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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 Mar 28. 2021

춤 추는 모습 보는 거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합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나는 몸 쓰는 일에는 영 자신이 없었다. 못하는 걸 알고 있으니 더 시도하지 않게 됐고, 안하다 보니 더 못하게 되는 악순환 일로의 인생이었다. 체육 시간은 늘 스트레스였는데, 실기 시험의 낙제를 필기 시험 성적으로 그나마 메꿔야 했기 때문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체육 필기 시험 전날은 다른 때보다 긴장을 하곤 했다. 물론 필기에서 만점을 받은들 망쳐놓은 실기의 마이너스를 상쇄시키긴 불가능했다. 그나마 최악을 피하기 위한 발버둥 정도.


몸을 잘쓰는 사람들은 그래서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운동을 잘하는 친구들이 부럽고 멋져 보였다. 날아오는 공을 척척 잡아내거나 쳐내는 그 감각이 궁금했다. 시원시원하게 타이밍에 맞춰 뻗어나가는 팔과 다리의 움직임이 신기했다. 몸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건 어떤 느낌인걸까 대체.


요즘도 많은 십대들이 그렇듯, 또 십대 이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그 시절 아이돌에 한참을 빠져 있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참 재밌는 일이었다. 노래를 듣는 것도 좋고 그들이 출연한 방송을 챙겨보고 라디오를 듣고 인터뷰를 찾아보는 것도 다 좋았다. 하지만 결국 가장 나를 매료시킨 건 무대, 그러니까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칼같이 짜여진 안무를 여유로운 표정과 제스처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나랑 같은 몸을 가진 사람이란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저 파트에서 몸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는지, 저 순간 표정은 어쩜 저렇게 딱 맞추어 변하는지.


특히 아이돌마다 춤에 특화된 멤버가 한 둘은 있게 마련이었는데 그들은 정말 같은 동작을 같은 곡에 맞춰 해도 뭔가가 달랐다. 물론 어마어마한 노력이 뒤에 있었겠지만, 그건 일단 타고나기를 다르게 타고난 몸이었다. 나같이 몸을 움직이는 법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 죽을만큼 노력한대도 결국 가질 수 없는 성질일 거라고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춤을 출 때 빛나는 그들은 단순히 예쁘고 멋진 수준을 넘어서, 아름답다는 형용사가 가장 적합했다. 매 순간 몸이 만들어내는 곡선과 직선의 연결 하나하나가 정말로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지금은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퍼포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나는 무대 영상 혹은 춤을 추는 영상을 가끔씩 찾아본다. 유튜브가 추천해 준 영상 몇 개를 보다보면 세상엔 춤 잘 추는 사람들이 여전히 너무 많은 듯 하고, 그 덕분에 나의 몇 분이 참 즐거워진다. 특히 나는 예쁜 여자가 예쁜 춤을 추는 걸 보는 걸 매우 좋아하는데, 주로 여자 아이돌들의 춤선을 보며 홀린 듯 감상하곤 한다. 좀 이상한가? 일종의 길티플레저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별로 길티하진 않다. 예쁜 거 좋아하는 건 본능이지!



며칠 전엔 유튜브에서 있지의 예지님이 춤추는 영상을 보게 됐다. 춤 추는 모습을 전에도 몇 번 영상으로 본 적이 있긴 했으나, 이번 영상은 작정하고 연습해서 찍은 것 같았다. 춤 선도 예뻤지만 순간순간 노래에 맞춰 짓는 표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몸이 저렇게 움직인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여전히 평생 내가 알지 못할 질문을 궁금해하며 감상했다. 앞으로도 예쁜 분들이 예쁜 춤을 많이 춰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왜 썼냐면, 최근에 아이패드 드로잉을 취미삼아 시작했는데 마침 예쁜 춤 영상을 봤고, 그 주인공을 그려보고 싶어져서 진짜로 한 번 그려보았다는 이번 주말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심심했던 주말 일기인 셈이랄까.


영화도 몇 편 봤는데, 까먹기 전에 그 이야기도 조만간 기록해 둘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좀 부지런해진다면 가능할텐데. 나른함과 나태함을 이기는 건 어쩜 이렇게나 힘든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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