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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AI 경제 혁명으로 향하는 첫 번째 현장

'AI 기반 경제'에서 코딩의 의미, '바이브 코딩'에 대한 생각

by 음병찬

* 이 글은 AI 전문 뉴스레터 '튜링 포스트 코리아'에 게재한 글의 일부입니다. AI 기술, 스타트업, 산업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시면 '튜링 포스트 코리아' 구독해 주세요.



지난 주, 유난히 ‘코딩’에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 보고서, 논쟁들이 많았던 한 주였습니다.


우선,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앤쓰로픽의 새로운 Economic Index는,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업무를 얼마나 빠르게 재편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Claude.ai, 그리고 Claude Code라는 도구를 통해서 일어나고 있는 ‘50만건 이상’의 코딩 작업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AI 기반의 자동화’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그리고 깊이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image.png?t=1745934181 Image Credit: 앤쓰로픽


Claude Code의 사용자들은 Claude.ai 사용자에 비해서 훨씬 높은 자동화율 (79%)을 보여주고 있죠 - ‘AI와 함께 코딩하기’와 ‘AI가 그냥 코딩하기’ 사이의 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물론, 아직 많은 개발자들이 AI가 코딩한 결과물을 검증도 하고 그 과정도 지켜보고 있습니다만, 이런 방식이 언제까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죠.


주목할 만한 건, ‘자동화’되는 게 백엔드의 단순 작업들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AI 기반으로 코딩하는 활동의 대부분이 ‘사용자용 웹이나 모바일 앱을 만드는 작업 - JavaScript, TypeScript, HTML, CSS - 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바로 ‘복잡한 백엔드보다는 단순한 UI 작업이라면 생산성을 앞세운 AI의 쓰나미에 먼저 무너질’ 거라는 걸 의미하죠.


그리고, 이런 현상은 ‘스타트업’에서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Claude Code 대화의 3분의 1이 스타트업들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 대기업의 비중은 13%에 불과합니다. 기업의 관성, 위험에 대한 회피, 보안의 문제 – 대기업의 ‘AI 기반 코딩으로 전환’을 방해하는 이 요소들이 역설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스타트업들에게는, 지금은 아주 작아 보이지만, 곧 엄청난 기회로 변모할, 그런 ‘틈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 조사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앤쓰로픽의 사용자들이고, 이들은 전부 ‘얼리 어답터’죠. 아직 메인스트림으로 이 추세가 이동했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추세는 분명해 보입니다 - ‘코딩은 이제 사람이 주도해서 직접 수행하던’ 경제 활동이 더 이상 아닙니다 - AI 기반의 도구가 주도하거나 상당 부분을 담당하게 되는 활동이 되고 있습니다. 이건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경제적 변화’예요. 그리고 이 변화의 물결에 ‘개발자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있고, 만약 개발이라는 작업의 ‘워크플로우’와 그 ‘시스템 관리’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코드를 몇 줄 썼나, Function Point를 몇 개 작성했나, UI 화면을 몇 본 만들었나’ 하는 생각에 빠져 있는 개발자라면, ‘미래는 이미 당신의 곁을 지나치고 있는 겁니다’.


다른 뉴스를 하나 보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025년 업무 트렌드 연례 보고서 (2025 Work Trend Index Annual Report)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프론티어 기업 (Frontier Firm)’이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바로, AI 에이전트가 대규모로 사람과 함께 일하게 되는, 새로운 유형의 조직을 일컫습니다. 이런 조직에는, 지능이 바로 '손 닿는’ 곳에 있고, 조직도는 무너지고, 사람은 ‘에이전트의 보스’가 되고, 조직을 움직이는 모든 워크플로우가 재정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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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조직으로의 변화를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개혁’한 바로 다음 단계에 나타날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방향의 흐름은, 얼마 전에 유출된 쇼피파이 CEO의 메모에 대한 글에서도 ‘HR이 Human Resource가 아니라 Hybrid Resource의 약자로 불릴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씀드리면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자, 그럼 ‘바이브 (Vibe)’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 봅시다.


지금까지 튜링 포스트 코리아의 지면을 통해서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었는데요, 한 번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 이 용어를 처음 쓴 안드레 카파시마저도 이제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으니까요.


2025년 2월에 안드레 카파시가 X (트위터)에서 ‘바이브 코딩’이라는 용어를 언급했을 때, 그 의미는 아주 구체적이었다고 생각해요: AI 만든, 빠르고, 실험적이고, (다분히) 일회성이 강한 프로젝트, 바로 그런 거였습니다. ‘프로덕션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심각한 작업’이나, ‘여러가지 고려하면서 책임감을 느끼고 해야 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아니예요. 안드레 카파시는 이렇게 말해요 - “코드가 있다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세요. AI가 제안하는 내용들을 받아들이고, 대략 추측해 가면서 버그를 잡고, 빠르게 일을 진행하세요”. 어때요? 프로토타입이나 주말 프로젝트로 딱이죠? 그리고 재미있잖아요.


