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자기야! (自己)
(내가 말하는 '자기'는 '그 사람 자신'을 뜻하는 단어야.)
인간관계를 하다 보면 '단호'해야 될 때가 있더라.
근데 그게 참 안되지. 다들 이유가 다르잖아.
나는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단호하지 못했고,
착한 사람, 배려심 깊은 사람, 여유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거든.
다 들어주는 사람.
근데 말이야.
내 상황이 힘들어져보니까 단호해지더라.
타인을 신경 쓸 겨를 없이 너무 힘들어졌거든. 특히 경제적으로.
그러니 돈 없어서 못 나가는 곳은 안 가게 되고, 못 갈 때 거절해야 되니까 단호해지고,
자연적으로 여유가 없어지니까 '척'을 못하게 되더라.
점점 내 속에서 답을 찾는 날이 많아졌어.
끝까지 아닌척하고 싶었어.
아직 있는 척, 아직 되는 척, 아직 다 할 수 있는 척.
근데 가진 돈이 줄어들수록 활동반경도 좁혀지더라.
그래도 힘 있는 척 턱을 쳐들고 다녔어.
그러다 무너졌지.
내가 계속 '있는 척'하니까 주변 친구들은 여전히 그런 줄 알았던 거야.
그때 친구의 말이 비수로 꽂히더라.
난 공부 더 하고 싶었지만 돈 없어서 포기하려는데 친구가 '혹시 너 도망가는 거 아니야?'라고 묻더라.
그제야 나도 자존심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았어.
돈 없어서 못한다는 말은 차마 못 하고 다른 핑계를 대고 있는 나를 발견했지.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구나... 싶었어.
며칠뒤 눈물을 펑펑 쏟아냈지.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더라.
생각이 단순해지고
결정할 때도 단호해지고.
단순하다 할 때 단은 홑, 하나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단호하다 할 때 단은 끊다, 결단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더라.
이제는 복잡하게 엉켜있는 것을 하나로 끊어내라는 말 같이 느껴졌어.
하나로 끊어내려면 가지치기를 잘해야 되더라. 생각의 가지치기.
내게 주어진 경제적 악화라는 환경이 가지치기능력을 주려고 했었나 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고 다 쫓아다녔거든.
정작 나한테 뭐가 필요하고 뭐가 좋은지도 모른 체 말이야.
어른들이 말씀하시지.
세상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고 말이야.
이제는 좀 알 것 같아.
내가 겪고 있는 지금 이 상황도 분명히 내게 알려주는 교훈이 있을 테니까.
분명한 건 결정할 때 단호해지고 관계할 때 단순해지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개이득인 것 같아.
돈주고도 못 배우는 걸, 돈 잃고 배웠으니까.
자기야.
두고 봐.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얼마나 쭉쭉 뻗어나갈지!!!
고독해도 좋아.
나를 위한 시간이 드디어 마련되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