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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Apr 01. 2024

치앙마이의 무더위와 음식

#치앙마이 일년살기

4월에 무더위라니.


치앙마이는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태국은 더운 건 디폴트 값이고 나는 더위에 더 강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매우 덥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38~9도 정도를 우습게 찍는다. 다음주에는 40도를 넘는다는데...걱정이다. 오죽했으면 밤에 열대야 같은 더위를 느껴서 에어컨을 켰다. 평소에는 밤에 굳이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요즘은 밤에도 훅훅 찐다.


햇볕에 직접적으로 달궈지지 않는 2층에 머물러도 이 정도인데, 햇볕을 다이렉트로 때려 맞는 고층 사람들은 더 힘들겠다 싶다. 고층이 뷰는 더 좋을지언정 햇볕에 한 번 달궈지면 얼마나 더울 수 있는지 익히 알고 있는지라 태국에 머물 때는 고층을 선호하지 않는다.


태국어를 배우면서 계절에 대한 단어를 배우는데 태국의 계절은 여름, 우기, 겨울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고 했고 요즘은 그중 여름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태국어 계절 단어]

여름 : ฤดู ร้อน 르두 러언

우기 : ฤดู ฝน 르두 폰 (F발음임)

겨울 : ฤดู หนาว 르두 나아우


태국사람들도 덥다고 아우성이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는 쇼핑몰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시원한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 앞에서 줄을 선 것을 보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치앙마이 공항 부근의 '센트럴 페스티벌 에어포트'라는 쇼핑몰에 들렀는데 지하에서 아주 큰 규모로 푸드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류의 행사는 너무 자주 진행하는지라 평소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너무 더워서, 나도 모르게 홀린 듯 행사장으로 들어가서 음식을 샀다.



음식은 주로 달달한 간식이 많았고 그 외에도 죄다 다 양념이 꽤나 된 음식이었다. 시식도 가능해서 이것 저것 집어 먹어보았는데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원래 맛있는 음식이겠지만 너무 더우니까 간이 된 음식을 온몸의 세포가 갈구하는 기분이었다.


그중 아래의 두 음식(이라기에는 간식일 듯)을 가장 맛있게 맛보았다.


1. 카우끄리얍 ข้าวเกรียบ

태국판 알새우칩 같은 과자로 쌀가루에 다양한 재료를 첨가해 얇게 튀겨낸다. 알새우칩보다는 얇고 아삭아삭 식감도 좋아서 주전부리로 먹기에 좋다. 아마 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맥주 안주가 아닐까. 태국식 양념장 같은 것에 찍어 먹는데 양념장 없이 먹어도 맛있었다. 3 봉지에 100바트 정도 했다.



2. 니끄러업 หมี่กรอบ

쌀국수를 튀긴 것이라고 하는데 바삭하다기보다는 쫀득한 식감의 과자 같다. 넣는 소스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대체적으로 아주 미미한 수준의 매콤함과 달콤한 맛이 섞여있었다. 한국인에게도 어색한 맛이 아닌데 소스 맛만 보자면 약간 떡볶이 소스 맛 같기도 하다. 이걸 주식으로 먹지는 않을 것 같고 간식으로 먹을 것 같은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태국 분들은 다양하게 음식과 곁들여 먹는 것 같았다. 이것도 작은 플라스틱 박스 세 개에 100바트 정도 받았다. 태국을 오고간지 10여년 만에 처음 먹어 보는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보기와는 달리 식감은 쫀득거린다


둘 다 너무 맛있게 먹었지만 이걸 사 오면 집에서 하루 만에 다 먹어버릴 것 같고 건강에 딱히 안 좋을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사지는 않았는데, 결국 태국식 백설기 같은 간식은 하나 집어왔다.


비주얼은 완전히 백설기였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케이크 같은 식감이었다. 대신 케이크보다는 너무 달지 않아서 좋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꼭 떡 같아서 뭐에 홀린듯 주문완료, 하나에 50바트, 우리돈 2천원이었다.


이외에도 각종 튀김, 어묵, 돼지고기구이 등 다양한 음식이 판매되었고 상인들은 신나게 '아로이 막~~ 아로이 막~~ (맛있어요!)'을 외쳐댔다. 이에 화답하듯 사람들도 열심히 소비를 해주더라. 하긴, 이 정도로 더우면 주방이 있어도 요리를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아마 대부분의 경우 집에 주방이 제대로 갖추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더위를 뚫고 요리를 하려면 에어컨이라도 틀어야 할 텐데 에어컨까지 틀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에는 밖에 나가면 한국 돈 2,3천 원에 살 수 있는 음식이 천지인데 굳이 요리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지만, 단언하건대 태국에서 외식으로 먹게 되는 음식은 대부분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일 확률이 크다. 위생에 대한 개념이 한국과는 꽤나 달라서 한국으로 치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고도 남을 수준으로 조리하는 밥집이 대부분이다. 날이 더우니 들어가는 재료도 설탕에 소금에 각종 소스에 난리가 난다. 그렇게 조리하지 않으면 음식이 금방 상하기도 할 거고.


그래서인가, 태국인들 중에서도 비만인 사람들이 제법 눈에 보인다. 비만의 수준도 한국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울 정도의 초고도비만인 것을 종종 목격했다. 단맛이 베이스인 음식을 시럽과 연유가 들어간 타이밀크티나 콜라와 같은 음료를 곁들여 먹으니 살이 찌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겠지.


식단을 잘 지키다가 너무 무더워져 버려서 며칠 이성의 끈을 놓고 먹어제꼈는데 다시 정신줄을 잡아야겠다. 어쨌거나 참으로 무더운 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태국 음식 중 그나마 가장 건강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종종 먹는'카우만까이'. 닭고기 덮밥인데 삶은 닭고기와 닭육수로 한 밥을 같이 먹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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