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제 9차 온라인 실시간 컨설팅을 마치고...

1.


작년에 내가 가장 공을 들인 작업은 '숨은 작은 브랜드 찾기'였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하지만 나름의 내공을 가진 스몰 브랜드를 소개하고 싶어서 수많은 자료들을 찾아다니고 발품도 팔았다. 하지만 그 수가 200여 개를 넘으면서 조금씩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 동네 작은 가게들이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였다. 그후로 나는 당장 내가 운영하는 '스몰 브랜드 연대'의 브랜드들에 조금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오늘 진행한 '온라인 실시긴 컨설팅'이다.


2.


오늘은 오금동에서 과일가게를 하시는 '스위트리'의 박요섭 대표님을 호스트로 모셨다. 그리고 1시간 반 넘게 아주 깊고 다양한 얘기를 나누었다. 옵저버로 참여한 10여 분의 조언도 다양하게 들었다. 그리고 내심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동네 가게에는 그 나름의 마케팅과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불경기가 가속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자영업자들에겐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이 더 급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스위트리가 있는 라인에서만 벌써 4개의 가게가 문들 닫았다고 한다. 이거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3.


오늘의 컨설팅 내용을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박요섭다운' 마케팅과 브랜딩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박 대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과연 과일 가게를 하면서 가장 만족하고 행복하게 여기는 대목은 어떤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박 대표는 내가 고른 과일에 만족하는 사람들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되물었다. 그렇다면 그것이 꼭 과일일 필요는 없겠다. 박요섭이라는 사람을 믿고 과일을 고르는 사람에게는 아주 까다로운 박 대표의 입맛과 취향에 부합하는 다른 먹거리들을 팔 수도 있겠다는 거였다. (이미 스위트리는 이런 먹거리 제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4.


물론 우리는 이 밖에도 다양한 아이디어와 조언들을 던졌다. MBTI에 맞는 과일 포장과 리미티드 버전의 제안, 프리머임 전략에 부합하는 보자기 포장, 과일가게에서 붕어빵을 팔아 성공한 케이스 소개, 사과 하나만 취급하는데도 굳이 그 가게를 찾아가는 매력을 갖춘 과일 가게...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받는 입장에서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자본과 인력 등의 여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현장엔 될 수 있는 이유보다 안되는 이유가 더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박요섭 대표의 의지다. 작게나마 새로운 시도를 통해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용기다.


5.


그리고 다시 한 번 작은 브랜드들에 절실하게 필요한게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당장 월세를 내고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동네 과일가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필요한 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가게들과의 연대가 아닐까. 나만 이렇게 힘든게 아니구나 하는 안심과 공감, 교감이 그 어떤 도움보다도 더 필요하다는 나름의 확신을 가지게 된다. 혼자가 아니라면 견딜 수 있다. 내가 장사를 못해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임을 깨닫는 순간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실시간 컨설팅이 10차 100차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 안에서 보란듯이 성공한 스몰 브랜드가 나왔으면 좋겠다. 내가 굳이 오늘의 경험을 글로 남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병원을 브랜딩한다는 것은, 내인생치과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