에이전틱 AI’는 실험적인 개념에서 AI 제품과 서비스 개발의 핵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