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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함께 시작한지 10주년이 되었다.

by 혜윰

2015년 6월 첫 글을 발행하고 10년이 흘렀다. "혜윰" 브런치 작가로 활동한 지도 10년이 되었다.


처음 베타버전 작가를 모집했을 때가 기억난다. 우연히 알게 되어 작가로 신청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 글을 쓰고, 올렸을 때 과연, 내 글을 누군가 볼까? 하는 설렘 반 의구심 반으로 시작했다.


지금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글이 177개가 되었다. 누가 보면 10년 동안 177개의 글은 너무나도 턱 없이 적은 양의 글이겠지만, 나에겐 여행을 다녀오고 하나하나 소중하게 써 내려갔던 여행들과 꾹꾹 담겨 있던 감정과 생각들을 종이에 꾹꾹 눌러쓰듯 정성스럽게 발행한 글이다.


초창기에는 브런치에서 활동한다고 하면, 식사 얘기가 먼저 나왔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모르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나는 유독 다른 플랫폼보다는 브런치라는 공간에 보다 정감도 가고 익숙해서 그런지 편하게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것 같다.


처음 브런치에서 책을 내주는 브런치 북 출판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나도 다른 작가들처럼 책을 내고 싶다는 욕망에 열과 성을 다해 쓰고 응모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하지만 두 번의 낙방을 경험하고 나서 내가 느낀 점은 어쩌면 내 글은 출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거나 많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한동안 실망감과 상실감이 느껴져 브런치를 멀리했던 시절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간이 정을 무시할 수 없었나 보다. 뒤돌아서면 생각나고 머릿속이 복잡할 때도 생각나서 찾아보게 되는 곳이 되었다. 어쩌면 브런치는 이제 나에게 10년의 세월이 가져다준 또 하나의 삶이 된 것 같았다. 그렇게 또 조금씩 내 속도에 맞춰 글을 올리기 시작하다 보니, 출판은 아니더라도 내 글을 좋게 보고 제안을 해주는 경우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질적으로 제안으로 오면 경제적인 부분과도 연결되다 보니, 본업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 수입도 되니 힘든 것보다는 잊었었던 설렘을 가득 않고 하게 되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브런치 작가에게 문을 두드리고, 글을 발행하고 경제적 활동으로도 연결되어 보다 폭 넓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제는 어디 가서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한다고 하면 조금은 다른(좋은 느낌) 시선으로 바라봐주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한 플랫폼이 10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꾸준히 발전하고 성장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단순하게 혼자 성장하는 게 아닌 작가와 함께 성장한다는 것에서 더욱 그 플랫폼은 가치를 지니게 된다.


어느새 돌아보니 브런치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나의 흔적들이 내 역사가 되고 아카이브가 되어있다. 가끔 그간의 글들을 다시 한번 보다 보면, 이 당시의 나는 이런 생각과 마음으로 여행하고 글을 써 내려갔구나? 하는 감회가 들기도 한다. 절대 짧지 않은 10년이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의 시기를 겪고, 그를 통해 생각과 방향성도 10년 전의 나와는 달라졌다고 느낀다. 그래도 브런치를 하는 나는 처음 시작했던 그날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많은 곳에 노출되고 조회수가 높아져 인기 글이 되어서 좋았던 날도 분명 좋았지만,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보다 진솔하고 개인적 생각과 깊이를 더해 글을 쓰려한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던 날 "그냥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보고 공감하면 좋겠다."라는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이제는 나를 위해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브런치를 채워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10년 간의 브런치에 남긴 나의 보물들을 10년 뒤에 나에게 선물한다는 마음을 앞으로도 지금처럼 마음을 담아 기록해 나갈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아카이빙이 되어 어느 정도 충분하다고 느껴질 때, 나만의 책을 제작해서 나에게 선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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