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아마추어 축구를 주목해야 하는가.-
여기서 주목할 사회 트렌드 ; 개인주의, 브랜딩, 골때녀, 뉴미디어, 하부리그 출범, 월드컵과 코리안리거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주의 확산이 완료되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축구라는 스포츠에서는 <팀>이 거의 필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축구를 직접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개인주의'는 기존 집단주의의 악폐습, 거의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사회적 소통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반작용이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결과로 '팀' 자체의 전방위적 해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가 아닌(ex. 1 VS 1 & 프리스타일 풋볼) , 소셜매치 형태라는 해당 경기를 위해서만 구성된 <느슨한 팀> 의 결성을 촉발하였다. 현재 아마추어 축구에 접근하는 구성원들은 기존의 연고(지역, 학교)를 기준으로 결성되었던 <조기축구 팀> 외에 소셜매치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추가된 것으로 보이며, 소셜매치가 확산될수록 축구 경기에 대한 허들은 2개에서(팀 결성 및 유지 &구장 확보)에서 0.5개 정도 (느슨한 팀 결성 &구장 해결) 로 감소되는 바 앞으로 축구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소셜매치가 트렌드를 넘어 주류가 될 것인가? 는 생각해 볼 지점이다. 축구의 기본 양태가 바뀌지 않는 이상, 팀 스포츠에는 '전술' & '조직력'이 더 <재밌는> 경기를 만드는 기본 요소이고 이것은 개인의 <욕망>의 관점에서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전근대적 집단주의 -> 개인주의(이기주의) -> 합리적 개인주의(공동체주의) 로 나아가는 변증법적 흐름으로 예측해 보건대 기존 연고주의에 고정되었던 팀 결성을 넘어선 개인의 wants에 따른 <마음 맞는 사람> 끼리의 팀 결성 트렌드가, 오히려 소셜매치의 흐름 속에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해 볼 수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대한민국을 강타한 트렌드 중 하나로 <브랜딩> 열풍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너도 나도 브랜딩을 외치는 통에 브랜딩에 대한 사회적 함의가 불분명하나, 이를 통해 적어도 각종 디자인의 질적 향상과 브랜드 슬로건 및 방향성의 정립 시도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견 강요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주먹구구> 에서 <그래도 있어 보이는 주먹구구> 로의 변화 정도로 읽힐 수 있는 이 트렌드는 생활축구 신에도 적용되는 바, 흔히 <조기축구>라 했던 것들이 소위 <아마추어 축구>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 기류를 포착할 수 있는 것으로, 생활축구 신 구성원들의 직업 변화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생산직, 영업직, 세무 회계 등의 사무직, 택시 버스 등 운송 서비스직 이 주류였던 <조기축구>와는 다르게, 현재 <아마추어 축구>의 팀원 구성 안에는 플랫폼 산업 탄생으로 촉발된 '디자이너' & '마케터' 직군의 증가가 반영되어 있음을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 구성의 변화를 통해 팀 내에 포토샵, 일러스트, 적어도 스마트폰 이미지 편집 앱을 다룰 줄 아는 인원들과 소셜 미디어의 영향에 민감한 인원들이 포함될 수 있었고, 이는 ‘동네축구’가 자연스레 '브랜딩'을 감각하고 희구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추어 축구> 변화로의 증거는
1 - (지역명이나 학교명을 볼 수 없는) 팀 이름 & (있어 보이는) 엠블럼 디자인 ,
2 - 전사 유니폼 제작 시 기성 레플리카 템플릿(다수의 전사 유니폼 브랜드 등)을 거부하고 자체 디자인 제작 추구(페퍼로니 등)
3 - 팀 SNS 채널 운영 및 SNS로의 경기 매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팀들의 결성 및 운영은 일본이나 유럽 등 축구 선진국의 스타일리쉬한 로컬 아마추어 팀들이 NIKE F.C , 엄브로 등 유수 브랜드와의 협업과 자체 굿즈 생산으로 단순한 생활축구 팀을 넘어 <수익 모델>을 구축한 것을 롤모델로 삼은 마케터 또는 디자이너들이 소속 회사에서 이루지 못한 자체 <브랜딩>에 대한 본인의 욕망을 자신의 취미인 생활축구에 투여하는 해소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4년에 한번 다가오는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HYPE으로 인해 당분간 대한민국 생활축구에서는 이러한 소규모 로컬 팀들의 수많은 이합집산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해 본다.
