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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May 03. 2024

연대도 건대도 아닌...군대에 갑니다

공부안하는 수험생 자녀 때문에 속않이를 하는 부모님들께 쉼표와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2005년생 3호는 올해 2월 고3 딱지를 뗐다

마침내 고졸이 된거다.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니,

목표는 대학입학이었으나

목표가 꼭 현실이 되라는 법이 없는 법이니.....


2녀3남 중 3호는

개중 지구력도 있고, 두뇌 회전도 빠르고,

공부 요령도,

집중력까지도 꽤 있는 녀석이다.

허나, 그 지구력두뇌요령집중력을 공부에 썼으면 하는 건 부모의 순진한 바람이고

그 모든 걸 가지고, 녀석이 선택한 건 기승전 게임이었다.


욕도하고 쥐어박기도하다가

녀석의 영혼없는 발만 다니던 모든 학원(이래봤자 한군데)을

고3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 모두 끊어 버렸다.

공부는 안하고 게임만 하더라도

대학은 (꼭)가고 싶었던 양심에 털난 녀석은

꼴에 학원에 다니지 않는 고3의 처지에 낙담하고 불안해 했으며,

대딩 1,2호는 "엄마가 3호 학원을 안보내면 저희가 알바해서라도 보낼거에요." 라며,

독한 엄마의 단호함을 에둘러  비난했다.

그리고 1,2호 누나형은

3호를 붙잡고 어디 한번 제대로 정신차려서

무정한 세상, 독한 엄마 보란듯이

대학에 철썩 붙어보자는 둥, 영어 단어부터 시작해보자는 둥, 아직 늦지 않았다는

교과서 혹은 신파극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로

눈물겨운 형제애를 발휘했지만,

하룻만에 "뭐 이런 미친X(3호)이 있나""정신이 있는 놈이냐 없는 놈이냐""니멋대로 하라"더니,

정작 3호는 멀쩡한데, 1,2호 지들이 "저걸(3호) 어쩔꺼냐"며 꺼이꺼이 통곡을 하기도 했다.


"대학 꼭 갈 필요없다"는 내 으름장에,

평소 참견 야단 잔소리 한번 하지 않던

남편 애많은 이피디는

평소 보기 드문 단호함으로

"대학엔 가야해"라며 그 작은 눈을 부릅떴다. (어쭈)


현실감각이 없어서그러는 건지, 현실감각이 지나쳐서 그런 건지....

나와 다른 성을 가진 그들, 어린 4,5호를 제외한 1,2,3호 와 그들의 애비를 다 불러 모았다. (꿇려앉혔다가 맞을거다)

때는 3호의 고3 여름방학이 끝난 수능을 두달 앞둔 즈음이었다.


"3호가 

지금처럼 어영부영살다가 11월 12월 돼서,

그래도 운좋게 지방대나 전문대는 갈 수 있다??

그렇더라도 난 보내지 않을거야. 엄마빠의 지원없이 네힘으로 가는 건 니맘이고 니의지니까 그건 그렇게 하든지.

(이때, 남편과 1,2호는 그래도 가야하지 않겠냐는 눈치를 봤지만, 난 쓰읍 한번으로 그들의 코를 바닥에 박아놨다)

그런데, 한두달이라도 니가 공부를 하고,

그 결과가 지방대나 전문대를 갈 수 있는 정도라면?

오케이. 가. 그땐 보낼 거야. 기쁜마음으로"

(나빼고 모두둥절)

무슨 차인지 알겠니? 니가 전자를 선택한다면,

평생을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그냥 얻어걸리거나

주어지는 대로 안주하며 살거나,

'못난 너' '노력하지 않는 너'에게 요행이 허락되지 않는

세상탓을 하며 자격지심 피해의식으로 살꺼야


후자를 선택한다면,

더디고 부족해도

넌 니 노력만큼의 결과를 보여주는 세상을 만날거야


어차피 넌 올해 대학 못가.

내년? 재수 안돼! 군대가!

가서 공부를 할건지 말건지.

대학을 갈건지 말건지, 딴 길을 갈건지

나라를 지키면서 고민해보고 와

대학졸업장이 경쟁력인 시대는 끝났어"


나의 단호함에 다른성의 그들은 반박 반항은 못했지만

세트로 심난해보였다


우리때. 라떼(2024년현재 저는 50대초입니다)는

서울 중학교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비율이 절반이 되지 않았고,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더라도 한반 57명 중에

인서울(서울소재대학)은 8~9등은 해야 가능했고

서울약대(서울대약대가 아니라, 서울에서 약간 먼대학)

서울상대(서울대상경대가 아니라, 서울에서 상당히 먼대학)까지해도  반에서 절반이 대학을 가지 못했다.

그런 우리세댄

운좋게도 대학졸업장이 경쟁력이 될수 있었지만,

열명중 여덟아홉명이 대학을 가는 지금 세대에겐

더이상 경쟁력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다가진 졸업장을 그마저도 거머쥐지 못한다면

아예 도태되는 건 아니겠냐는 반론엔

그런 못난 세상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대꾸할 밖에...


3호는 첨엔 의기소침했지만,

이내 당당하게,

친구들에게도 졸업하면 군대에 갈거라고 말했고,

가족들에겐 언젠가 대학에 갈거라며,

지금도 집에서 하루 9할9푼9리 시간은 게임을 하고

남은 1리의 9할은 잠을 자며,

나머지 자투리랄 것도 없는 시간엔 

언제 사왔는지, 중학교 수학문제집을 풀고 있다.


일이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지금 3호나이에 일이년 늦게 출발하는 걸 두고 조바심낼 일은 아니지 싶다.

준비도 없이 무작정 출발했다가 넘어지느니,

그까이꺼 쉬었다 가자.


결연하게 군입대를 결정했지만,

인생 참 뜻대로 안됩니다 

3호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신검을 받았지만

현역 포화상태라

2005년생은 6월까지 육군지원도 하지 못한다는 군요


다음주엔 서울대간 친구 성대간 친구 재수하는 친구와

샤브샤브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면서

시간 많은 지가 예약을 했다며 너스레를 떱니다(콱)


참!! 3호는 신검결과~~말이죠~

3급현역입니다. 174센티미터에 48.5킬로그램.

지금은 게임하며 운동하며 49.3킬로그램으로 불려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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