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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진 Aug 10. 2018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_6

엄마가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유년기에는 아기들을 참 좋아했었다. 이제 막 기고 낯을 가리기 시작했던 옆집 아기를 한 번 만져보고 싶어 어쩔 줄 몰랐던 시절도 있었다. 남동생이 있었지만 나이 터울이 워낙 많이 났던 탓에 각자 외동처럼 컸던 지라 어릴 땐 ‘나중에 크면 애를 4명은 낳을 거야 형제끼리 오손도손 지내게’ 하는 목표도 있었다.


 그랬던 나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변하기 시작해 스무 살 무렵에는 아예 아이들을 싫어했다. 지하철에서 보채는 아이가 있으면 열차에서 내려 다음 열차를 탈 정도였다. 결혼을 조금씩 생각하게 되었던 스물다섯살 즈음부터는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거기엔 초중고 시기를 워낙 정신적으로 힘들게 겪어낸 탓에 미래의 내 자식이 이런 환경을 겪는 것이 싫다는 배경도 있었고, 지금은 어느정도 이해하지만 당시로서는 원망이 가득했던 엄마의 강압적인 모습에 ‘나는 절대 엄마가 되지 않겠다’는 반발심도 있었다.


 당연히 결혼해도 애는 안 낳을 것이니, 워킹’맘’이 된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고 그런 삶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전업주부가 된다는 생각은 더욱 해 본 적이 없었다. 숱한 선배 언니들이 왜 조건 좋은 남자와의 결혼에 목을 매는지, 유능한 여자 선배들은 왜 출산과 동시에 회사에서 사라져갔는지 궁금 하지도 않았고 알고싶지도 않았다.

내가 생각한 결혼이란 지금의 삶에 남편이 하나 들어올 뿐
그 외에는 변하는 것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아니었다. 결혼과 동시에 사람들은 나를 ‘무주물’에서 남편의 ‘소유물’로 인지했다. 해외 출장을 가는 것도 내가 아닌 내 남편에게 의견을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귀여운 기억들이다. 가장 크게 내 인생을 뒤흔든 것은 역시 유년기 이후 내 인생의 목표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자식을 낳고 엄마가 된다’는 일이었다.

아이 없이 1년쯤 지났을까. 좋은 아빠가 되고싶다며, 초등학생때부터 장래희망에 '좋은 아빠'를 적어넣었다며 육아부담은 모두 자기가 질 테니 그저 낳기만 하라던 남편의 말을 나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가능한 것인 줄로 알았다. 왜냐면 나는 정말로 남자들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하드한 건설엔지니어 업무의 경중과 역차별에 대해서는 별도로 이야기하자)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돈을 벌었고 남자들이 그토록 불공평하다고 꽥꽥대는 결혼비용 문제까지도 전부 내가 처리했다. 부모님께 손벌린게 아니라 오롯이 내가. 그러니 나는 남자도 똑같이 여자가 하는 일을 할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전까지 난 살면서 아이를 키우는데 무슨 일이 생기는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알고싶었던 적도 없었다. 평생에 내 일이 될거라 생각조차 안해본 일 때문에 내 삶이 이토록 극적으로 달라질거라고는 더욱이 생각한 적이 없었다.

 출산육아 무관심녀는 그렇게 '애가 그리 좋다하니 남편이 알아서 키우겠지'라며 가볍게 출산을 결심하고, 이 일로 인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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