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즁 필름 Apr 14. 2023

<파벨만스> 리뷰

영화라는 건 마치 꿈같아서

당신의 인생에서는 당신이 주인공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주인공으로 살아갈까? 사실은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다. 어쩌면 그걸 깨닫고 받아들이는 게 우리들의 인생이다. 영화 <파벨만스>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슬프게 들릴지도 모르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하기 싫은 일과 각종 시련에 허덕이며 어렵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걸 굳이 간지럽게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 할 필요 없지 않을까? 주인공이 아니면 어떤가. 세상엔 너무나 다양한 역할이 있고,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역할이 있는 것인데 말이다.


그런 수많은 역할들 중 ‘감독’을 선택한 이가 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할 때까지의 자기 자신을 영화로 만든 ‘영화감독’이 있다. 바로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블록버스터의 시초를 만들어낸 사람이자 아직까지도 좋은 영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거장이다. 상상력을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 우리에게 구현 해준 그 감독 자신의 이야기가 바로 영화 <파벨만스> 다.


영화는 극 중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인 ‘샘 파벨만’이 처음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서 열차가 부딧치는 장면에 매료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그가 살아간 이른바 영화인생은 각종 고난이 끈임이 없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유명한 거장의 인생은 탄탄한 것들을 이뤄나가는, 일종의 자서전 같은 느낌을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의 초반부부터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물론 나도 그랬다.


어린 샘은 영화라는 것에 이끌려 무언가를 담아낼 때, 그가 불행해지는 경험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그가 실제 현실에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이 영화에 가장 키가 되는 사건조차도, 우연히 그가 무언갈 담고, 편집해 가는 와중에 발견하게 된다. 그만큼 그의 어렸을 적 영화를 찍으며 그가 느낀 ‘절망’이 가장 크게 부각된다.


그가 유대인으로 미국에서 생활한다는 것도, 아버지의 직장에 따라 미국 동서부를 누비는 인생을 살았던 것도, 그리고 학교에서의 따돌림이나 심지어 그가 한 사랑까지도 어떻게 보면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그 삶에 항상 함께한 영화를 사랑했다.

영화를 보는 '파벨만'들의 각기 다른 표정과 시선

제목인 <파벨만스>는 극 중 가족들의 성인 ‘파벨만’의 복수형이다. 자전적인 영화에 가상의 가족들의 성을 사용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그의 가족. 특히 부모님에게서 참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정말 다른 사람이라는 점이다. 영화 첫머리에 처음 영화관에 가는 게 두려웠던 샘에게 아버지는 영화관 영사기의 원리를 설명한다. 진실을 알면 무서워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이성적인 샘의 아버지. 반면 영화는 그냥 꿈같은 것이라며 이야기해주는 감성적인 어머니를 가진 샘이었다.


스필버그는 그 둘의 시선을 쏙 빼닮은 영화들을 만들어낸다. 영화가 정말로 현실의 있는 그 무엇을 구현해 내기 위해 갖춰야 할 수많은 과학과 특수효과들은 아버지에게서, 그가 만든 영화들이 대부분 따듯한 시선과 포근한 인간냄새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처럼 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이니 어찌 이 영화가 재미있지 않을 수 있을까.


고등학교 시절 그를 때려서 괴롭힌 사람을 그가 만든 영화에서 아주 멋진 주인공으로 묘사하는 내용은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가 영화감독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이 장면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영화 안에서 자신이 담아내는 사람은 현실의 사람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미 본능적으로 알았던 그다. 


왜냐하면 ‘영화’라는 것은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말했듯 정말 ‘꿈’과 같은 것이니 말이다. 꿈은 현실이 아니고, 현실에서의 누가 어떻든 그가 만들어낸 꿈 속에서는 감독으로서 그걸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가 정말 현실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기도 하다. 그가 어려서부터 담아 온 그의 영화에는 연출된 장면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자연스러운 일상 과정에서 담긴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신의 삶 자체를 또다시 영화로 만들어내고, 그 영화 안에서의 삶은 또 영화 안의 영화로 소개된다. 그 연결고리에 영화를 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그만의 시선과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파벨만스>에서 관객들은 꿈과 현실이 모두 이어진 고리들을 보게 된다. 그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우리는 마치 좋은 꿈을 꾼 것처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와 나라는 작은 전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