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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혁 Apr 02. 2023

‘인쇄물 제값 받기’부터, 인쇄인의 단합으로...

2023.04.02. 서울인쇄센터 일지 12. 김윤중 이사장 인터뷰 

지난 2월 선출된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27대 김윤중 이사장을 만나다


지난 2월엔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이하 ‘인쇄정보협동조합’) 이사장 선거가 있었다. 인쇄정보협동조합은 970여 개 인쇄사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서울 소재 인쇄사 6,000여 개 중 6분의 1에 이르는 규모로 인쇄정보협동조합은 그야말로 인쇄업계를 대표하는 조합이다.


2월 선거에서 27대 이사장에 선출된 이는 동호커뮤니케이션 김윤중 대표다. 디지털 전환과 엔데믹과 더불어 시작된 불황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쇄업계의 구심이 된 신임 이사장은 어떤 현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어떤 방안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들었다.


김윤중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신임 이사장. 27대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윤중 이사장으로부터 인쇄업계의 현안과 비전에 대해 들었다.

인쇄업 생태계의 상생을 위한 첫걸음은 ‘인쇄물 제값 받기’


먼저 인쇄업계의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 김윤중 이사장은 주저 없이 ‘정가제’를 꼽았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정가제죠. 과거 인쇄업계엔 ‘조달청 인쇄기준요금’이란 게 있었습니다. 2011년 그것이 폐지됐어요. 이후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과거 20년 전에 받던 가격에서 퇴보한 상태다 보니까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죠.


‘조달청 인쇄기준요금’은 2005년 마련되었으나, 2011년 ‘조달청 인쇄기준 요금’을 폐지했다. 이유는 인쇄물 구매 가격 정적성을 갖춘다는 명목으로, 이를 위해 거래실례가와 3개 이상 업체 견적 평균가 중 낮은 금액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조달청 인쇄기준요금’이 폐지된 이후에도 정부 기관에서 2005년의 기준을 근거로 예정가격을 결정하거나, 이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가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20년 전에는 예정가격의 90~95%에서 낙찰가가 형성되던 것이 최근에는 20년 전과 같은 예정 가격의 70~80%로 낙찰가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2005년의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시급 3,100원으로, 2023년 9,620원은 이보다 세 배가 넘게 뛴 셈이다. 종이 등 재료와 설비의 가격도 그에 못지않게 뛴 상황에서 단가만 18년 전보다 낮아져 인쇄인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여러 개별 공정 간 연계와 협업을 통해 제품을 제작하는 인쇄업의 특성상, 조달 단가의 하락은 인쇄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 조달 시장의 단가가 민간 시장의 단가에 영향을 미치고 또 이를 기준으로 단가 경쟁이 벌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를 위해 ‘인쇄정보협동조합’은 ‘인쇄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를 결성하고 2022년 연구를 거쳐 ‘인쇄물 적정가격’을 마련해 인쇄인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인쇄정보협동조합 홈페이지 spiic.or.kr 참조) 협의회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적정가격’은 정부 조달 가격만이 아니라 업계 내부의 하청 단가까지 아울러 상생의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를 지닌다.


아래서부터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청 단가부터 가격을 올려서 원청에서 단가를 어쩔 수 없이 올릴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를 가져가야 되죠. 과거 20년 전 단가를 지금까지 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우리 업계에 새 인력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비싼 기계를 세워두고 실질적으로 생산성이 50%밖에 되지 않는 이러한 현실입니다. 단가를 올리는 것은 결국 인쇄업계를, 청년들이 들어와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그런 직종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것이죠.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구체화되어야


인쇄 관련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김윤중 이사장은 좀 더 과감한 전환을 요구했다. 2017년 서울시는 충무로, 을지로 일대의 인쇄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구 인쇄 특정개발진흥지구(이하 ‘인쇄진흥지구’)’로 정했다. 그러나 이후 관련 조례나 후속 계획이 전무하다가 최근에는 이 지역에 대한 재개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진흥지구 계획으로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던 ‘인쇄 스마트앵커 시설’ 건립도 올 초 이렇다 할 분명한 이유 없이 중단된 상태다.


(진흥지구로) 지정이 됐으면 진흥 계획이 나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계획이 수립되지 않다 보니까 진흥지구 설정 자체가 유명무실한 상황이죠. 그 사이 이곳엔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들어서고 남은 구역도 개발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요. 우리 인쇄업은 6~7개 각기 다른 공정의 인쇄사가 협업해서 인쇄물을 완성하는데, 이 지역을 떠나서는 소량 다품종 인쇄물을 생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가 만든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유독 인쇄 분야에서만 크게 벌어져 있다. 인쇄업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인쇄문화산업진흥법’은 5년마다 ‘인쇄문화산업 진흥계획’을 수립하게 되어 있고, 22년부터 26년까지의 ‘진흥계획’도 수립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인쇄인의 체감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김윤중 이사장은 현장의 인쇄인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례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진흥법을 통해서 사실은 우리가 인쇄 산업을 발전시켜 가야 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뚜렷하게 그런 역할을 못해왔는데 다행인 것은 작년에 ‘인쇄진흥재단’이 설립돼서, 그 재단이 우리 인쇄인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길 바라고 있어요. 또 ‘인쇄문화산업진흥법’의 후속으로 서울시와 중구의 조례를 만들어서 우리 중구에 있는 인쇄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자 합니다.


문턱을 낮춘 조합을 구심으로 인쇄인의 단합 이뤄야


올해로 35년 경력의 인쇄인인 김윤중 이사장에게 인쇄업계의 현안은 끝이 없었다. 공약으로 내건 것만 해도 20여 가지였지만 막상 이사장이 되고 보니 과제가 너무 많았다. 신규 인력 양성이나 환경 개선 사업도 앞에 열거한 사업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들이다. 그러나 그 하나하나 해결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례로 김윤중 이사장이 첫 과제로 꼽은 ‘인쇄물 제값 받기’도 ‘인쇄물 적정가격’이 시장 내 안착하기 위해선. 정부와 공공기관을 설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6천여 인쇄사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른바 문제해결을 위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적게는 970여 개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리더로서, 더 나아가 인쇄업계를 대표하는 리더로서 그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끌어가기 위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을까? 김윤중 이사장은 무엇보다 인쇄인들의 ‘단합’을 강조했다.


저희 제가 취임하면서 말씀드린 것이 조합원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조합의 문턱을 최대한 낮춰서 인쇄인들이 우리 조합에 가입하게 하고, 모든 인쇄인이 화합해서 우리 권리를 주장하고 우리의 이익을 찾을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 조합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와 인쇄인들이 혼연일체가 돼서 우리 업계의 현안들을 함께 해결하는데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여러분도 우리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우리 인쇄 발전을 위해서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인쇄업계를 뒤흔들 큰 파고가 예측되는 이때에 김윤중 이사장이 강조한 ‘단합’의 가치는 새삼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울림에 호응한 인쇄인들이 김윤중 이사장과 인쇄정보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결집해 이 파고를 변혁의 에너지로 바꿔내길 기대하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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