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를 무지 좋아한다. 특히나 소형 기기들. 이어폰이나 핸드폰 태블릿 등의 제품들을 항상 눈여겨본다. 리뷰 사이트들도 항상 여러 군데 둘러보고 매일매일 무엇이 올라왔나 확인하는 게 하루 일과 중에 하나다. 이것저것 둘러보다 눈에 콕 들어온 물건이 생기면 더욱 눈 여겨본다. 이제 그 단계가 넘어서면 금액 고민의 시간이 온다. 과연 이 물건은 나에게 돈값을 할 것인지 아닌지. 결국 가성비라는 걸 생각한다.
가격 대비 성능비. 내가 가진 금전적 한계에서 최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도록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저울질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구매한 물건들은 만족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족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중고로 팔아넘기도 하는데, 중고거래를 하는 것도 굉장한 스트레스다. 불특정 다수에게 네고를 요구받거나 바로 거래가 되지 않아 수일 동안 기다려야 하는 것 등등 중고거래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요새 보는 리뷰어 유튜브 채널에서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가 생각난다. 리뷰하는 제품은 블루투스 이어폰이었다. 충전 케이스를 열었을 때 좌 우 이어폰이 반대로 배치되어있어 항상 이용할 때 혼동되게 만들어졌다. 리뷰어는 이런 작은 것에서 번거로움을 느끼면 만족감들이 조금씩 떨어지게 된다는 말. 그 말이 많이 와 닿았다. 작은 만족감.
물건을 살 때, 그리고 쓸 때마다 물건의 탁월함에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물건을 쓸 때마다 만족감을 얻게 된다. 매일매일 쓴다면 매일 작은 만족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물건을 살 때 불편한 점을 하나 갖게 되면 만족감이 조금씩 떨어진다. 매일 쓴다면 만족감 또한 매일 떨어진다. 이게 일상에 당장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에게 주는 영향은 엄청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쓰다 보면 이게 편한 건지 아닌지 못 느끼는 무덤덤한 영역에 다다르기도 하지만. 결국은 돈 주고 물건을 썼는데 계속해서 스트레스나 신경을 쓰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특히나 자주 쓰는 물건이라면 더욱더.
최근에 무리해서 샀던 제품이라면은 의자였던 것 같다. 전에는 그냥 사무용 의자를 구입해서 사용했다. 그런데 여름만 되면 엉덩이에 땀이 차고, 작업을 하다 보면은 앉아있는 자세가 쉽게 무너지곤 했다. 주변 작가 형님들이 쓰기도 하고, 인터넷에서도 입소문이 나던 제품이 하나 있었다. 내가 가진 불편한 점을 저 의자 하나가 모두 해결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가격이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이었기에 항상 하늘 바라보듯이 멍하니 의자 이미지만 찾아보다가 마음을 접곤 했다. 그러다가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은 마음에 중고제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땅치 않아서 중고거래는 포기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눈을 질끈 감고 구매해버렸다. 통장에 큰 구멍이 하나 난 것 같았다. 며칠 후 제품이 오고 의자를 사용해보고 나니 마음이 좋았다.
의자는 기대했던 것처럼 좋은 기분을 줬다. 기능 또한 잘해주고 있다. 그렇게 구멍 난 통장은 자연스럽게 잊혀갔다. 단순이 물건이 좋아서 구매한 것보다 정말로 나한테 좋은 기운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최근에 가장 잘 샀다 싶은 물건이었다.
그 이후로 가성비라는 단어의 의미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자신의 여윳돈에서 생각할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을지’를 넘어, ‘조금 무리해서라도 최대 만 족치를 얻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것’까지도 고민하게 된다. 물건 구매의 폭이 조금은 넓어진 기분이다. 아직도 저렴하고 쓸 일 별로 없는 다이소의 유혹을 떨쳐내기는 어렵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