사이먼 윌리슨 (Simon Willison)이, 바이브 코딩 스타일로 진행한 수십개의 코딩 실험을 분류한 게 있는데, 사이먼은 “바이브 코딩은 전문적인 AI 기반 코딩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라고 강조합니다.


image.png?t=1745942454 Image Credit: Know Your Meme


바이브 코딩은 ‘유희적’이고, ‘부담이 적게’ 진행하는 겁니다. 장기적인 결과를 걱정하지 않고 -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걱정하지 않아도 무방한 수준의’ 프로젝트를, 어느 정도까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해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초보자에게 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테스트해 보는데 적합한 것이죠.


지금은, 안드레 카파시마저도 이 ‘바이브 코딩’이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넓은 범위로 확산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글에서, 안드레 카파시는 ‘진짜 코딩’이나 ‘AI 기반의 코딩’ 작업을 순수한 ‘바이브 실험’과 구분하는데 아주 주의를 기울이면서 말을 하고 있어요.


image.png?t=1745942680 Image Credit: Fonz Morris


어쩌면, ‘바이브 코딩’을 넘어선, 다른 어떤 표현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 AI와 대화를 해 가면서도 진지한 엔지니어링을 수행하는 개념을 담을 수 있는 표현 말이죠. - 튜링 포스트의 Ksenia는 ‘Co-Coding’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협업, 그리고 대화를 모두 암시할 수 있는, 중간 지점에 있는 용어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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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짜 문제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용어가 이미 소수의 사람의 손을 떠나서 더 넓은 용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냥 ‘AI 기반의 프로그래밍’이다 싶으면 그냥 쉽게 ‘바이브 코딩’이라고 부르면서, 그 작업들 사이에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차이점들을 무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경영진, 투자자 등이 ‘AI 코딩은 그냥 바이브 코딩이야’라고 듣고 기억을 하게 되면, 실질적인 AI 기반의 혁신은 진전의 동력을 잃거나, AI가 개입되긴 하지만 안전하고, 유지 관리도 쉽게 할 수 있는, 책임감있게 만들고 배포되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해야 하는 실제의 상황을, 그 요구사항을 놓쳐버릴 수 있습니다.


과거보다 오히려 더 책임감있게, 여러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를 통해 진행해야 하는 ‘AI 기반의 코딩’은, 여전히,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더한 엄격함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코드의 검토, 면밀한 테스트,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설명, 그리고 추가적인 안전 장치 등이 필요해요. 이걸 포함해서 해야 하는 작업이 아니라면, 바이브 코딩,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필요하다면, AI를 쓰든 안 쓰든, 그건 ‘엔지니어링’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AI 기술이, 진짜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작업을 자신의 영역으로 흡수해 버리는 동안, ‘바이브’라는 용어, 그 느낌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Screenshot_2025-04-28_at_3.38.02_PM.png?t=1745870345 진짜 ‘바이브 (Vibes')’는 이렇게 진화해 왔습니다.


AI가 엄청나게 변화시켜가고 있는 ‘개발’, ‘코딩’이라는 작업에 대해 진짜 제대로 된 ‘바이브’를 느낄 수 있는 글, 그 관점을 소개하면 좋겠어요:


먼저, ‘The Hidden Cost of AI Coding’이라는 글인데요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Matheus Lima라는 친구가 글을 쓰는 ‘Terrible Software’라는 블로그의 글입니다.


여기서는, AI 코딩의 등장과 확산으로 인해 우리가 혹시 잃어버릴지 모를 무언가에 대한 슬픔, 프로그래밍이라는 작업에 전통적으로 따라오는 걸로 느껴졌던 일종의 ‘몰입감’이 사라져가는데 대한 아쉬움, 마치 아티스트와 같았던 개발의 본령에서, 미술관 큐레이터같이 바뀌어가는 듯한 개발자의 역할 등, 심리적, 철학적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발전, 그리고 이게 가져다주는 효율성의 향상 이면에 있는 어떤 잠재적인 손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죠.


두 번째는, 앤드류 응의 ‘How to Become a Multilingual Coder’라는 글인데요. Matheus Lima의 글보다는 훨씬 유쾌하고 긍정적인 글이지만, 역시 나름의 ‘바이브’를 느낄 수 있습니다.


원래 개발자들은 특정한 프로그래밍 언어에 전문성들이 있잖아요? AI가 이런 언어간 장벽을 낮추면서 Phython 개발자, Java 개발자가 아니라 ‘AI를 활용한 그냥 개발자’가 되어, 프로그래밍의 개념을 이해하는 보편적인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핵심적인, 기본적인 프로그래밍의 개념 - 배열, 메모리, 시스템 설계 등 - 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해진다는 거예요. 앤드류 응은, AI 기반의 코딩을 ‘바이브 코딩’이라고 쉽게 치부하지 않고, 여전히 진지한 엔지니어링 활동으로 보고 있어요.


두 가지의 관점은 ‘상호 보완적’입니다. 하나는 AI 코딩이 개발자의 심리적, 창의적 경험에 미치는 잠재적 부정적 영향을 조명하는 반면에, 다른 하나는 AI가 제공하는 실용적인 기회와 프로그래밍 접근성의 향상을 강조하구요. 두 개의 관점 모두 AI 시대에 프로그래밍, 개발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가운데, 그 변화를 각각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는 ‘바이브’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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