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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소스 Apr 22. 2022

졸업작품에 대한 고민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썼었구나 - 메모장 파먹기1

작업의 방향을 고민하는 것에 앞서 영상과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디자인은 무엇일까, 그 어떤 것도 뒤에 디자인이라는 말을 붙이면 디자인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사회적 구성원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를 현실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점차적으로 디자인은 단순히 세상을 편리하게 만들기보다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도구가 되어가고 있는 거 같기도 하다. 디자인은 조용하고 섬세하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도 하던데 그럼 영상 디자인은? 영상은 어떤 목적을 가지게 되는 걸까.

그걸 따라가기에는 숨이 벅찰 수도 있고 다르게 보면 그만큼 질리지 않는 거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결국 디자인의 범위에 갇혀 프로젝트의 진행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때, 디자인은 사실 전부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거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의 목적물이 ‘보이는 영역(물질적 산물)에서 ‘보이지 않는 영역(개념적 산물)’으로 확장한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 각 갈래에서 결국 이 영상 디자인이라는 전공이 가질 수 있는 정체성과 그 안에서 내 역할과 맥락을 생각해보면서 영상과 디자인의 점이지대에서 두껍게 배웠다기보다는 좀 더 주변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나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방법을 배운 것 일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이 지어졌다. 공부할수록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걸 알 수밖에 없고 단언하기가 어려워지는 과정 중이지만 이 당연한 생각을 하는 데에 어쩌면 조금 오래 걸린 것 같다.

학교를 다니면서 그리고 대외활동을 하면서 해봐야 아는 거고 부딪혀봐야 느낄 수 있다는 의미에 동기부여를 하고 이것저것 해봤던 거 같다. 내 관심 분야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가 그곳에 맞는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경험들을 거치고 작업을 하면서 잘 맞는 일인지 아닌지 테스트도 해보면서 나중에 어떤 기업을 들어간다는 목표보다는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 나의 업무가 능동적인지 수동적인지, 반복적인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유동성이 많은 일인지 돌아볼 수 있었다. 나는 비선형적 작업방식을 선호하고 기획과 목적에 따른 작업 전의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에 재미가 있고 그 이후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에는 흥미가 조금 떨어지는 거 같았다. 우연히 수집했던 정보들이 기획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때가 재미있었다. 그래도 예쁜 게 무엇인지 보는 관점이나 정보를 잘 전달하는 방법 등을 알고 내가 어떤 것을 봤을 때 ‘이런 식으로 보여줘야겠다’, ‘이렇게 보는 게 맞는 거 같다’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맥락이 없는 모션그래픽이나 시각화하는 작업들을 할 수는 있지만 하면서 별로 재미가 있거나 보람이 느껴지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포트폴리오를 위해서 기술을 다듬고 그것을 잘 보여주는 작업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뮤직비디오, 이벤트 기획 등을 생각해봤지만 결국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번 학기에는 프로덕션 수업을 듣지 않았다. 그동안 다양한 디자인 작업물을 만들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작업물을 보면서 계속해서 어딘가 갈증이 느껴졌다. 매 작업 특화된 콘셉트만 존재했지 영상과 디자인, 그 안에서 표현하는 것의 정체성과 맥락이나 각 작업들의 논리가 뚜렷하지 않은 부분이 아쉬웠던 거 같다. 진지한 고민이나 방향이 부족한 채 작업을 펼쳐냈던 게 아닌가 싶다.


좋아하는 작가가 작품을 내기 위해 고민한 모티브나 그 작품을 다듬는 과정을 살피고 고찰하거나 존경하는 과정 없이 그 작가의 결과물만 레퍼런스로 참고하다 보면 결국 본인이 쌓는 작업관도 인스턴트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커졌고 과정의 중요성을 알아버렸다. 인사이트가 빈약하면 작업이 늘 제자리를 맴돌고 그렇지 않기 위해 능동적인 작업 태도를 갖추는 준비가 필요한 거 같다. 규모나 보여주기 자체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질문을 던지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하고 싶은 작업 분야는 생각해보고 삭제법으로 하나씩 지워나갔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어찌 됐건 너무 추상적이고 예술적인 작업보다는 논리적인 작업이었다. 추상적인 디자인이나 논리구조가 안 보이는 디자인은 잘 모르겠다. 논리 구조와 기승전결을 볼 수 있는 디자인이 좋다. 디자인을 공부하며 문제 상황을 어떤 거로 잡고 어떻게 논리를 만들어나가는지 익히는 게 재미있었다. 디자인의 범위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의 생각과 이야기가 더욱 중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문화적인 현상에 무관심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면 위에 떠오른 걸 빨리 캐치하고 이것들을 과거나 맥락 안에서 연결 지을 수 있는 지점들을 이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영상 미디어의 역사나 엔터테인먼트 문화론과 같은 수업의 경우를 통해 내가 생각했거나 느꼈던 것 또는 아예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향으로의 해석들을 기술해 놓은 텍스트들을 읽다 보면 항상 흥미로웠다. ‘이게 이렇게 분석될 수 있다니?’하면서 내가 했던 생각들에 반문을 던지게 되기도 하고 나도 현재의 지점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아졌었다. 다양한 매체와 표현기법을 연구하고 각자의 세계와 오늘날의 사회 사이에 접점을 만들면 재미있을 거 같았다. 가치관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이 시대에, 나의 역할을 되돌아보며 관객(아직 나에게 독자보다는 관객이 조금 더 친숙하다..)에게 경험과 영향을 제공하기 위한 지속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연구하고 싶었다.

