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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사람, 사람, 사람이다

어느 식당 홀 매니저의 고군분투 운영 이야기 #02.

1.


와이프가 운영하는 식당은 순두부 전문점이다. 세트 메뉴와 메인 메뉴, 사이드 메뉴, 음료 등을 주문할 수 있다. 그런데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만든 세트 메뉴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메인 메뉴와 사이드 메뉴를 적절히 조합한 세트 메뉴는 메인 메뉴 두 개에 비하면 가격이 싼 편이다. 그러다보니 2인으로 온 손님들이 세트 메뉴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연히 매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홀 매니저로 일하던 와이프가 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2.


해법은 메뉴 네이밍에 있었다. 와이프는 이 세트 메뉴 이름을 '1인 실속 메뉴'로 바꿔버렸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사람들이 1인 1메뉴를 시키기 시작했다. 이전처럼 음식값을 아끼기 위해 이 메뉴를 두 사람이 함께 시키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메뉴 이름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매출은 오히려 늘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두번 찾아와 둘러만 보고 가던 사장이 직원들 먹으라며 간식비를 내놓고 가는 놀라운 일이 생긴 것도 이 즈음이었다. 와이프가 이 식당에서 일한지는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3.


내가 하는 일에 조금의 관심도 없던 와이프가 요즘은 내가 쓰는 글들의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식당 운영을 넘어 마케팅과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바로 브랜딩이라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스몰 브랜드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크고 거창한 얘기가 아닌, 동네 식당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마케팅이고 브랜딩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훨씬 극적이고 생생하고 보람도 있다. 앞으로 와이프와 함께 이 작은 식당의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정말 유익한 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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