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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Sep 29. 2024

각방쓰는 부부, 애정전선이상없다?

숙면위해 각방선택했더니 합방하기어렵네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일반 가정의 방은 많아야 4개다. 그 중 제일 큰 방은 부부의 방이며 성이 같아도 왠만하면 각자의 방이 있다.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방의 크기다. 부모님의 시대는 안방이 마루보다 더 컸고 건넌방, 문간방은 그 반쯤 되었을까?


부모님은 평생 한 방을 쓰셨다. 내 기억에 킹사이즈만한 요와 가슴이 답답할만큼의 무게감있는 이불을 쓰셨다가 어느 순간 따로따로 주무셨던 것 같다.


두 분이 싸웠던 날, 방의 냉기가 흐르면 흘렀지 내 방이나 마루로 나오신적이 없었다.



코곯이가 심한 남편피해 거실로


여느 신혼처럼 우리부부도 결혼할 때는 킹사이즈의 침대를 안방에 들여놓았다. 신혼집이라 방이 작은 편이었는데 침대말고는 쓸모가 없었다. 안방이 아닌 침대방이었다. 문제는 남편의 코곯이였다.


자신의 코곯이가 심하다란 말을 했지만 기찻간옆수준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마어마한 드르렁소리에 베개를 들고 방탈출이다.



출근하는 남편위해 또 각 방


아이가 태어나고 밤사이 여러 번 깨는 아이의 잠투정에 이번에는 남편이 방탈출이다. 출근하는 남편이니 잠이라도 편하게 재워야지란 생각이었다.


편안한 침대가 있는 안방과 소파지만 시원한 거실, 과연 어디가 더 편할까


거실에서 자다보면 안방으로 들어가기가 어렵다고한다. 아무래도 답답한 안방보다는 통풍이 잘되는 거실에서 그것도 tv보다 잠드는 맛, 해 본 사람은 안다.


오죽하면 거실을 차지한 자, 세상을 차지한 자라고 하질않나



어쩌다보니 각 방


코곯이가 심해서, 아이가 잠투정을 해서, tv보면서 자고싶어서등의 이유로 우리 부부는 같이 잔 날보다 따로 잔 날이 더 많은 것 같다. 친정어머니가 왜 각방을 쓰냐며


혹시 부부사이가 안좋냐, 싸워도 각방은 절대라고 걱정했지만 서로의 수면습관이 다른 것을 고집하는게 싸움의 원인이 되었다.


-코 좀 곯면 어뗘냐? 남들은 자장가소리로 듣고 산다는데.


-tv를 꺼라. tv전자파가 얼마나 안좋은데


부모님의 베갯잇송사는 도란도란 정겨웠는데 우리 부부는 그렇지가못했다.


거실에서 잘 때 단점은 청소구역이 하나 더 는다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 한가운데 이불이며 읽은 책이며 기타등등이 어지러져있으니 보통 성가신게아니었다.


중장년이 되어 새벽에 화장실도 자주 가다보니 피차 수면방해다. 가끔 수면무호흡으로 큰일을 치를 뻔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깜짝 놀라지만 문을 열고 자는 걸로 대신했다.


그렇게 살아왔지만 최근들어 자녀들이 "엄마방? 아빠방" 이라고 표현하면 남이 들을까 부끄러워지고 행여 저 아이들도 결혼후 각방에 후할까싶기도하다. 친정어머니의 "절대" 이유를 알겠다.



젊은 부부도 각 방?


언젠가 일찌감치 각 방을 쓰고 합방을 할 경우 사전예약제를 한다는 개그맨부부의 에피소드를 접했는데 의외로 젊은 부부들도 다른 수면습관때문에 따로 자는 경우가 많다고한다. 나처럼 아이가 어릴 때도 혹은 다음 날 일찍 나가야 할 때도 그렇고곤히 자고있는데 옆에서 뒤척이는 게 신경쓰여서라고도 한다. 처음 따로 잘 때는 졸혼느낌인가싶고 서먹하기도했는데 오히려 상쾌한 아침기분이 든단다.


"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내 방이란 공간에서 나 혼자 쓰고 나 혼자 잤다. 결혼하고 같이 자는 게 신혼때야 그렇지만 어느 순간 숙면을 취하지못한다" 라는게 이유중 하나였다.



갱년기가 심했던 부부, 매일 힘들었다


꽤 오랫동안 한 방을 썼던 선배부부는 갱년기를 심하게 앓았었다. 아내못지않게 남편도 걱정거리가 많은 때라 밤새 뒤척이고 한숨쉬고 잠이 안온다고 일어나는등 최악의 수면이었다. 그즈음 '잠'의 주제였다. 잠을 못자니 예민해지는 건 물론이고 면역성도 떨어지고 부부사이도 힘들었다. 지금은 각 자의 방에서 각 자의 습관대로 편안하게 잠을 잔다고했다. 유트브나 음악을 들으며 자도되고 잠이 안오면 안오는대로 배우자의 것까지 방해할 필요가 없으니 반가운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단다.


젊은 부부들은 이 '각 방'이란 단어가 서먹하게, 뭔가 전운이 느껴지겠지만 장년이 되면 잠만큼은 각자의 방에서 자기가 누리고싶은 여유가 있다. 물론 나의 부모님처럼 도란도란 정겨운 베갯잇송사가 확실히 부족하긴하다.



요즘들어 가정의 안방은 드레스룸이니 뭐니해서 부부 두 사람이 편안하게 잘만큼 공간이 크지않다. 침대를 쓰는 경우 호텔처럼 싱글 두 개를 놓는다면 모를까 그렇기도 쉽지않다.


결혼이란 수면습관도 양보해야하는 것, 그러나 많은 부부들의 다음 날은 수면이 좌우하는 세상이니 '각 방' 이란 단어도 바뀌어야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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