레거시 미디어에서의 <여성 축구> 라는 카테고리에 대한 콘텐츠 제작은 생활축구 신에 예상 범위보다 더 큰 영향력을 일으키고 있다. 생활축구는 대한민국에서 반백년의 역사동안 한쪽 성의 전유물에 가까웠는데, '월드컵' 이라는 거대 미디어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생활축구>의 외연 확장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로 해당 지점을 짚어볼 수 있다. '프로 리그' 가 활성화 될 수 있는 규모의 스포츠는 보통 <문화적 참여> (보기 ex. 팬)와 <능동적 참여> (하기 ex. 실축러)의 병행으로 해당 스포츠 커뮤니티에 입성할 자격이 주어지는데, 워낙 강력한 콘텐츠(월드컵, PL, 챔피언스 리그 등)를 보유한 덕에 축구는 <문화적 참여> 만으로도 충분히 시장성 있는 커뮤니티를 보유한 몇 안 되는 종목이 되었다. 이로 인해 "축구 좋아하세요?" 는 축구를 하는 것을 좋아하느냐 뿐 아니라 축구를 보는 것을 좋아하느냐(좋아하는 축구 선수가 있느냐) 까지 함의되어 있는 포괄적인 질문이고, 이 질문에 "네" 라고 말하는 여성은 <골때녀> 이전엔 대부분 후자에 무게를 둔 대답이었을 확률이 크다.
그 대답을 유추하는 확률의 이유로
1 - 축구는 전통적으로도 비유적으로도 전투 행위에 근거하는 스포츠임
2 - 근대에 태동한 스포츠 특성상 집단주의 성향도 강함
3 - 전투와 집단주의의 교집합인 군대라는 조직에서 축구는 병간부를 막론하고 집단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
4 - 대한민국 남성은 의무교육 & 대학교에서 축구를 안 배웠더라고 군대를 가게 되면 (거의) 열외 없이 축구를 하게 되어 있음
5 - 이로 인한 사회적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연고주의, 집단주의에 기반한 '조기축구'가 소위 사회생활의 기틀이 되어 작용(회사 팀, 동네 팀 등)
6 - 국가 징병제에서 열외된 한국 여성들에게는 능동적 참여로서의 '축구'를 '의무적'으로 접할 계기가 적었음
7 - 노동자의 '사회생활' 그자체인 남성들의 <조기축구>는 '향상심'이 배제되어 가며, 배 나온 아저씨들이 해장하러 가도 되는 스포츠로 자리 잡음.
8 - 축구 특히 <조기축구> 참여자에 대한 대중 이미지 -> 술 냄새 나고 식당에서 목소리 큰 '꼰대' , '아저씨' 즉, 별로 매력 없음.
9 - 그것과 별개로 일단 잘생기고 젊고 '진짜' 축구 잘하는 사람들은 TV에 나옴.
10 - 그렇다면? 이라는 논리를 들어볼 수 있다.
앞선 논리의 빈틈은 일단 차치하고, "<골때녀> 라는 콘텐츠가 국가 의무에 비롯되는 앞선 대한민국의 생활축구라이팅을 깨부쉈다." 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80년대를 지나 90년대부터 더욱 확대된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 취향의 다양화를 적극 권장하는 포스트 모더니즘과 시장 경제 자본주의의 고도화,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여성 타겟화(여성 전문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라는 빈틈을 파고든 '룰루레몬'이 꽤 큰 영향을 주었을 듯 하다) , '지소연' 이라는 걸출한 아이콘의 등장, 러닝&요가&필라테스&헬스 등을 키워드로 촉발된 #오운완 '피트니스' 열풍, '가녀리고 순종적인' 여성성에 대한 거부와 탈피 움직임, 허들 낮은 미니축구&풋살과 소셜매치의 확산 등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가운데, <골때녀> 콘텐츠가 여성 생활축구 기폭의 방점이 되었다고는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적극적인 생활축구 참여는, 이제 생활축구로서의 축구 시장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변모될 것임을, 이미 변모되었음을 목격할 수 있다.
1 - 축구를 '돈'을 내고 배운다. (기존 대한민국 남성들은 축구라이팅으로 인해 축구를 '그냥' 하지,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배워도 유튜브로 '공짜'로 배우려고 함)
2 - 이로 인해 아카데미 시장의 질적 양적 변화가 시작되었다. 엘리트가 아닌 아마추어 타겟 아카데미가 그 어느 때보다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음.
3 - <혼성> 참여 스포츠가 가능해졌다.
4 - 기존 팀보다 느슨한 형태의 러닝 크루와도 같은 축구 크루 형태, 즉 특정 리그 참여나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일상 취미 향유를 위한 공동체가 태동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앞으로의 <능동적 참여>로서의 대한민국 축구 시장은 '드디어' 커뮤니티 내 문화적 다양성의 구조를 갖추게 되었으며 이는, 다시 월드컵 등 거대 콘텐츠들의 강력한 흡인력을 통해 <문화적 참여>로 강화되며, 지속적으로 순환, 확대, 재생산 될 것으로 예측해 본다.
