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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현 Dec 14. 2019

비즈니스 모델과 헤게모니(11)

창업자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과 헤게모니를 주제로 11번째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글을 아끼고 관심을 주시고 또 격려해주시는 덕분에 잊지 않고 너무 늦지 않게 글을 올리고자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저야 글을 읽는 입장이라서 맥락을 파악하면서 글을 적지만 혹 독자분들께서 맥락을 자세하게 이해하시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서두에 조금씩 요약한 내용을 적으면서 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과 헤게모니 지난 글에서 '위워크(Wework)'의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제시한 헤게모니가 막상 혁신성이나 기술적 차별성이 떨어지다 보니 기업이 흔들리고 투자자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급기야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시장의 헤게모니는 '시장을 관통하는 전략적인 메시지이자 콘셉트'입니다. 위워크는 기술성, 혁신성을 강조하였지만 막상 그 메시지는 전략적이지 못했고 차별화된 콘셉트를 발현해내지 못했습니다. 발행 이후에 위워크 관련 뉴스를 살펴보았지만 위워크의 회생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고 혁신이나 차별성 등 창업기업, 스타트업에 대한 의구심이 다른 기업으로 연쇄적인 의심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위워크 다음은 어떤 기업, 어떤 시장의 헤게모니가 검증대에 올라가게 될까요?




 어제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가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배달시장의 중개 플랫폼 기업 1위, 2위의 인수합병에 대한 소식이었습니다. 2위 '딜리버리 히어로(Delivery Hero)'의 요기요가 1위 배달의 민족을 인수 합병한 것인데 딜리버리 히어로는 3위 '배달통'도 인수한 바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배달 중개 시장을 독점하게 되었습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563052&plink=ORI&cooper=NAVER

 

 배달 주문은 전화로만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전화에서 작은 쿠폰북으로 이어지던 시절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에는 배달 주문을 하려면 전화주문과 쿠폰북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논리이자 헤게모니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헤게모니는 배달 중개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바뀌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배달 쿠폰북은 배달 중개서비스의 주력 대안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헤게모니가 바뀌면 이전에 제공되던 서비스는 힘을 잃습니다.


<배달 쿠폰북 검색 결과, Sourced google>


 배달 쿠폰북은 요즘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용처가 굉장히 많이 줄어들 긴 했지만 배달을 시키면 꽤 많은 업체에서 쿠폰북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게 됩니다. 배달 중개서비스에 대부분 가입이 되어 있을 텐데 굳이 쿠폰북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차마 시장을 선도하지 못한 소규모 기업들의 헤게모니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모두가 앱을 만든다고 다 앱으로 서비스를 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https://news.joins.com/article/23656447


 배달 중개서비스 1위, 배달의 민족은 한 때 수수료 폐지 관련해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불만이 제기되면서 창업자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었는데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는 이러한 경영상의 애로사항을 정면 돌파했습니다. 당시에는 수수료 폐지가 굉장한 이슈였으나 선도업체가 수수료 폐지를 선언하면서 나머지 플랫폼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실 가장 덕을 본 것은 배달의 민족입니다.)


 배달 중개서비스의 헤게모니를 '중개의 편의성'에만 집중하였다면 이러한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봉진 대표는 배달 중개서비스라는 중개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도와 시장 전반을 지배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빠르게 읽어갔습니다. 위의 첨부한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개서비스의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헤게모니를 제시했습니다. 


 수수료 폐지로 참여 업체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광고 방식의 추가적인 수익구조와 배달 이외의 반찬 배달 서비스('배민찬')를 만들면서 기업과 참여업체,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Win-Win' 모델을 제시한 것입니다. 배달의 민족이 1위가 된 것도 이러한 결단과 브랜드 가치의 제고에 대한 헤게모니가 한몫을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중개 플랫폼 운영자에 대한 윤리적인 요소를
헤게모니의 한 부분으로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배달 중개서비스 시장에서의 헤게모니는 '이용의 편리성, 배달의 품질'이기도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참여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배달 중개서비스는 'The Gig economy'의 이슈에도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http://biz.newdaily.co.kr/site/data/html/2019/11/04/2019110400111.html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9/04/253545/

 

 최근 경기의 불황으로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등 선도업체의 배달 수수료 논란이 점화되었습니다. 배달시장은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파이가 커진 만큼 업체들의 경쟁도 심화되었고 경쟁은 곧 가격경쟁, 마진 경쟁으로 이어져서 업체들이 쿠폰을 남발하거나, 세일에 대한 부담을 참여업체에 떠넘기는 식의 문제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참여하여 이에 대한 문제점을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은 참여업체인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입니다만 비즈니스 모델과 헤게모니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이러한 흐름이 배달 중개서비스의 헤게모니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참여자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에서 어느 한쪽으로 추가 기울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배달앱 시장, Sourced  매일경제>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 중개서비스 시장이 3파전으로 굳어질 것 같았지만 배달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시장에는 '쿠팡 이츠'나 '위메프 오', '네이버 배달'이나 새로운 배달 중개서비스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실 동일한데 서비스의 방식이나 품질, 이용방식은 조금씩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딜리버리 히어로'는 당분간 인수합병으로 하나의 회사를 만들기보다는 앱을 여전히 둔 상태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 잠식을 이미 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수료 상승이나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이 증가한다거나 하는 등의 우려와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그동안 배달 중개서비스 시장에서의 헤게모니를 제시해온 배달의 민족이 이제 요기요와 합병을 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이 시장에서의 헤게모니는 어떻게 바뀌게 될지 지켜보아야 할 일입니다. 


