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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jjung Jun 28. 2021

빈티지와 모던한, 그 어딘가의 느낌

[Typeface 이야기] GT America

회사에서 디자인을 하다보면 딴짓을 하고 싶을 때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매번 이것저것 짧게 시도하고 작업중 폴더에 저장중인 것만 늘어나는 것을 보니 남는 것도 없고 스타일도 제각각이라 이번엔 뭔가 일관성있는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마침 요즘 사이드 프로젝트로 새 타입페이스를 써볼 일들이 있었는데 데 트렌디하거나 그냥 시각적으로 끌리는 것들을 그때 그때 고르다 보니 각 폰트의 특징과 배경이 궁금해졌다.


첫번째로는 최근 몇 년간 여기저기 잘 쓰이고 있는 Grilli Type의 GT America.


Grilli Type foundry의 타입페이스는 대체로 다 모던하고 트렌디해서 요즘 브랜딩이나 웹사이트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자체 폰트 외에도 bespoke로 Pinterest, WeTransfer, Samsonite, OneMedical 등 다양한 회사들의 기업 폰트도 만든다.


GT America는 파운더리의 정체성을 잘 반영하듯 20세기 네오 스위스 그로테스크와 19세기 아메리칸 고딕 사이의 갭을 잇는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Grilled Type은 스위스에 있지만 뉴욕을 오가며 활동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위스 그로테스크와 아메리칸 고딕 스타일의 차이는 뭘까? 왠지 알 것 같으면서도 정확히 모르는 이 느낌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GT foundary의 코파운더인 Thierry Blancpain이 대답해주았는데, 유러피안 그로테스크는 독일 그로테스크에서 내려오는 스타일로 19세기의 산세리프 장르 중 하나인데, 스트로크의 대비가 적거나 중간 정도, 균형잡힌 비율로 비교적 정적이고 apertures가 닫힌, 안쪽으로 향하는 모양인 반면에 아메리칸 그로테스크/고딕 (거의 이름만 다름)은 apertures가 좀더 열려있고 유러피안 스타일보다 더 정제되고 straightforward한 느낌이라고 한다.


왼쪽이 유러피안 그로테스크, 오른쪽이 아메리칸 고딕의 예시


다시 GT America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20세기 네오 스위스 그로테스크는 무엇인가? 유러피안 그로테스크와는 달리 대비가 적고 조금 더 일관되고 균형잡힌 비율로 우리가 잘 아는 예시로 Helvetica, Univers, 그리고 Din 등이 있다.


사실 타입페이스 스타일들이 시대적으로 다르다고 해도 그 정도가 미세하고 글로만 들으면 추상적이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GT America의 specimen을 보니 조금 느낌이 왔다. 이 폰트는 볼드하면서 빈티지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또 아주 깔끔하고 모던한, 요즘의 그래픽 스타일에 잘 맞는 부분도 가지고 있다. 같은 폰트라도 굵기와 스타일을 어떨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방향성이 180도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Condensed vs. Extended style
Thin vs. Regular weight


일단 타입페이스는 작업에 써봐야 제맛이니 빠르게 뭐라도 만들어보기로 했다. 작년부터 드래프트만 잔뜩 만들어둔 비행기표 티켓팅 화면을 해보기로 했다. 여행은 못가도 공항과 여행 계획은 늘 설레니까.


사용성과 가독성.. 그런 것은 잠깐 접어놓고 타이포그래피 자체로만 재미있게 구성해보기로 했고, 정보의 비중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과 굵기를 사용하려고 했다. 티켓과 부킹에서 제일 우리가 보고싶은 정보는 출발지와 도착지, 비행시간, 그리고 티켓 체크인에 필요한 정보들이다. Extended style로 강조하고싶은 여행 출발지와 도착지를 최대한 강조하고 가장 덜 중요한 레이블 (Flight, Passengers...)은 Condensed style을 써서 정보의 위계를 주는 정도로 해보았다. 그 외에는 Regular weight로 무난하고 잘 읽히도록 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다 만들어놓고 나니 그냥 스위스 그래픽 스타일인가? 싶으면서도 와이드한 폰트와 스케일의 대비로 에디토리얼 디자인 스터우면서도 흥미로운 안이 나온 것 같았다. 이 폰트의 정제된 고딕 스타일과 어울리도록 아이콘도  심플하고 각이 진 도형들을 이용해서 메타포를 만들어보았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extended style이 알파벳마다 편차가 있는데, 예를 들면  ICN, JFK는 LAX, CDG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얇아보여서 와이드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느낌이 좀 덜했달까.


하지만 2시간동안 빠르게 한 것 치고는 마음에 들게 나와서 기록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앞으로 조금씩 꾸준히 타입페이스와 파운더리에 대해 써보도록 해야겠다.




참고:

https://www.grillitype.com/typeface/gt-america

http://www.gt-america.com/

https://www.quora.com/What-are-the-differences-between-American-Grotesque-and-European-Grot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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