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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Apr 22. 2024

에미넴의 금주 16년과 코코넛 술

#치앙마이 일년살기

얼마 전 전설적인 랩퍼 에미넴이 금주 16주년 기념주화를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는 글을 봤다. 정말 그의 인스타그램에 방문해 보니 자랑스럽게 16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동전이 최신 게시물로 올라와있었다.


출처 : 에미넴 인스타그램 (@eminem)


16년이라니.


그는 술과 약물을 함께 오남용 하다가 생사의 기로에 섰고, 자신을 바라보던 딸을 보며 재활치료를 결심했다고 한다. 금주를 오래 지속하는 사람들에게는 흔히 이런 일화가 있게 마련이고 나 또한 그렇다. 나의 경우는 술+카페인+스트레스가 겹쳐져서 공황발작이 온 것이 계기였다.


최근에 주위가 온통 술판이어서 마음이 조금 흔들리려던 차에 에미넴의 금주 기념주화는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주었다.


유튜브를 켜기만 하면 술과 음식을 흡입하는 영상이 뜨고 주위의 태국인들도 허구한 날 술판을 벌인다. 그중 한 명은 내가 다니는 체육관의 코치인데 불과 한 달 전에 오토바이 사고가 크게 났음에도 사고가 나고 4,5일이 지난 후부터 다시 음주의 '원상복귀'를 했다. 당연히 송크란 축제 내내 술판을 벌인 듯하고 얼마 전에는 나에게 직접 만든 코코넛 술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체육관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꺼내어 뚜껑을 여는데 독한 알코올 냄새가 코 끝을 강하게 스쳤다. 도수는 아마도 40도쯤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래, 그는 종종 숙취에 시달리는지 체육관에서 벌건 눈을 하고 수업에 참여한다. 나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매일 술을 마시던 나날이 있기에 그에게 어떤 가치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성인의 삶은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 맞으니 그의 삶은 그의 선택이다.


그는 나에게 '이거 마셔볼래?'라고 물었고 나는 '아니 나 술 안 마셔'라고 당연하게 대답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것도 없는 숨 쉬듯 당연하고 무미건조한 대답이었다.


예전에는 술을 마시는 게 멋있어 보였는데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더 멋있는 것을 확실히 알겠다. 나의 눈은 풀려있지 않고 몸이 부어있지도 않다.


여전히 나는 생각이 많고 내 생각에 파묻혀 숨이 막힐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이럴 때 평소 같으면 뭐에 홀린 듯 나가서 술을 사 왔겠지만 이제는 운동을 하러 나간다. 무에타이 체육관에 가거나 아니면 그냥 걷는다. 어제는 한 시간 정도를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걸었고 운동이 끝날 즈음 조금은 마음이 괜찮아졌다고 느꼈다. 운동은 그 어떤 방법 보다도 빠르게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에미넴이 금주 16주년 기념주화를 받은 것은 아마 어떤 단체 같은 데 소속이 되어서 일 것 같다. 나는 그렇지는 않은데 스스로에게 기념품이나 선물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이 금주 242일 차니까 123일 남았다. 123일 이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가 있을 선물을 스스로에게 줘 봐야지. (뭐 사지?!)


술집을 대신해주는 작고 귀여운 치앙마이 카페들. 카페인도 과하면 안 좋아서 하루 한 잔으로 제한한다. 일할 때는 다섯잔도 마셨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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