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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커피 Jul 07. 2021

나만 몰랐던 '원조' 격돌

카카오TV, 티빙, WAVVE의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 대전

'원조' '정통 원조' '원조의 원조' '원조 1호점' 

마치 한 시장 골목의 난립한 원조 전쟁이 플랫폼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원조', 바로 오리지널 시리즈 경쟁이다. 

최근 국내 OTT들은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내놓으며 격전을 벌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수많은 플랫폼을 구독하고 그 속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누리지만 여전히 '돈은 아깝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가장 큰 재미를 전해주는 플랫폼만을 구독하게 되고 한번 구독한 것은 정말 다른 플랫폼을 구독해야 할 절대적인 이유가 생기지 않는 한 바꾸지 않는다

오리지널 시리즈가 중요한 것은 '내 플랫폼을 떠나지 않아야 할' '새로이 구독 리스트에 추가해야 할' 유일무이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구독 경제의 특성상 자신의 필요를 시시각각으로 증명해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구독해야 할 절대적인 이유', 바로 콘텐츠다. 그렇게 수많은 OTT들이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워낙 그 수가 많고 다양해 신규 프로그램을 한눈에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어쩔 때는 즐겁게 보던 유튜브 콘텐츠가 알고 보니 '카카오TV'의 자산인 경우도, 알고 보니 '티빙'의 자산인 경우도 허다하다. 방송 프로그램이 어느 집 방송국 자식인지 모두가 알던 시대를 벗어나, 이제는 출신을 알기 어려운 콘텐츠들이 너무나 많아진 것이다. 그야말로 콘텐츠 중심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큰 줄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모든 사례를 다 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국내 OTT가 제작한 최근 이목을 끈 사례들을 정리해 '뉘 집 자식인지'를 알아보자. 영화, 예능, 드라마, 장르를 막론하고 새롭고 재밌는 콘텐츠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WAVVE

현재 국내 OTT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태초부터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합쳐 만든 회사로, 티빙처럼 별도의 오리지널을 만드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지상파의 콘텐츠를 중점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독자 확보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몇 제작사와 MOU를 체결하기도 했는데, 특히 2019년 <펜트하우스> 제작사와 MOU를 체결하고 드라마에 대한 OTT독점권을 확보했던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외에도 WAVVE에서만 볼 수 있는 지상파 드라마로는 <조선로코 녹두전>, <날아라 개천용>, <모범택시>, <오월의 청춘>이 있다. <오월의 청춘>이 보고 싶어 WAVVE를 한 달 동안 구독했다 구독 취소한 적도 있으니(ㅠㅠ), OTT야 말로 콘텐츠 따라가는 일임을 다시금 실감하게 했다.

이외에도 단독으로 제공한 콘텐츠로 <소년 멘탈 캠프-NCT>라는 아이돌 예능 콘텐츠도 있었으나 역시나 주력은 지상파 예능이다. 지상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이 가능하고, 또 대중의 신뢰가 높아 안정적인 타깃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 타 OTT에서 경쟁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어 앞으로의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지만, 현재 국내 OTT 구독자 1위의 기반은 명실상부 '지상파'다. 



티빙

티빙은 CJ ENM으로부터 2020년 독립한 OTT 회사다. 2023년 1위 OTT가 되겠다는 일념 아래 최근 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까지 오리지널 시리즈 100편, 구독자 800만 달성을 목표로 한다. 최근 네이버로부터 400억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tvN의 콘텐츠에 더해 앞으로 훨씬 많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티빙의 예능

기존 지상파 예능 형식의 예능과 더불어 웹 예능 형식의 콘텐츠도 함께 제작하고 있다.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는 <여고추리반>으로 탈출 예능 포맷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환승연애> 역시 기존 지상파의 일반인 연애 예능 형식을 따른다. 하지만 '헤어진 연인과 새로운 썸'이라는 파격적인 주제를 소재로 한다.  만인이 알고 있는 <신서유기 스프링 캠프> 역시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였다.


티빙의 영화

CJ ENM의 콘텐츠 제작능력을 방증하듯 콘텐츠 장르를 가리지 않고 티빙은 공급한다. 올해 영화 <서복>이 극장과 OTT 동시 공개라는 유례없는 행보를 선보였다. CJ ENM이 제작/배급을 담당한 영화가 자사의 OTT인 티빙으로 직행한 사례는 서복이 처음이었으나, 배우 진기주가 출연한 최신 개봉작 <미드나이트> 역시 극장과 OTT 동시 개봉이라는 <서복>의 행보를 따라갔다. 극장 체인과 OTT 모두를 가진 거대 콘텐츠 제작 회사의 이점이 드러나는 선택이었다.

