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알 May 01. 2020

자기 계발서

여러 작법서들을 읽으며

가끔 막연하게 글이 안 나올 때면 작법서들을 많이 사 본다. 작법서 종류들이야 많다.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어떤 소재에 어떤 플롯을 쓰는 게 좋은지, 문장은 어떻게 구성하는지,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할지 등등 많다. 이런 작법서들을 읽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단 하나다. 내가 방법이 잘못돼서 글을 못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써 내려간 글들을 보면 술술 읽히고 쉬워서 저 사람들은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렇다 보니 내가 글을 쓰는 방법은 뭔가 막연하고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듯하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렇다. 인스타에서 사람들이 그린 그림들을 보곤 하는데, 나만 개고생 해서 그리는 것 같고 남들은 술술 그려서 한 번에 뚝딱 멋있는 그림을 그려서 올리는 것 같다. 왠지 나만 헛짓거리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이야기를 만드는데 구조를 어떻게 만드는지, 플롯을 어떤 걸 사용해야 할지, 캐릭터는 어떤 게 좋은지 등의 실질적 작법서도 좋았지만 궁극적으로 머릿속에 기억 남는 건 ‘작가들이 생활패턴’이다. 작가란 무엇인가 라는 책은 세계 여러 유명한 작가들의 인터뷰들이 수록되어있다. 인터뷰 내용들이야 다양한데, 작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묻는다. 하지만 내가 대부분 읽지 않은 작품들이라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렇게 흥미롭지 않았다. 단 하나, 그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가 궁금했다.


모든 사람들이 생활들이 같지는 않다. 그냥 영감을 받게 되면 글을 수 없이 써 내려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써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다 보면은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일이 삘 받을 때 일하는 사람 몇 명, 규칙적으로 일하는 사람 몇 명이라고 가름하진 않았지만 내 기억 속에는 후자가 많았다.


하지만 그 정해진 시간이라는 건 제각각이었고 하루에 얼만큼 일해야 하는지도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정해진 만큼만’ 일을 했다는 게 중요하다. ‘하루에 몇 시간’, ‘하루에 몇천 단어’ 등으로 정해놓고 일이 끝나면 나머지는 자유시간을 갖는다. 작가란 무엇인가란 책 말고도, 작가수업, 글쓰기의 유혹, 태도에 관하여 등등 보다 보면 어느 정도 패턴이 나온다.


결국 균일하고 꾸준하게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되는 건데, 여기서 궁금해지는 지점이 생긴다. 글감이 안 떠오르는데 어떻게 매일같이 글을 쓸 수 있을까. 정해진 시간에 책상에 앉아있기로 마음먹은 작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타자기 앞에 서있는 채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매일 몇천 단어’라고 마음먹은 작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은 글이 써지건 안 써지건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정해진 시간 동안 책상머리 앞에 있으라는 이야기가 된다.


많은 작법서, 작가 인터뷰들은 나에겐 자기 계발서처럼 느껴진다. 정말로 그런 목마름으로 읽은 게 사실이니까. 여러 책들을 읽으며 나 나름의 답을 만들었는데도 나는 최근에 웹소설 작법서 책을 샀다. 왜 이렇게 사는 걸까.


나 나름대로 정한 답이 맞는 건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하는지 계속해서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 나중에 또 작법서 나오면 사볼 것 같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 하루를 균일하게 생활한다는 건 정말 커다란 절제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일단 그저께 산 웹소설 작법서 책 좀 읽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