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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밖은 지옥일까? (1)

1.


나는 가끔씩 악몽을 꾼다. 그런데 남들은 군대를 다시 가거나 수능 시험을 치는 꿈을 꾼다는데 나는 회사에 다시 가는 꿈을 꾼다. 꿈 속에서 나는 다시 주눅 들어 월요일을 두려워하는 직장인이 된다. 물론 자고 일어나면 구체적인 상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느낌만은 선명하게 남아 다시 잠을 못이루곤 한다. 나는 왜 그렇게 회사 생활이 힘들었을까? 무엇이 나를 그토록 힘들게 했을까? 나는 정말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 무능하고 무능력하고 소심한 사람이었던 것일까?


2.


회사를 나와 혼자 일한지 7년 차다. 거의 모든 일이 사람 만나는 일이다. 그들의 요구사항을 살피고 그에 맞는 브랜드 컨설팅이나 글쓰기, 책쓰기 관련된 일을 한다. 최근에는 은퇴를 앞둔 4050을 위한 글쓰기 강좌와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엔 벌써 서른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번 달에만 강의가 대여섯 건 있다. 수입은 회사 다닐 때보다 네다섯 배 늘었다. 회사 다닐 때의 루저의 모습은 간 곳이 없다. 누군가 잠은 언제 자냐고 할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혼자 이런 생각을 한다. 대체 어느 때의 내가 진짜 나일까?


3.


물론 나의 경험을 일반화할 순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는 정말 회사 밖이 지옥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누군가에겐 회사 안이 지옥인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단 일을 잘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관계도 좋아야 한다. 때로는 사내 정치에서 지혜로운 판단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점심 식사도, 회식도, 워크샵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적당한 리더십은 물론 팔로어십도 필요하다. 일한 것 이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사내 정치도 해야 한다. 수학으로 치자면 삼차 방정식쯤 된달까.


4.


그러나 혼자 일하게 되면 삶이 아주 단순해진다.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물어와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지금 맡은 일을 하면서도 항상 미래의, 더 정확히는 다음 달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어떤 때는 일이 몰려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손가락을 빨아야 하는 달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골치 아픈 상사도, 동료도, 부하직원도 없다. 항상 다른 회사의 대표나 책임자와 일해야 하지만 나는 그들 아랫 사람이 아니다. 많아봐야 한 주에 한두 번 만난다. 그냥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만 만들어주면 된다.


5.


만일 내가 물고기라면 땅과 바다 중 어느 곳이 어울릴까. 이런 바보같은 질문도 없다. 어울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살고 죽는 문제가 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나는 때때로 사람마다 어울리는 일터의 환경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물고기에게 땅에서 숨을 잘 못쉰다고 타박을 하는건 얼마나 어리섞은 일인가. 사자나 늑대에게 수영이 서툴다고 야단을 칠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직장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다 힘들어, 왜 너만 유난을 떠는거야." 아니다. 회사 생활을 누구나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들어간다고 해서 다 잘하는 것도 아니다.


6.


참고로 내 동생은 은행에서만 2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전형적인 직장인이다. 그러나 아무 문제없이 직장을 다니는 줄만 알았던 동생도 한동안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렸다고 들었다. 그러나 재수씨의 만류로 정신과를 가지 않고 견뎌냈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직장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마흔 중반에 뛰쳐 나왔다. 약 15년 간 회사를 다녔다. 그런데 지난 7년 간 홀로 일하면서 백배 이상의 이력을 만들어냈다. 이력서를 쓰니 대여섯 장을 훌쩍 넘어간다. 100여 개의 브랜딩 프로젝트, 그 이상의 강연, 다양한 모임의 장이 되어 활발한 활동을 했다. 3권의 책을 출간했고 동시에 4권의 책을 쓰는 중이다. 세바시라는 강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6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7.


하지만 나는 나의 15년 직장 생활을 한 번 돌아보려 한다. 처음엔 회사 원망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어쩌면 나도 회사에 많은 민폐를 끼친 프로 불편러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회사마다 빌런은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내가 그 빌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굳이 아픈 기억을 돌이켜 기록해보려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아들 때문이다. 올해 대학 입시를 네 번째 준비하는 아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실 혹은 방안에서 보낸다. 나는 어쩌면 대를 이어내려오는 것일 수도 있는 우울의 유전자, 사회 부적응의 유전자가 아들을 주저앉힐까 싶어 두려울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아들에게 나 역시 너만큼 힘들었으며, 견뎌냈으며, 주저앉기도 했으며, 많은 부분 극복했음을 조심스럽게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8.


일본에선 '8050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80대의 노모가 50대의 자식과 함께 살면서 생기는 문제다. 이때 50대의 자녀는 이른바 히키코모리의 삶을 산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부모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부모가 늙어 죽으면 혼자 일상 생활을 하지 못하고 심한 경우 아사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한 아이들이 서울에만 5만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바로 그랬다. 학교나 군대, 회사 같은 조직생활을 남들보다 훨씬 더 어렵게 했다. 그러나 그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무조건 견뎌야만 했다.


9.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다양한 삶의 선택이 가능해졌다. 굳이 회사를 다니지 않더라도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유튜버이다. 유튜브 속에는 고졸이면서도 몇 십만 구독자를 가진 사람들이 즐비하다. 아예 한국을 떠나 동남아 시골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먹방은 차치하고서라도 자기 좋아하는 일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유튜브가 이 모든 문제의 답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고기는 물 속에서, 사자는 사바나 정글에서, 독수리는 하늘 위에서 가장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 가장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니 진학과 입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이 책을 통해서 말해보고 싶은 것이다.


10.


나는 브랜드 컨설팅과 출판 일을 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개성이 강한, 생활력과 사업력이 탁월한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리고 '나답게 산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전부인 시대는 끝이 났다. SNS와 AI, 커뮤니티만 잘 다룰 수 있어도 자신의 이름으로 얼마든지 행복한,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이 세계에선 다양성이 스펙이 된다. 비교나 경쟁이 아닌 개성과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가 됐다. 아울러 수입을 만들고 영향력을 넓히는 방법도 함께 달라졌다. 나는 내 경험과 더불어 이렇게 달라진 사람들의 삶을 소개해보려 한다. 그러니 회사에 적응하기 힘들어 오늘도 출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이 책에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당신이 사자라면 물 밖으로, 물고기라면 사바나 정글을 나와야 한다. 그것이 당신의 생존과 성공의 첫 번째 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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