티빙에서만 시청 가능한 영화도 있다. <샤크:더 비기닝>. 인기 웹툰 <샤크> 원작으로 배우 김민석이 주연이다. 극장에서 개봉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흥행 순위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공개 이후 티빙 상에서 인기 콘텐츠 순위에 등극해 있었던 것으로 흥행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티빙의 드라마

tvN 드라마를 제공한다. 그런데 그 이외에도 <마우스: 더 프레데터>처럼 기존에 있었던 드라마의 스핀오프를 제공하기도 하고, 단독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단독 콘텐츠로는 배우 전소니, 기도훈 출연의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가 있었고, 이후 기대작으로는 송지효 출연의 <마녀 식당으로 오세요>(택시 광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배우 김고은 출연의 <유미의 세포들> 등이 있다.



카카오TV

카카오TV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다. 제휴/계약된 동영상을 제공하기도 하고, 자체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기도 한다. 17년부터 제공해오던 개인방송 서비스의 경우 올해 7월 말, 최종적으로 서비스 종료하는 것으로 발표했으며,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는 처음 선보인 지 단 6개월 만에 지난 3월 누적 조회 수가 4억을 넘었고, 평균 주간 조회 수가 3천300만 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공격적으로 제작사와 PD들을 영입해온 성과가 직관적으로 드러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TV의 콘텐츠들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통해 볼 수 있으니, 그 이후의 성장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카카오TV의 드라마

<도시 남녀의 사랑법>, <며느라기>, <이 구역의 미친 X> 그리고 <오늘부터 엔진 ON>까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대부분 넷플릭스에서 실시간 시청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시리즈로, 일반적인 드라마 대비 짧은 길이감에 새로운 연출법을 도입해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는 카카오TV 플랫폼에 선공개된 후 7일이 지나면 유료화되는데, 모든 콘텐츠를 넷플릭스나 WAVVE에 추가로 공급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카카오 관계자는 '우리의 정체성은 스튜디오에 가깝기 때문에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고 하니, 'IP'중심이 되어가는 콘텐츠 산업의 기수를 잡기 위함이 아닐까 판단된다.


카카오TV의 예능

카카오TV의 활약은 예능에서도 두드러진다. 대부분 웹예능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제까지 정말 한 번도 본적 없는 새로운 콘셉트의 예능이 정말 많다.

<김이나의 톡이나 할까>와 같이 톡만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신개념 토크쇼부터, 공부를 하는 예능인 <공부왕찐천재>까지. 최근 유튜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공부왕찐천재>에서는 홍진경님이 공부를 한다. 그런데 그게 그 자체로 정말 웃기다. 모두의 인생 고민인 공부를 이렇게 재미있게 할 수 있다니, 물론 본다고 공부가 되는 건 아니지만, 공부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 굉장히 흥미롭다. 국민MC 강호동이 출연하는 <머선129>도 있다. 기존의 <네고왕>처럼 기업에 가 '본격 현피'를 뜬다. 그리고 보는 우리를 위해 각종 제품들과 서비스를 제공받아 온다. 또 다른 기라성 같은 국민MC인 이경규가 진행하는 <찐경규>도 있다. 대MC인 이경규가 나를 대신해 당근마켓에서 중고 거래를 해준다. 더 이상 방송국 예능과 웹 예능의 경계가 의미 없음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웹 예능이 아닌 기존 예능 문법을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그중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핫한 예능은 <체인지데이즈>. '하트 시그널과 비슷한 예능인가?' 정도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무려 '현재 사귀고 있는 세 커플이 모여 함께 살며 연인을 바꿔 데이트하는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내 애인이 다른 여자와 데이트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봐야 하는 그 기묘한 장면을 이 예능에서는 볼 수 있다.



이렇게 국내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만 살펴보더라도 그 수가 정말 많다.

현재 콘텐츠 시장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 놓여있다. 글로벌 OTT들 역시도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늘려가고 있으니, 앞으로의 콘텐츠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바로 '콘텐츠 그 자체'의 힘이다. 플랫폼이 아무리 다양해져도 결국 재밌는 콘텐츠는 살아남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떤 콘텐츠가 과연 대중에게 닿을지, 코로나로 인해 점점 격해지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경쟁이 플랫폼의 성장을 어떻게 키워낼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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