현 시대는 그 어떤 시대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주목 받는 시대로, 이는 축구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양적완화를 기점으로 촉발된 '부의 파이프라인' , '퇴사' , '나만의 00' 등의 트렌드 열풍으로 개인 미디어 소유의 니즈가 폭발하며 이 흐름 자체가 가열화 가속화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시장이 확장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크리에이터들의 수익구조가 약화되는 현상(편당 조회수가 곤두박질)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한정된 자산(구독자&광고)을 둔 경쟁이 심화된 탓으로 보이며, 더불어 '크리에이티브', '쌍방향 소통'이라는 업 특성으로 기인되는 '번아웃'에 어떤 업보다 높게 노출되게 되어 그 지속성에도 의문부호가 붙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크리에이터들은 본인의 팬덤을 활용한 MD 제작 등으로 콘텐츠 생산을 넘어 수익구조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기존 '생활축구' 시장과 콘텐츠 크리에이터 간의 융합이다. (이슈 렉카형 크리에이터는 논외로)
크리에이터가 팬덤을 활용하여 수익구조를 다변화 하는 것은 각 업계(패션, 뷰티, 헬스)에 따라 업계 '맞춤형' 구조(ex. 브랜드 협업 한정 상품, 올리브영 추천 제품, 건강 보조제) 가 짜져 있는데, 축구 크리에이터들은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생활축구 시장에 접목, 참가비를 받는 <구독자 매치>를 열거나(ex. 토탈풋볼) 자신만의 팀 운영에 트레이닝 & 전술 교육 시스템을 붙여 운영비를 받거나 ( ex. 동고FC, 사커 메기), 아예 아카데미를 골자로 하는 전문 업체로 전향하는(ex. 고알레) 등의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서 주목해 볼만한 것은 각 유튜브의 팬덤이, 단순히 소비로 끝나지 않고 앞서 1번 사례에서 이야기한 <마음 맞는 사람> 끼리의 팀 결성이 시도된다는 것이다. (ex. 토탈풋볼 구독자 모임 빠따FC) 뉴미디어 콘텐츠 소비와 크리에이팅에 익숙한 세대 특성으로 인해, 이들은 다시 자신들만의 미디어를 소유하여 콘텐츠 확산을 주도하고 있고, 이러한 흐름들은 2번 사례인 <브랜딩> 이 결합되어 가속화된 상태로 계속되어 순환 확대 재생산 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앞선 트렌드와 더불어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로 인해 혁명 같은 인프라 확충이 이루어졌으나,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던 축구 시장에 드디어 변화의 바람이 훈풍으로 불고 있다. KFA가 자체 숙원사업인 K5,6,7을 비롯한 하부리그 출범과 지속 확대를 통해 한국형 피라미드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다. 움직임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목표'가 있어야 하고, 스포츠에서 비롯되는 드라마틱한 감정은 대부분 '목표'에 대한 성취 또는 실패의 결과로 인해 겪게 되는 것이다. 한국형 피라미드의 출범과 지속적인 운영은 생활축구에 '목표'를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으며, 이 목표 제시를 통해 4번 사례인 크리에이터들의 수익구조 다변화 또한 더욱 강화되게 된다. 단순 사회생활로서의 조기축구가 아니라 '향상심'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제대로 갖춰지게 된다면, 아마추어 축구는 '즐거움'과 '향상심'이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축구가 그 어떤 스포츠보다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는 데에는, 종목에 대한 관심도를 월드컵과 코리안 리거가 알아서 잘 챙겨준다는 데에 있다. 대한민국 FC든 제한토든 손빠 손까든 뭐든 자연스러운 연상 작용만으로도 생활축구 시장에 대한 관심은 그 편차는 있겠으나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불세출의 스타 손흥민의 하락세에 때마침 김민재와 이강인의 전성기가 찾아오는 것은... 한국 축구 시장(보는 것과 하는 것 모두)의 크나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부분이 꽤나 강력하다고 느끼는 바, 모든 사례에서 다소 낙관적인 관점으로 축구 시장에 대한 파악 및 인사이트를 기술하였다.
글을 마치며
긴 글 읽어주심에 감사 인사 전하며
현재 축구 시장 트렌드에 대한 이해나, 다른 관점 등 의견 있으시면 편하게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 2023년 4월 25일에 작성해둔 것을 브런치에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