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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향수란 어떤 향수일까? 더퍼퓸 이야기

1.


펀딩 횟수 41회, 누적 펀딩액 4억원 이상, 펀딩한 서포터수만 9,484명에 이르는 국산 향수 브랜드가 있다. 5.0의 평점과 1,306개 후기, 뷰티 카테고리 누적 펀딩 1위의 숫자가 이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대신 말해준다. 대표 제품은 비누 향수, 핸드세럼이다. 이 브랜드의 이름은 '더퍼퓸', 신다윗 대표가 13년 이상 공을 들여 만든 브랜드이다. 지난 주 금요일 밤, 10여 명의 스몰 브랜드 대표들과 함께 이 브랜드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7시에 시작한 모임은 10시를 훌쩍 넘겨 계속되었다. 공식 모임을 마무리하고도 몇 분은 남아 나머지 공부를 했다. 과연 우리는 그날 무슨 얘기를 그토록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었던 걸까.


2.


결론부터 말하지만 신 대표는 '좋은' 향수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 '좋음'의 기준을 가격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더퍼퓸'은 기존의 수많은 명품 향수 브랜드과 경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좋음의 기준을 더 좋은 향수로 가는 '입문'의 역할로 정의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퍼퓸이 만드는 제품 수는 200여 가지에 이른다. 그러나 매출을 이끄는 제품은 서너 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많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신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자신만의 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그것이 이 일을 하는 이유라고 말이다.


3.


신 대표는 일찌감치 마트 매장에서 디퓨저와 향수를 팔며 마케팅을 배웠다. 한 해의 매출을 좌우하는 5월이 되면 이 시장은 전쟁터가 된다. 반응은 직접적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한 번은 매장에서 '다이어트 캔들'을 팔았다. 식욕을 억제하는 향을 가진 이 제품은 반응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제품을 사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자신이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임을 인정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이렇게 현장에서 사람들의 숨은 니즈와 욕망을 읽어냈다. 이런 경험은 와디즈 펀딩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비누 향수와 핸드세럼도 이런 고민과 경험을 통해 탄생했다.


4.


사실 나는 이 와인 모임이 펀딩의 기획과 진행에 대한 실제적인 노하우가 오가는 시간이 되길 바랬다. 하지만 그날 오고간 이야기는 조금 고차원적인 내용이었다. 신 대표는 향수란 결국 욕망을 파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2만원 짜리 향수를 살 때도 그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 대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 제품에 '가치'를 담는 일에 집중했다. 와디즈 펀딩은 이런 가치에 동의하는 고객들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했다. 더퍼퓸은 소비자들에게 반복해서 묻는다. '좋은' 향수란 무엇인가, 향수는 꼭 비싸야만 하는가, 나만의 향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향수와 핸드세럼으로 고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와디즈 펀딩은 이런 소통을 위한 도구이자 통로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5.


마케팅은 어렵지 않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팔면 된다. 하지만 영리한 브랜드들은 이 '좋음'의 기준을 재정의 한다. 싼 제품에 가치를 더할 줄 안다. 자신만의 향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겐 수십 만원짜리 향수가 걸림돌이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 더퍼퓸은 자신만의 향를 찾기 위한 다양한 제품과 경험을 제공한다. 저렴한 가격의 입문용 향수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을 설득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향을 찾을 수 있다면 더 좋은 향수로 얼마든지 넘어가도 좋다고 설득한다. 이런 소통과 설득의 과정을 통해 이 작은 브랜드는 13년 이상 꾸준히 생존하며 사랑받고 있다. 바로 브랜딩의 본질, 사람들의 숨은 욕망에 답하는 '가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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