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열시사과'라는 재밌는 이름의 사과 브랜드를 만났습니다. 요즘 사과 가격이 만만치 않잖아요. 내친 김에 사과 값이 요즘 이렇게 비싸냐고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생산하는 분들이 고령이라 사과 농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해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경쟁은 치열하고 제값 받기는 힘들고, 그래서 브랜딩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봅니다.
그런데 이 사과 브랜드를 보니 지인 한 분이 생각이 났어요. 이 분도 사과농장의 따님이신데 아버님이 직거래만 하신다나봐요. 그래서 사과철이 되면 이 따님은 일단 20키로짜리 사과 박스를 회사로 주문하신더군요. 그리고 사과 하나 하나마다 이른바 '전단'을 부착하는거죠. 그 전단엔 따님의 사진과 함께 '제 꿈은 사과 부농의 딸이 되는 거에요'라고 메시지를 함께 적어놓는다지요. 어떤가요? 귀엽지요?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반전이 있습니. 전단지를 통해 이 사과 판매를 위한 상세 페이지를 가면 부농의 딸이 되고 싶은데 제값을 받지 못하는 사연이 적혀 있다는 겁니다. 이쯤 되면 홈쇼핑에 근무하는 이 따님분의 사과는 없어서 못파는 지경이 된다고 해요. 어때 재밌지 않나요? 그리고 고민하게 됩니다. 사과를 브랜딩한다는 게 과연 어떤 것일까, 하고요.
저는 그 분께 말씀드렸어요. 사과를 사과로 팔지 말라고 말이에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사과를 사과로 팔면 사람들의 기존 인식을 넘어서는게 불가능해요. 더 높은 가격을 받기도 힘들지요. 사과가 달아봐야 설탕만 하겠어요. 사과가 커봐야 수박만 하겠냐고요. 그런데 일본의 센비키야 같은 브랜드가 멜론을 30만원에 파는 이유가 뭘까요. 멜론을 멜론으로 팔지 않기 때문이에요. 선물, 즉 소중한 사람을 위한 마음을 담은 메신저로 팔기 때문이죠.
다행히 내게 컨설팅을 요청한 이 분의 사과는 나름 고가로 판매되고 있나봐요. 5,60대의 구매력 있는 여성분들이 주 고객이래요. 그런데 이분들이 왜 사과를 사는 걸까요? 자신과 가족의 건강 때문도 있지만 선물도 많이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럴 때 사과를 사과로 팔아선 안된다는 겁니다.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물, 존경을 담은 마음을 팔아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굳이 브랜딩에 목을 메는 이유는 늘 말하지만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상향 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다른 차원의 차별화가 필요해진거죠. 그러니 앞서 얘기한 지인처럼 사과를 팔지 말고 '스토리'를 팔아야 해요. 센비키야처럼 선물로, 더 나아가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는 메신저로 팔아야 해요.
나는 그분께 이런 질문을 드렸어요. 대표님, 사과란 과연 무엇일까요. 사과를 차별화하기 힘든건 우리 머릿속에 사과는 그냥 사과일 뿐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사과는 성경 속 선악과가 되기도 하고, 동화 속 독사과가 되기도 하죠. 애플의 로고가 되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러니 평범한 사과를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상상력을 발휘해보자구요. 사과를 사과가 아닌 그 무엇으로 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는 그게 바로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