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똑같고 모두가 고립된 세상에서
2012년 피로사회와 2014년 투명사회를 쓴 한병철 작가가 이번에는 <오늘날 혁명은 왜 불가능한가> 란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끊임없는 자기 착취와(피로사회) 포르노적인 자기 공개(투명사회)가 결국 저항이 거세된 삶꼴을 낳았구나(오늘날…) 싶다.
잡지와 신문 등에 발표했던 글과 인터뷰를 정리해 놓은 책이어서 각 챕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진 않다. 앞의 두 챕터, ‘오늘날’과 ‘자본주의와 죽음 충동’에서는 한병철 작가의 새로운 관점을 살펴볼 수 있고 나머지 챕터에는 전작들에서 언급됐던 내용이 많이 등장했다. 또 한국인으로서 독일 유학을 떠나게 된 과정, 공대 출신이 철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 좋아하는 음악 등에 관한 내용이 등장해 전작을 읽은 독자로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불확실한 시대, 유동하는 현대에 이렇듯 딱딱하고 형태 있는 생각이라니..! 생각을 전개하는 방식이나 단호하고 시원스러운 표현 또한 너무 매력적이었다.
이 책에 호불호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현상 자체가 너무 반갑다. 호불호는 개인의 의견을 낳고 타인과 교류하면서 토론이 이루어지는 씨앗이 된다. 그러한 과정이 불확실함 속의 지푸라기, 유동하는 현대의 커다란 흐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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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지배체제의 권력 기술은 금지적이거나 억압적이지 않고 유혹적이다. 이 체제는 스마트 권력을 동원한다. 그 권력은 금지하는 대신에 매혹한다. 사람들은 ‘좋아요’ 버튼을 클릭하면서 지배 맥락에 예속된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저항이 거의 없다. 오히려 우울과 소진을 동반한 순응주의와 합의가 대세다. 사람들은 사회를 바꾸려 하는 대신에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에로티즘은 나에게 죽음을 준다. 죽음은 타자 안에서 자기를 잃기이며, 이 자기 상실이 나르시시즘을 끝장낸다.”
“상처 내기는 철저한 절망의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다시 느끼려는 시도, 자기 자신을 느끼는 감각을 재건하려는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 몸이 붉은 눈물을 흘린다. 나는 피를 흘린다. 고로 존재한다.”
“신뢰란 타인을 모름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긍정적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내가 타인에 관한 모든 것을 사전에 알면, 신뢰는 불필요하다.”
“제가 보기에 세상은 아주 부조리해요. 부조리한 세상 안에서 행복할 수는 없죠. 행복을 위해서는 많은 환상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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