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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im Oct 22. 2020

 인정받는다는 것

Day 46

인정받는 것은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 중요한 일화 중 하나이다.


특히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특정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생겼다고 판단해볼 수 있는 조금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더욱이 인정해주는 대상이 경험이 많거나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기분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첫 번째 직장에서 배우고 익힌 거래에 대한 판단이 빛을 발했던 때가 몇 차례 있다.

먼저 환율, 외환 거래에 관한 인사이트였는데 거래 금액이 연간으로 쌓이면 몇백억 단위로 커지기에 10원 20원의 환율 변화에도 수익성이 매우 크게 차이가 나게 된다. 


이때 하던 일 중 하나가 매일의 매매기준율을 챙겨서 보고하는 것이었는데, 단순 작업에서 몇 가지를 더해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금리라던지, 거래 국가의 외화 상황, 정치 사회적 이슈 등 다양한 뉴스 클립까지 수집해서 기록물을 채웠었다. 


이 덕분에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고 나자 대략적인 흐름이 아주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고 거래 때 이런 자료들이 빛을 발해 어떤 타이밍에 송금 및 거래를 개시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이런 판단들이 쌓여서 연간 약 12억 정도의 환차익이 발생했고 우리 부서가 아닌 외화 관리를 맡아서 하던 타 부서에서 이 부분을 아주 크게 칭찬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 덕에 해당 연도 본인의 부서에서 추가적인 실적이 잡히게 되었고 평가를 잘 받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큰 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어떻게 가치 있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점에서 나의 태도 변화, 관점의 변화 등이 있었다. 나의 연봉이나 평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그때의 그 습관 덕분에 현재의 재테크에 큰 영향을 미쳤고 조금은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기억에 남는 두 번째는 첫 사업을 시작하고 1~2년 차 정도 되었을 때다. 적은 예산으로 치열하게 일을 벌이고 있을 때라 전투력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돈이 없기에 거의 모든 작업들을 직접 몸소 다 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디자인 작업이었다. 


다행히 성격에도 잘 맞고 취미로 그림도 그리던 차에 컴퓨터를 이용한 툴을 만지는 것들을 학습했고 이를 바로 일에 적용시켜 활용하다 보니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 아이디어에서 기획, 디자인 결과물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도출해내고 한 달에 하나의 브랜드를 론칭할 정도였으니 루틴이라고 말하기 무색하게 반복적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비록 전공생은 아니지만 예술의 영역을 매우 좋아했고 과거 미술과 관련된 일을 인턴으로 했던 경험도 있기에 좋은 식견과 배경지식으로 있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툴이 손에 익고 표현의 단계로 넘어가다 보니 전공하지 않은 사람 특유의 제멋대로의 방식이 있어 작업물들이 흥미롭게 태어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인정해준 이태원 소재의 한 대형 레스토랑에서 협업 제안이 왔고 고용한 디자이너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쉬게 되자 일손이 필요하여 테스트로 프로모션 아트웍 작업을 진행했다. 결과는 클라이언트의 대만족이었고 비전공자이기에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다고 오히려 다름과 거기에서 오는 독특함을 인정해주었다. 외국인이었던 당시 클라이언트는 이태원 주변 레스토랑들에 고맙게도 나를 소개해 주었고 덕분에 많은 협업 작업들을 할 수 있었다. 그 레스토랑과는 1년 넘게 작업하여 디자이너이자 프리랜서로서의 가능성을 열어준 귀인 같은 존재였다.


시간이 한참 흘러 지금은 내가 직접 외식 브랜드를 론칭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 날들의 경험들이 자양분이 되어 현재 일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게 되었고

내가 탄생시킨 디자인 결과물들을 제휴사나 고객들에게 인정 받을 때마다 기분이 매우 좋다.




일이란 인정받기 위해 하는 행위는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다는 것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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