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축구를 하는 동생 철수에게서 상담요청이 왔다.
“여자친구가 SNS에 자꾸 몸매자랑을 해요.”
부럽다. 이게 고민거리라고? 짜증나네. 라고 생각하는 남자들 많을 것 같다.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그 하나의 이유로 철수는 여자친구와 크게 싸우고 헤어졌다. 철수의 여자친구는 듣기로 SNS 팔로워가 8천명, 예쁜 외모와 섹시한 몸매로 일반인 치고 SNS상에서는 인기가 좀 있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녀가 올린 비키니 착용 사진. 어쩔 수 없이 나도 보게 됐는데...
와우?! 과감한 자신감이 놀랍다. 제 3자가 볼 땐 감사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남자친구인 철수로서는 충분히 분통 터질만도 했다. 첫번째로 수영복 면적이 너무 적었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서 왜 사람들 의견이 갈리는지 알 것 같은 기분. 두 번째, 정체 모를 남자들이 댓글창에 여자친구의 몸매를 감탄하고 칭찬하고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상황. 철수도 이 부분을 가장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냥 헤어져버렸어?”라고 했지만 평소 오픈 마인드라고 생각하는 나라도 반복되는 스트레스 요소를 안고 연애를 지속하는 건 싫다.
인별그램에서 불특정 여성에게 입맛 다시는 남자는 아주 흔하다. 비키니 사진을 종종 올리는 계정? 그 유명세는 가만히 있어도 순식간에 상승한다. 몸매 이야기로 시작해 야한 농담으로 대화를 이끌어내기에 비키니 사진은 흑심을 품은 남자의 입장에서 상당히 써먹기 좋은 아이템이고, 어찌됐든 그것은 칭찬의 색깔이기 때문에 여자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감사하다는 댓글 대응 정도는 의미를 두지 않는 팬서비스다. 남자친구는 그런 외간 남자와 여자친구의 대화가 아주 크게 거슬리는 게 당연할텐데, 여자친구가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SNS에 몸매자랑을 한다면 결국 파국이다. 처음부터라면 모를까 납득을 하지 못하던 사람이 아무런 상황변화 없이 스스로 납득을 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테니.
암 발병의 주 원인 두 가지는 식습관과 스트레스. 그래서 헤어지는 것도 이해는 된다. 굳이 스트레스 받으며 만남을 이어가야 할까.
다만, 어떤 기본값을 설정하기만 해도 일은 꽤 수월해진다. SNS에 올라오는 사진에는 주로 좋은 것들만 가득하다. 멋진 휴양지, 맛있는 음식, 예쁜 얼굴, 가꾼 몸, 계절과 걸맞는 풍경, 귀여운 아기 등이 대표적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그런 지극히 선별적인 일상을 찾아보며 부러워하고 때로는 열등감을 느낀다. 여기에서 오는 정서적 문제점들은 이미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업로더의 입장은 그와 반대다. 내가 올린 사진을 본 다른 사람들의 좋아요와 댓글들. 이는 소소한 성취감을 넘어 크나큰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
이게 설정해야 할 기본값이다. 원래 그런 값. 사람은 누구나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
공개적으로 몸매자랑을 하는 여자친구의 심리는 심플하다. 관종. 자신의 몸매, 또는 성공적으로 보정된 몸매사진이 흡족해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심리일 뿐이다. 남자친구가 이것을 문제 삼는 이유는 단 하나. 괜히 입맛 다시는 똥파리가 꼬일 것 같아 불안한 것, 다시 말해 또 하나의 관심. 여자친구는 이 점을 기억하고 흠 잡힐만한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남자친구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몸매 평가 댓글에 일일이 답변을 달아주는 일은 삼간다든지, 1:1대화창이나 쪽지 등 개인적 연락을 무시해주는 처사. 그런 노력이 있다면 남자친구는 사람은 누구나 관종이라는 기본값을 토대로 상당부분 이해가 가능해진다.
관심은 누구나 받고 싶어 한다. 오히려 자랑할 만한 멋진 몸매의 소유자가 내 여자친구라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것도 무리가 없겠다. 친구들은 분명 철수를 부러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