특정 주제에 대해 피상적 접근, 해당 개념에 대한 얕은 자의적 해석에 기반해 느낀 점을 시각적 작업물을 만드는 것보다는 조금 더 깊고 재밌게 하는 게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이론 베이스 작업에 대한 욕구. 그리고 우선 내가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딱 어떠한 기술이 보이는 일반적인 영상 작업물이나 논문 하나가 메인이라기보다는 아카이빙 기반의 (텍스트?)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정했고 이 작업이 이후에 어떠한 작업을 하건 나에게 의미 있는 흙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이후 시각 작업을 하더라도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이번에 내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되는 - 텍스트 기반? 아카이빙 실험, 이론 - 것을 계속할 수 있는 그 이후의 미래에 대한 생각부터 나는 왜 사는가에 까지 이어졌지만, 어떻게 됐건 답은 내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고민 중에 있지만 영상의 흐름과 요즘 문화 같은 것들을 텍스트 기반으로 하이퍼텍스트, 서브텍스트적 맥락으로 분류하며 뒷받침될 수 있는 개념이나 이론, 의견들을 엮고 그중에서 생각나는 부분들이 생기면 그것에 대해서도 갈래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개념을 확산시켜서 시각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걸 직접 만들어서 중간중간 삽입해도 될 거 같다고 생각했다. 어떤 길을 가게 되더라도 어디서나 이번에 배운 것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를 보여주고 그것을 취하는 사회에서 살 테니까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꼼꼼한 시각이나 직관적인 색다른 접근, 정연하게 논리를 펴는 일은 어떻게 살게 되건 중요할 거 같다. 내가 생각한 것의 이유에 탄탄히 구조를 짜거나 관련 이론들을 찾아보고 그것들을 시각화한 것들을 보면 재미있고 나도 이런 걸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기 때문에 최소한 이 프로젝트를 시각화하는 과정, 테스트 이미지 아카이빙, 쪽글이나 포토 에피그램 형식도 차용 가능 예상한 걸 생각해보면 시각화하는 과정도 거치게 될 거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반영한 결과물. 그 결과물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고 더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 지금은 여러 가지로 준비하는 과정 중에 있다.

책을 만들고 싶다기보다는 개념들을 정리하고 현상들을 이론으로 설명하면서 발산적이고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관심 있는 소재가 맞닿을 수 있는 부분들을 정리하는 건데 위에 이야기했듯 내가 선호하는 비선형적인 작업 과정을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그런 식으로 중간중간 반영될 수 있게 해 보는 것도 지금 상황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견고하게 쌓아갈 부분들도 지속적으로 보충하면서 하는 게 우선적으로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물질적 상품이기보다는 과정적이고 경험적인 활동이 될 것 같다.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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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다로 끝내는 문장이 많았구나. 이제는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부분인데 이렇게 보니 재미있다. 요즘은 라고 생각한다. 일 수도 있다. 인 듯처럼 의미 자체는 비슷하더라도 다르게 마무리한다. 내 의견과 생각에 대해 조금은 더 확신을 갖고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반영됐다.


이 때에는 지금에 비해 더 진지하고 어딘가 파고드는 걸 좋아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 와중에서도 외로움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나?하는.


결론적으로 작업의 방향은 초기의 생각과는 좀 다르게 갔었는데 이 생각들이 바탕이 된 것은 맞다.


저때의 생각은 지금 하고 있는 생각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궁금하면 해보자, 모르면 물어보자, 이왕이면 재미있게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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