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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꿈


혹시 가까운 곳에서 안개를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린 시절 두어 번 100미터 앞이 안보이는 안개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 마음에 그 속으로 뛰어들면 숨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했죠. 하지만 막상 그 거리를 달려 안개 속에 들어가 돌아보면 내가 있던 자리가 안보이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왠지 허탈한 기분을 느끼곤 햇어요. 요즘은 일과 사람이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상 그 속에 뛰어들어 알려고 하면 또 저 만큼 멀어지는 그 경험 말입니다.


15년 넘게 브랜드를 공부하고 경험했는데 가끔은 내가 뭘 아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수십 년을 함께 한 친구나 지인을 보고 내가 저 사람을 제대로 알고 있나 싶은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누군가 이러면서 더 알아가는거라고 위로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려 다시 안개 속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말입니다. 오늘은 문득 그런 위로가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맥주나 한 잔 하고 깊은 잠을 청하고 싶네요.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사자의 꿈 같은 그런 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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