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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한의사 Sep 01. 2019

조식부페와 표선리 바다

2018년 6월 5일 - 6월 7일

조식부페와 표선리 바다

 분유를 먹었다. 엄마 아빠도 아침을 먹어야 한다. 비싸지만 뻔한 조식부페를 먹을 테다. 세수도 하지 않고 네가 먹을 쌀과자 몇 개를 들고 로비층으로 내려갔다. 먼저 온 손님이 두 팀 있었다. 두 가족도 아기와 함께 온 부부였다. 그 후에도 손님이 하나둘씩 오는데 모두 아기랑 같이 온 부부들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이 아이들로 가득 찼다.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고 우당탕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음식들이 날아다니고 난장판이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다들 아기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라서 서로 이해를 하는 것 같았다. 아비규환 속에서도 칸트의 시간은 정확하다. (‘칸트’는 아빠 똥의 다른 이름이다.) 칸트를 보러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사람들이 가득 찬 레스토랑을 보고는 아차 싶었다. 중앙에 있는 벽을 기준으로 아기 동반석과 일반석이 구분이 되어 있었던 거다. 우리가 왔을 때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 아무 생각 없이 안내해 주는 곳에 가서 앉았는데, 아기 동반석으로 안내를 해준 것이었다. 지금 보니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처럼 무간지옥과 자본주의 유토피아가 극명하게 대비되어 있다. 한쪽은 음식물의 포화 속에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과 절규하는 부모의 모습이, 한쪽은 따뜻한 햇살 속에서 손을 잡고 포도 한 알을 서로의 입에 넣어주고 있는 신혼부부의 모습이 아빠의 눈앞에 영화처럼 지나갔다. 


 밥을 다 먹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창 밖으로 보이던 바닷가에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다시 칸트가 찾아와서 스프링클러가 터진 호텔 앞 잔디밭을 가로질러 뛰어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 바람에 옷이 다 젖었다. 멀찍이 가고 있는 엄마랑 네가 보인다. 뛰어갔다. 그사이에 엄마가 노란 꽃을 하나 꺾어 오른쪽 머리에 꽂았다. 바보 같고 예쁘다. 바다 쪽으로 더 걸어가니 검은 현무암으로 된 해안가가 나온다. 등대가 보이는 언덕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또 한참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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