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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키 Jan 05. 2024

자신감을 주는 기초 마법

과외 수업하러 철수의 집에 갔을 때의 일이다. 여느 때처럼 학생의 어머니가 현관문을 열어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뭔가 새롭다 싶어서 보니 어머니가 머리에 염색도 하시고 예쁘게 파마도 하셨다. 자동 반사적으로 한 마디 했다. 

“오~ 어머니 파마 하셨네요? 훨씬 어려보이셔요.”

평소 일에 찌들어서 그런지 생기 없던 어머니 얼굴에 문득 꽃이 핀다. 아니, 언젠가 봤던 해돋이? 항상 무표정에 가깝던 어머니의 표정이 툭 던진 내 인사말을 듣고는 떠오르는 태양처럼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들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니 파마를 3일전에 했는데 그동안 아무도 알아봐주질 않더니 선생님이 처음으로 알아봐주시네요^^; 우리 철수 아빠는 원래 나한테 관심도 없고.. 하하”

수업준비를 마친 철수가 방으로 들어오자 철수 어머니는 한 번 더 말씀하셨다.

“아들, 엄마 파마한 거 몰랐지?  너랑 형이랑 아빠는 암말도 없는데 선생님이 처음으로 알아보셨네.  응?  아들?  선생님이 처음으로 알아보셨어.”

아들은 그 말을 듣고도 별 말이 없다.  원래 말수가 적다.  어머니는 방문을 나서기 전까지 똑같은 소리를 두 번이나 더 하고 나가셨다.


나는 평소에도 이런 인삿말을 잘 건네곤 한다. 친구한테도, 동료한테도, 식당 이모한테도. 이 한마디가 뭐 그리 대수일까?


어머니가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기로 결심하신 이유가 꼭 남들에게 예뻐 보이려는 단 하나의 이유였을까.  그것보다는 그저 기분전환을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의식중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는 남들에게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셨을 것이다.

그 집에는 어머니 말고도 아들인 철수와 그의 형, 그리고 철수의 아버지가 함께 사신다.  내가 직접 봤는데 세 명 모두 눈이 두 개씩 잘 달려있다. 세 남자는 엄마의, 아내의 바뀐 헤어스타일을 알아채지 못한 것일까?  아니다. 도저히 그럴 수는 없다.  일주일에 겨우 한 두 번 보는 과외선생님도 단번에 알아챈 모습인데.  그 세 남자는 그저 눈으로 본 것을 입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남자도 그렇지만 특히 여자는 더 예뻐지고 싶고 더 날씬해지고 싶고 더 패셔너블해지고 싶다. 자기만족을 위함도 있겠지만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자꾸 남자에게 원피스와 투피스 중 어떤 게 더 잘 어울리는지, 앞머리를 기를지 말지 물어보고, 바뀐 틴트 색깔을 알아봐주길 바란다. 

상대방의 외모나 변화에 대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지적이 아니고서야 마음속에 아껴둘 이유가 없다


나는 항상 앞머리를 내리고 다니다가 강의가 있거나 특별히 기분 좀 내고 싶은 날에는 이마가 보이게 앞머리를 올리기도 한다.  그러면 그날 하루 동안 마주친 사람들 중 한두 명쯤은 “머리 올렸네?”라는 한마디를 건네 오기도 하는데, 그 사소한 알아봐줌이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다. 머리를 올리니까 훨씬 잘 어울린다거나 잘생겨 보인다는 구체적인 말이 아님에도 나로서는 나중에 그 사람이 한 번 더 생각나게 된다.

그런 사소한 한 마디를 건넬 줄 안다는 것은 타고 났든 연습을 했든 그 사람의 큰 장점이자 능력이다. 어떤 말이든 그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계속해서 하고 하지 않는 사람은 계속해서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매력이 넘치는 사람은 항상 매력이 넘친다.


“우와 예쁘다!”는 칭찬이다. 때로는 거짓말이기도 하다. 알아봐준다는 건 거짓말일 수 없다. “파마했네?”라고 알아봐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 중 자연스레 듣기 싫은 말은 오지랖이 되고 듣기 좋은 말은 칭찬이 된다.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자신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방법, 나아가 안정된 자신감으로 대인관계능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마법과 같은 방법은 다른데 있지 않다. 우리가 서로서로 마법을 부려주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효과 있고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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