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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키 Jul 20. 2022

나는야 코리안 카사노바


여자에게 인기 있는 남자가 되는 방법을 적어본다.

잘생긴 얼굴은 필수고, 돈이 많고 멋진 수입차를 타야 하며 큰 키에 근육질 몸매를 가졌다면 여자가 도무지 싫어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여자들이 싫어할 만한 남자다. 얼굴도 잘생기지 않았고 돈도 없는 비정규직 프리랜서에 평범한 국산 차를 타는, 아무 데서나 눈 돌리면 볼 법한 흔하디흔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맙소사.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조금 민망하지만 나는 인기남이다.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어마어마한 수의 여자를 만나올 수 있었던 내 비결을 최초 공개한다.


나는 은근히(?) 다재다능한 편이다. 인연이 닿았던 여자들이 내게 직접 말해줬던 나를 좋아했던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재미있다, 친절하다, 세심하다, 운동을 잘한다, 노래를 잘 부른다, 수학 문제를 잘 푼다, 게으르지 않다 등...

가만히 보니 내 비결에 비해 서두에 언급했던 인기남의 비결은 모두 외모와 관련이 있다. 그것들을 갖추지 못한 나는 (꼭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미련을 두지 않고 내가 이미 가진 장점들을 살리는 방법을 택했다. 날 보고 재미있다고 하니 더 재미있으려고 노력했고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멋있게 미간을 살짝 찌푸리기도 했다. 결과론적이지만 어쨌든 내가 고수한 방식은 톡톡한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사업가, 저술가, 스파이, 음악가, 군인, 심지어 법학박사에 외교관, 재무관까지 그저 정력 좋은 호색가로 알려진 카사노바 단 한 명이 몸담았던 직업들이다. 바람둥이라는 단어와 함께 자연스레 떠오르는 유일한 사람인 카사노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저 여자만 밝힐 줄 알았던 인물이 아니다. 

그는 수학에도 능통해 프랑스 복권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고, 최초의 공상 소설 작가이기도 했다. 점성술, 연금술, 마술에도 능했고 무용, 펜싱, 승마에도 일가견이 있었으며 폭넓은 교양과 재치 있는 언변으로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교류했다. 

워낙 합법과 불법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도전적인 삶을 살았던 탓에 그는 편안하게 여자를 만난 날보다 위기 속에서 만난 날이 더 많다. 그런 카사노바가 그토록 손쉽게 여자를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외모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가진 수많은 강점들을 매력적으로 어필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길에서 마주치는 커플 남녀 중 한 사람의 외모가 떨어져 보일 때 비웃거나 수군대곤 한다. ‘뭐야 남자가 돈이 많나 봐’ 내지는 ‘하... 저런 사람도 여자친구가 있는데’ 하며 배아파한다. 배우 김혜수는 동료 배우 유해진과의 열애설에 사람들이 의아해하자 "유해진은 여러분들이 보지 못하는 매우 큰 매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외모라는 일차원 도구에 갇힌 사람은 평생 본인보다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만 부러워하다가 자신의 장점은 까마득히 모른 채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여자의 마음을 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여자의 마음을 살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게 된다. 그 어떠한 초능력보다도 어마어마한 능력이 아닌가. 이것은 우리가 약점에 얽매이지 않고 강점을 위주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인간은 자유롭다. 그러나 자신을 믿지 않을 때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주어진 운명의 길을 잠자코 쫓아가기만 한다면, 신이 인간에게 이성을 허락하면서 부여한 힘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내 롤모델에 카사노바를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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