 새로 진입하는 업체들이 또 다른 헤게모니를 내세워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해갈 수도 있습니다. 경기가 불황인 만큼 참여업체의 배달수수료가 낮고 고객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중개서비스가 '가격경쟁력'이나 '서비스 혜택'으로 시장을 잠식해나갈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참여기업들이 배달 중개서비스 시장에서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어떤 차별 우위와 경쟁력으로 '헤게모니'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배달의 민족의 성장 사례는 비즈니스 모델이 동일할 때, 어떻게 하면 차별적인 우위, 경쟁력으로 헤게모니를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을 관통하는 전략적인 메시지와 콘셉트를 잘 유지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 창업자들은 배달의 민족의 사례를 잘 참고하셔야 합니다. 


배달의 민족의 마케팅 전략과 기법에 대한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익히 잘 아실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수료를 폐지한 것을 포함하여 서비스를 발굴하고 확장한 배달의 민족은 배달 중개서비스 시장의 헤게모니로 전략적인 메시지(서비스 고도화, 확장, 배민체, 배민 상품 등)와 콘셉트(디지털 네이티브 마케팅 전략)를 꾸준히 제시하고 변화시켜나갔습니다. 


 ⓐ 전략적인 메시지


 전략적인 메시지는 사업운영과 연관이 있습니다. 전략적인 메시지는 신규 사업을 론칭한다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식의 실제 경영전략에 해당합니다. 선도적인 업체가 신규 사업을 론칭한다고 하면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반면에 창업기업이 신규 사업을 론칭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루어주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창업기업은 전략적인 메시지의 전달을 통해 헤게모니를 제시하고자 할 때 어떤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창업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 성장이나 공신력을 얻을 때까지 창업기업은 다음의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① Official page 개설과 운영

  ② 언론 PR, 대외 홍보를 통한 브랜드 노출

  ③ 접점(MOT)에서의 전략적인 메시지 노출


 ⓑ 콘셉트


 콘셉트는 운영하는 사업, 전략을 관통하는 브랜딩과 연관이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브랜드는 콘셉트를 갖고 마케팅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 콘셉트가 어떠하냐에 따라서 브랜드의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하고 콘셉트에 따라서 실제 시장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나 소비자들은 헤게모니를 다르게 인식하기도 합니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듭니다. 요기요에 비해서 배달의 민족은 상대적으로 젊고 유쾌한 면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배달의 민족이 지금까지 수행한 여러 캠페인에서 알 수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 캠페인 검색 화면, Sourced Google>


 배달의 민족이 지금까지 수행한 여러 캠페인은 유쾌하고 재밌습니다. 참신한 면과 B급 감성도 담고 있어 젊은 층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과연 모르고 있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점을 잘 알고 더욱 콘셉트를 강화시켜나갔습니다. 


 창업기업의 콘셉트는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창업기업의 콘셉트는 브랜드 전체의 색깔을 결정하고 브랜드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각을 변화시킵니다. 소비자의 시각의 변화는 곧 헤게모니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만약 배달의 민족이 이런 감성을 가지기 이 전에 요기요가 이런 캠페인을 수행해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요기요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볼 때 정말 알 수 없다 라고 봐야 합니다. 


 콘셉트를 잡는 것에 대해서는 <별별 창업이야기 실전편>에서 여러 사례와 글들로 다루었으니 참고하시면 되며, 몇 가지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면 3가지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① 콘셉트는 단기적인 효과보다 장기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됩니다. 

   - 콘셉트를 한 번 잡았다면 유지하여야 하고 잦은 콘셉트의 변경은 브랜드의 해가 될 수 있습니다.

   - 시장에 흐르는 헤게모니를 추종하되 창업기업 만의 차별화된 경쟁우위가 곧 콘셉트에 묻어나야 합니다.

  ② 콘셉트가 잡혔다면 콘셉트에 맞는 매체 설정과 광고/홍보가 필요합니다. 

   - 광고 문구, 홍보문구, 카피라이팅, 패키징, 서비스 전반에 콘셉트가 흘러야 합니다.

  ③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였다고 해서 콘셉트가 바뀌지 않습니다. 

   - 사업이 조정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바뀌지만 그렇다고 해서 콘셉트가 바뀌지 않습니다. 

    ex.) 배달의 민족이 신규 사업을 확장했다고 해서 콘셉트가 바뀌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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