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의 첫 돈벌이
그리고 첫 직장

프로그래머 시리즈 #2

by 즁 필름

프로는 무엇일까? 프로는 전문적인 기술로 돈을 번다. 돈을 벌기 전까지는 취미나 공부에 불과하다. 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으로 돈을 벌어보고, 그리고 첫 직장에 가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어린 시절에 그냥 컴퓨터를 만지는 것이 좋았던 나는 자연스럽게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가게 된다. 흔히 이때까지만 해도 직업인으로서의 프로그래머를 잘 모른다. 프로그래밍이 재밌는 것과는 별개로, 그 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생활 중에 우연하게 처음으로 돈을 벌게 된다. 교수님의 연구실에 들어가 연구실 선배들과 만들었던 프로그램이 다른 업체에 납품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게 내가 처음으로 프로그램으로 벌었던 돈이었다. 내가 즐겁고 공부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당시에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프로그램은 누군가에게 팔았으면 안 되는 수준의 것이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당시에 이미 돈을 벌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지금도 가능한 웹사이트를 만들어주고 돈을 버는 형식이었다. 혼자서 돈을 벌만한 수준이 되려면 무엇인가 굉장한 전문가가 되거나, 혹은 엄청난 경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았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프로그래머에게는 그렇지 않다. 상상하는 대로의 무엇을 구현해주는 것. 그것이 프로그래머가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첫 번째 덕목이었고, 그 친구는 그걸 갖췄기 때문이었다.


내가 군대에 다녀온 사이에 병역특례였던 그 친구는 이미 회사에 자리를 잡은 상태였고, 나의 훌륭한 멘토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제안으로 별생각 없이 그 회사에 친구를 도와주러 가기에 이른다. 싱겁지만 이게 내가 가진 첫 번째 경력이자 첫 직장으로의 취업기다.


취직을 했던 그 업계는 통칭하여 SI 업계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쉽게 말해서 다른 회사에서 원하는 시스템을 대신해서 구현해주고, 그것을 납품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곳이었다. 대학교에 다닐 때 생겼던 닷컴 버블 때 호황기를 맞았던 업계이지만, 점차 가격경쟁으로 업계가 몰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프로그래머들의 인력시장으로 불리는 곳이 되고 만다. 디자이너 업계에서 예를 들자면 에이전시와 비슷한 개념이었다.


업계의 모든 안 좋은 점을 열거하자면 끝도 없이 써 내려갈 수 있지만, 그곳에서의 지옥과 같았던 생활의 원인은 일단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일정이 사람보다 우선한다"라는 것이었다. 일정은 당시에 프로그래머에게 책정된 돈으로 산출되었고, 그 가치는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돈을 별로 받지 못하게 되자 당연히 일정은 촉박해져만 갔고, 그것은 그걸 그 기간 내에 구현해내야 하는 프로그래머의 발등에 떨어졌다.


그렇게 매번 비슷한 프로그램을 납품하면서도 비슷한 일을 또다시 구현해내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하고, 그런 업계를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첫 직장에서의 기억은 굉장히 괴로운 기억으로 채워진다. 이런 낙후된 업계는 당시에 나에게 정말로 큰 깨달음을 주었는데, 코딩만 할 수 있다면 어느 곳이든 즐거울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나이브함이 그 첫 번째 깨달음이었고, 내가 생산해내는 코드보다 그 코드들로 결국에 만들어질 제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첫 직장에서의 시간이 헛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깨달음에도 모텔에서 생활하며 일했던 힘들었던 근무환경과 도무지 나아질 구석이 보이지 않았던 환경 속에서 점점 생각을 포기하게 되는 단계가 왔다. 그런 터널과 같았던 시간이 지나가고, 미래가 점점 불투명해져 가면서 오히려 정신 차리고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된다. 다행히 내가 그런 고민을 시작할 때와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출시되는 시기가 맞아떨어지면서 나는 전혀 다른 길로의 도전을 준비하기에 이르게 된다. 바로 아이폰의 앱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아이폰에 대한 개발을 해보자고 마음먹은 날. 바로 맥북을 구입했다. 그 맥북의 가격은 150만원 남짓이었지만, 지금 나에게 준 가치로 환산해보자면 수 억에 이를 것이다. 당시에 우리나라는 아이폰이 출시되며 앱에 대한 관심과 돈이 몰리던 시기였고, 나는 그 파도에 몸을 맡겨보기로 결정한다.


프로그래머의 첫 번째 덕목은, 상상하는 대로의 무엇을 구현해주는 것이고, 당시는 그것이 '앱'이었던 것이다.


위의 글들은 유튜브 <즁 필름>에서 영상으로 만나보실 수도 있습니다. [해당 영상 보러가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초등학생 때부터 프로그래머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