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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Apr 02. 2023

하늘나라가 정말 있을까?

<사탕>, 실비아 반 오먼 지음, 이한상 옮김, 월천상회



저기 하늘 위에 말이야. 하늘나라가 정말 있을까?
그럼 우리도 가게 될까?

만일 네가 간다면 … 나도 갈 거야.
그러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며칠 전 책 모임에서 <두 늙은 여자>를 읽었다. <두 늙은 여자>는 겨울 기근이 닥치자 부족으로부터 버려진 나이 든 알래스카 인디언 여인 둘의 생존기를 그렸다. 두 사람은 여태 한 부족 내의 일원으로 살아왔지만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극한 상황에서 나눴던 대화들로 인해 마침내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이야기는 나 자신에게로 흘렀다. 각자에게 그런 존재가 있는지 묻는데, 나는 단숨에 '있다고.'답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감정을 털어놓는 일이 지는 게 아니고, 못난 게 아니라는 걸 알려준 고마운 친구가 있다고. 언제든 전화해서 울 수 있고, 나의 가장 약한 부분도 드러내어 보여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 말했다.


<사탕>은 그런 친구와 ‘죽음’에 관해 나눈 이야기다. 그림은 간결하고 담담하다. 하지만 주제가 ‘죽음’이다 보니 결코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날씨가 좋으니 공원에 놀러 가서 맛있는 사탕을 나눠먹자고 한 요리스와 오스카는 파란 사탕을 보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나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말 있을까? 저기 하늘 위에 말이야.. 하늘나라가 있을까?”

“우리도 가게 될까?”


나이가 드니 죽음이 조부모에게서 부모로, 손윗사람에게서 친구로, 자식의 문제로 다가왔다. 부모가 떠나면서 내 다리를 앗아갔다면, 그래서 어딘가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바람이 흐르는 대로 정처 없이 흐르는 존재가 됐다면… 친구는 나에게 무엇을 가져갈까? 


친구가 먼저 하늘나라에 간다면 나는 웃음을 잃을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까르르 웃던 철없는 어린 시절이 사라질 것 같다. 쓸데없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존재를 잃고 해야 할 일만 하며 살고 그 어느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할 것 같다. 

그러니 다만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늘 베풀기 좋아하는 친구가 주위 사람들의 걱정을 하며 오지랖을 떠는 모습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는 거다. 여기가 아프고 저기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며 함께 경로당에 가고 심술궂은 노인네 욕을 하며 애처럼 웃고 싶다. 철 없이 저 할아버지 잘생기지 않았냐고 사춘기 소녀처럼 깔깔대고, 같이 먹고 같이 울고 같이 살다가 하늘나라에 함께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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