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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동네 식당은 무엇이 다를까? - 세 번째 이야기

1.


육화미 대표는 명절만 끝나면 이탈하는 직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식당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안 가족이나 친척들이 이런 저런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기 때문이다. 식당일에 대한 안좋은 인식 때문에 다른 일을 찾아보라는둥, 집안 일을 도우라는 등의 조언을 가장한 회유가 빈번했다. 그래서 육화미 대표는 명절이 다가오면 일종의 '대응 전략'을 알려주었다. 이를 테면 '삼촌도 퇴직하면 치킨집할 거 아닌가요?'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응대 매뉴얼을 가르쳐준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우리의 일을 만만히 보지 못하는데 있었다. 이렇게 식당 업에 대한 일의 가치를 알려주자 명절 후 퇴사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


2.


아주 가끔 음식에서 머리카락 같은 이물질이 나올 때가 있다. 이럴 경우 당황한 직원이 그 자리에 얼어붙어서 '이게 왜 나왔지?'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이 때 중요한 것은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빠른 사과와 새로운 음식이나 환불을 확인하는 대응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여러 직원이 아닌 책임지는 직원의 연속적인 응대가 가장 중요하다.


3.


결혼식이나 승진 축하 등의 회식이 있을 경우 할인 보다는 적립금을 서비스한다. 일반적인 할인 혜택은 금방 잊혀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총무 카드에 적립금을 넣어드리면 이후 회식 장소를 선택할 때 육화미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된다. 그 뿐 아니라 식당에 대한 불만이 생길 때도 가장 큰 우리 편이 되어줄 수 있다. 또한 회식이 있을 때는 일반 손님에게 반드시 먼저 언질을 드린다. 회식 바로 옆자리일 경우는 시끄러울 수 있음을 인지시키고 자리가 나면 다른 자리로 바꿀 수 있는 선택권을 드린다.




4.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다보면 직원들의 자존감이 떨어지기 쉽다. 이럴 때는 그 '상황'만 사과하도록 교육시킨다. 그러나 식당을 떠나는 직원들은 잡지 않는다. 이미 마음이 뜬 상태에서는 그 직원을 잡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인센티브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질적인 문제가 있을 때는 그 상황을 해결해준다. 출퇴근이 힘들면 차를 주고, 면허가 없으면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시킨다.


5.


서비스를 잘하면 매출이 오를까? 그것은 확언할 수 없다. 그러나 서비스가 나쁘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6.


옷에 음료를 쏟았을 경우 가장 경계할 일은 이성의 고객의 얼룩을 직접 닦으려 드는 것이다. 이럴 때는 고객에게 냅킨 또는 수건을 건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원치 않는 신체 접촉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사고 당사자인 직원보다는 다른 직원에게 응대토록 한다.


7.


이런 매뉴얼로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무인양품'이다. 이 회사의 매뉴얼은 무려 2천 페이지에 달하며 그 속에는 사진이나 일러스트, 그림이 가득하다. 이런 매뉴얼을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의 경험이나 감에 의존하던 업무를 '구조화'해 노하우로 축적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작업이 필요햇을까? 그 답은 '팀의 실행 능력'을 높이는데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사가 없더라도 매뉴얼을 통해 문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것만으로도 업무 실행 능력이 생기고 생산성이 높아진다.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 마쓰이 타다미쓰 / 민경욱 참고)


8.


육화미 역시 식당 운영에 관한 아주 디테일한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4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면서도 일관된 식당 운영을 해오고 있다. 물론 이 회사의 대표가 삼성이라는 대기업 출신임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을 나온 모든 식당 대표들이 이렇게 일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식이다. 식당 일의 의미를 이해하면 문제점과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매뉴얼은 실행 능력을 키우는 텍스트이자, 자신이 ‘어떻게 일하는가?’를 생각하기 위한 나침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 자신의 업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정확한 이해가 이런 매뉴얼을 완성하는 것이다. 단순히 매뉴얼만 카피한다고 해서 식당의 성공까지 재현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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