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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하면서 배우는 식당 운영의 노하우

1.


'런데이'이를 앱으로 달리기를 배우고 있다. 이 앱에는 목소리만 나오는 보이스 코치가 있다. 용기를 주는 말도 하지만 달리는 동안 온갖 정보를 수다처럼 전달해준다. 걔중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페이스를 유지하라'이다. 남들이 보기엔 걷든 것처럼 보일 만큼 보폭을 짧게 하라는 말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런데이 달리기의 목표는 '기록'이 아닌 '건강'이기 때문이다.


2.


오래 가는 식당, 가게,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단기간에 매출이 오르는 방송 출연을 한사코 거절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페이스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동네 장사는 평생 장사다. 10년, 20년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단기간에 사람들이 몰려들면 어렵게 손발을 맞춘 종업원들은 물론이고 재료, 음식의 질, 먹는 환경 모든 것에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3.


이때 가장 중요한 페이스의 요소는 다름 아닌 사람이다. 1번이 종업원, 2번이 손님, 3번이 나 자신이다. 이 세 종류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게 핵심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매뉴얼 없이 무언가를 종업에게 요구하거나 불평을 이야기하면 개인적인 감정이 상하게 된다. 하지만 사장도 지켜야 할 매뉴얼에 따라 말하면 관계를 다치지 않고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다. 문제는 운영 중간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는게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4.


만일 종업원과 함께 일할 수 밖에 없는 식당이나 가게를 운영한다면 가장 먼저 세세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매뉴얼은 손님이 들어오고 나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구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때 그때 해야 할 말과 서비스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두어야 한다. 당장 오늘 알바가 오면 그 내용을 읽고 따라할 수 있을만큼 세세하게 적어두어야 한다.


5.


그런데 이런 매뉴얼을 잘 만들애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훈련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사장들이다. 어쩌면 작은 브랜드는 퍼스널 브랜딩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자신과의 작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결국 큰 식당도 운영할 수 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키워낼 에너지와 역량 추진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6.


나는 식당 운영이 결국 자기 계발이자 교육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갖고 가게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저 돈만 벌고자 하는 본능만으로는 직원은 커녕 스스로도 이 힘든 일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도의 맛일 수도 있고, 서비스일 수도 있고, 손님들과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이 주는 행복일 수도 있다. 이런 걸 우리는 조금 어려운 말로 '철학'이라고 부른다.


7.


매일의 삶의 살아간다는 것은 어렵고 지루한 일이다. 같은 장소에 반복해서 돌을 날라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이 가혹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네 골목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면서도 행복한 사람은 나름의 삶의 이유를 발견한 이들이다('좋은 기분'이란 책을 찾아보시라). 크고 대단한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식당과 가게를 통해 성공한 작은 부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결코 잊지 말자. 파랑새는 먼 곳이 아니라 항상 집안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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