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작, 나의 도전
내가 처음 일한 회사는 총직원 6명의 소기업 중에서도 소기업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부장님은 사장님의 아내였으며 대리님은 차장님의 동생이었다.)
그때는 내가 참 순수했다.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이 작은 회사를 열심히 해서 큰 회사로 키우는데 일조를 하고 싶었다.
입사 후, 2년쯤이 지났다.
사장님이 사무실에 아닌 밖에서 보자며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셨다.
난 몰랐는데 눈치 빠른 친구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개할 전화인지 안다고 하더라.
어쩌겠나. 난 센스가 없는 것을.
그렇게 첫 번째 직장의 경력은 끝이 났다.
끝이 났다기보다는 잘렸다. 보란 듯이.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친구들은 잘만 가는 대기업도 가지 못했는데 더군다나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던 회사에서 마저 잘리다니….’
회사에서 잘렸다는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다.
먼저 부모님이 너무 속상해하실 것 같았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에게 말하기에는 창피했다.
11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내가 잘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에 ‘잘림’을 통보한 사람과 나, 두 명뿐이다.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다가오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ㅜㅜ’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에서 나만 실직을 당했을까?
분명 내가 살고 있었던 관악구에 몇 명은 더 있지 않을까?
아님 범위를 넓혀 서울시에는 분명 누군가 나와 같은 처지가 있지 않을까?
솔직히 난 회사 사정이 어려운데도 ‘내가 설마 권고사직을 당하겠어?’라는 안일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사회는 냉정하다. 그리고 인재는 많다.
사실 나는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위험 속에 살고 있었으나 그 위험을 부정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 잘리는 큰 일을 겪고 나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내 업무 실력이 형편없나?’
‘어쩌겠어…. 난 뛰어난 인재지만 회사 상황이 안 좋은 걸.’
‘잘됐어! 어차피 이 놈의 회사 때려치우려고 했어!’
하지만 나의 손은 어느새, 눈물을 닦고 있긴 했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 정답을 쉽게 찾았다면 아마 잘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나에게 벌어질 수 있다.
불행한 일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벌어진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건 정말 어린아이 같은 발상이다.
이런 어린아이 마인드는 불행이 나에게 다가왔을 때, 더 처참히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권고사직과 함께 깨달았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이보다 더 나쁜 일이 앞으로 펼쳐질 수도 있다.
심지어 내 잘못이 아님에도 나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 수도 있고 경제적인 여건이 그렇게 만들 수도 있고 하늘이 그렇게 만들 수도 있다.
어찌하겠는가. 이 것이 인생인 것을.
달리 생각해보면 나는 이미 회사생활에서 한번 큰 일을 겪었다.
그래서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나름 쌓인 경험치가 있다.
20대에 처음 경험한 일이어서 망정이지 40대에 처음 겪었다면 더 충격이었을 수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무조건 장애물을 만난다.
초등학교 때, 장애물 달리기를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분명히 첫 번째 장애물보다는 마지막 장애물이 덜 무서웠던 것 같다.
그래! 나는 남보다 먼저 앞서 장애물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