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5일 - 6월 7일
첫 번째 밤
화려한 호텔 내부를 구경하면서 룸으로 들어왔다. 아기침대, 아기욕조도 다 준비가 되어 있고 침대가드도 설치가 되어 있다. 너를 침대에 던져놓고 짐을 풀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호기심에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반짝한다. 당장 재우기는 글렀고, 목욕이나 시켜야겠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씻기고 바르고 기저귀 채우고 옷 입히고, 침대에 퐁 던져 놓으니 그제야 다시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하나 보다. 잠이 오면 곱게 자면 될 것을, 세상이 떠나가라 울부짖는다. 하던 일을 중단하고 불을 모조리 끈 다음 노래를 부르고 스쿼트를 하면서 겨우 겨우 재웠다. 이때가 밤 12시 10분.
이제 엄마도 씻고, 아빠는 짐 정리를 해야겠다. 빨랫감을 따로 모으고 오늘 쓴 젖병, 치발기, 장난감 설거지도 해야 한다. 그래야 내일 네가 또 물고 빨고 하니까. 엄마가 씻는 동안 설거지를 하려고 수세미랑 아기 세제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엄마가 분명히 챙겨 왔다고 했는데… 짐을 하나씩 다 꺼내도 봤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그까짓 세제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새벽 한 시가 되도록 이러고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혹시 엄마가 깜빡하고 두고 왔을지도 모른다. 씻고 나오면 한바탕 대거리를 할 심산으로 씩씩거리고 있는데 다 씻고 나온 엄마가 한번 휙 둘러보고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 있네”라고 한다. 그때는 망할 놈의 젖병 세제가 어디서 나왔는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아빠를 골탕 먹이려는 엄마의 기획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여행은 지속되어야 하니 피해망상을 억누르며 사태를 수습하고 잠을 청했다. 이렇게 여행 첫날이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