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생 첫 독서 모임 후기

내 인생 처음으로 독서 모임을 했습니다. 그냥 참여하는 것 말고 제가 직접 독서 모임을 만들긴 처음이에요. 5분이 신청하셨고 그 중 4분이 참여하셨습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4,50대 중년의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필라테스 강사, 베스트셀러 작가, 외국 기업 직원, 한때 학원 3개를 운영했던 분들이 함께 모여 '책'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어느 새 '인생' 이야기로 이어지더라구요. 그리고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나만 이렇게 바둥바둥 사는게 아니라는 것을요.


베스트셀러 작가분은 스스로를 대문자 T라고 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머리에 탈모까지 오셨다고 해요. 결국 '살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1년 간 미국을 다녀오셨다고 해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날 모인 우리는 모두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만 보면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거에요. 다들 열심히 살았고, 그 결과로 부이든 명예이든 어느 정도는 성과 있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요. 하지만 겉은 멀쩡해도 속으로 곪아가는 삶을 붙들고 있는게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쯤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한거야?" 라구요.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대부분은 중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재정, 전강, 관계 등의 다양한 주제들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솔루션은 비슷했어요. 그건 바로 매일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거였어요. 걔중엔 20년 간 일기를 쓰긴 분도 계셨어요. 극 I 임에도 이런 모임을 찾아다니는 분도 계셨고요. 각자의 고민과 어려움은 달랐지만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솔루션은 비슷했습니다. 매일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이어가는 거였어요. 공교롭게도 제가 쓴 첫 책 '스몰 스텝'이 떠올랐습니다.


이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어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인위적인 시도는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저 두 시간 동안 신나게 책 이야기만 떠들다가 또 그렇게 헤어질 겁니다. 단톡방이나 카페 같은 것도, 운영진도 만들지 않을 거에요. 그럼 그게 또 일이 되고 부담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분당에 살고 계시거나, 직장이 분당이 있으시거나, 퇴근 길이 분당이라면 한 번쯤 기억해주세요. 이런 위로와 힐링의 독서 모임이 있다는 것을요. 이 모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초심을 지키다보면 '어떤 일'이든 일어나지 않을까요? 저는 그 변화를 지켜보고 싶습니다. 모쪼록 그 변화가 중년의 삶을 지탱하는 한 줄기 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 달에 또 문자 하나 남겨 드릴께요. 모쪼록 그 문자가 기쁜 소식이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어제 함께 해주신 분들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친구는 인생이 '너무 빡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