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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즁 필름 Nov 01. 2022

<환승연애> 과몰입의 이유는?

이미 끝난 연애, 다음이 있을까요?


<환승연애>를 하나의 질문으로 요약해내는 문장입니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대부분 연애를 경험한 이라면 해보았겠죠. 요약해낸다는 표현에서도 읽을 수 있지만, 이런 요약은 수많은 오해와 엇갈림을 낳게 됩니다.


얄궂게도 누군가에게 다음은 재결합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이와의 만남일 수 있습니다. 그런 엇갈림을 걸작으로 표현해낸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는 셀 수 없이 많지요. 연애라는 것이 어쩌면 인류사 최고의 난제이니까요.


우리는 연애를 할 때 대부분 환승을 경험합니다. 그것이 꼭 연애의 종료와 동시에 시작하는 버스 환승과 같은 순간은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엑스를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그 과정 전체가 그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우리가 그 모든 과정을 엑스와 썸(남, 녀)과 같이 살면서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게 <환승연애>의 다른 점입니다. 가장 깊은 곳에 숨겨둔 마음의 정리와 새로운 시작을 모두와 함께 한다는 설정. 그래서 많은 이들로 하여금 과몰입을 부르게 하고, 출연진들에게도 인생에 다시없을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죽을 때까지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감춰진 나를 스스로 본다는 게 어쩐지 좀 아파"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좋아하는 대사 중 하나입니다. 연애는 상대방과 하는데, 거기 비친 숨겨진 나를 본다는 의미에서 좋아하는 대사에요. 연애는 나를 제대로 봐야만 하는 순간을 강제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그 질문의 답하는 과정을 <환승연애>는 출연진에게 3주의 시간에 압축적으로 경험하게 해 주고, 우리는 그걸 20회에 걸쳐 보게 됩니다.


연애의 사소하지만 인생이 절단날 것 같은 싸움. 편안함인 줄 착각했던 사랑. 아주 조금의 차이였다고 오해한 넘을 수 없는 간극 등. 연애의 그 민낯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애는 가장 달콤하면서, 가장 쓰기도 하다던가요? 그래서 그 경험에 성장할 수도, 아파할 수도 있는게 우리가 모두 겪어온 끝나거나 경험 중인 연애의 모습입니다. 

당신에겐 이렇게 절절한 소개를 써줄 사람이 있나요?

그러면서 결국 알게 되는 것은 ‘나’라는 사람입니다. 모든 것이 싫다가도 이것 하나에 좋아지는 나의 모습. 모든 것이 좋다가 어느 것 하나에 모든 게 무너지는 것을 느끼는 나의 모습을 알게 합니다. 조금만 과장한다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 예능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다들 그 출연진 중 누군가를 진심으로 욕하고 있는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그건 그 안에 내가 싫어하는 이의 모습이 보이고, 못난 내가 보이고, 과거의 연애가 보이고, 사랑했지만 떠나보낸 이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선택은 마치 내가 선택하는 것인 양 떨리고, 조마조마 해집니다. 최종으로 선택하는 것에 대한 무게감도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끝난 연애와 새로운 사람과의 연애. 그 사이의 선택은 바꾸어 말하자면 과거의 나와 앞으로의 나 사이에서 어찌 살아나갈지에 대한 선택으로 바꿔 말해도 전혀 다른 말이 아닙니다.

부담부담몬 규민

3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출연진들은 평소 몇 년에 걸쳐 평소 정리해내고 다짐하는 순간을 매분 매초마다 고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잔인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본질적 이기도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선택에 와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보는 이들도 납득하게 됩니다. 그런 감정의 전달이 너무나 충실하고 밀도 있으니까요. 출연진에게 결코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내내 들고, 제작진은 정말 악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해요.

과몰입의 주인공 해은

"내가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이렇게 깊이 들여다봐도 되는 것일까?"


그것이 설령 이해되지 않는 마음이라도, 그것이 너무 내 마음과 같아 같이 눈물을 흘릴 마음이라도 나는 그것이 참 좋았고, 두려웠고, 그들의 그 용기에 감동하게 됩니다. 한번도 만나 본적도 없는 사람을 이토록 응원할 수 있는 기이한 나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환승연애>에 과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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