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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M Leader

창업, 내 꺼, 집요함

by 레몬


동생이 군대를 갔다.



꾸나? 곰신 블로그를 치면 나오는 수준으로,

거의 내 아들군대 보내듯이,

(나중에 나는 워킹맘을 정말 잘할 거 같다. 내 출퇴근 하면서, 아이 준비물+숙제 챙기고, 아침식사까지 다 챙기고,

아주 체계적인 육아프로젝트 매니저로서.

+ 남편내조 프로젝트 매니저까지)


카페에서 모든 것을 다 뒤져 정보를 (회사 사람들도 '극성 누나'라고 ㅋㅋ)



주말에 내 개인활동하면서도 동생 전화, 카톡을 다 살피고,

미리 주말에 전달할 내용, 체크할 내용, 택배 보내줄 거

아주 철저한 체계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부모님도 아주 철저한 조교스타일이긴 하다.) (하지만 내가 더 한 거 같다)

(나는 프로젝트 매니저이다)



"~~ 있어?"가 아니라,

"~~는 어느 상황에 써야하고, 이래서 필요해. 그래서 이럴 때 이렇게 해야해. 이거 있어?" 라고 물어보라고 부모님을 다그쳤다.. ㅋㅋ



"'보호대 있대'가 아니라, 보호대도 어떤 보호대를 들고 갔는지 확인하고, 주문내역 보니, 일체형이거든?

그냥 일체형 보호대로, 발에서부터 올려 쓰는 게 아니라, 찍찍이로 벨크로 타입으로 찾아.

그래서 훈련장까지 1시간 30분 걷는데, 그때 가방에서 꺼내서 써. 왜냐하면, 1시간 30분 걷고 나서, 군화를 벗고 다시 일체형 보호대 하려면 힘들거든. 그래서 안한대"



찍찍이 보호대는 잘 검색이 되지 않았다.


주말 내내 오후에 리서치와 발표가 있었는데, 눈 빠지게, 잠들기 직전까지, 눈뜨자마자 3시간 동안 찾고 검색하고, 리스트업하고 알아보았다.




"원래 불안과 두려움은 무지, 알지 못함에서 와. 그러니까 우리가 모든 걸 다 미리 공부하고 조사해서, 알려줘야해. 3주차 2주차엔 어떤 훈련이 있고, 그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꿀팁과, 그때 챙겨가야할 준비물까지"


이게 다 내가 주말 내내 잔소리한 것들이다.. ㅎ




준비물을 구매하고, 조사하고,

우체국에 배송하는 거 까지 그냥 내가 하겠다고 했다.


우체국에 배송도 그냥 박스에 담는 게 아니라,


'우체국 택배 보내는 법' 이 아니라,

'훈련소 택배 보내는 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이것은 대신 찾아달라고 또 잔소리 했다.


마치 팀원들에게 내가 잔소리할 때가 생각났다.


'택배 박스 안쪽에 물품 리스트업을 해야지, 물품검사하는 사람도 편하고, 분실된 것 찾기도 편하다'

'안경 흘러내림방지도 3종류로 줬는데 구매한 나는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데, 처음 보는 사람은 착용하는법을 모를 수도 있으니, 겉에 네임펜과 그림까지 그려서, 포스트잇으로도 붙이고 하였다.'


'행군 때 물집방지밴드를 보내면서, 행군 후 휴족시간을붙이라, 행군 때 양말을 한번 갈아실으면 물집 덜 잡힌다고 하더라' 등등 아주 사랑의 잔소리와 멘트를 적었다.

(이미 주말에 카톡, 전화로 전달한 내용이긴 했다. 하지만 실제 또 눈으로 보는거랑 다르니까)




회사에서도, 다들

"우리 누나는 내가 군대갔을 때 뭐한거야?" 하면서

부러워했다.


엄마 직장 동료들도 그댁누나가 진짜 대단한거라고.

다 알아보고, 알려주고.



뭐든 하나에 몰입하면, 아주 거기에 끝장을 내버린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내가 이길걸? 보통 집요한게 아니거든 ㅎ


그래서 이제는 함부로, 섣불리

내 에너지를 쏟는 것을 하지 않고,

아무데나 쏟지 않고 두렵다.



그리고 나서,

도수치료 를 다녀왔다.



이전에 프로젝트가 진행이 더뎌서 스트레스 받아서 왔어서,

프로젝트는 잘 하고 있냐고 물으셔서,



주식, 창업모색 등 개인 삶으로 아주 바쁘다고 했다.

그랬더니, 창업이 더 잘어울린다고 하셨다.


그래서 왜 그러냐 했더니, 꼼꼼한 사람들이 창업 하는거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주 집요하고 꼼꼼해서, 동생 군대 준비물도 마치 프로젝트처럼 하고 왔다고.



그랬더니,

병원 팀장님도 아주 꼼꼼하시다고.


근데 이런 사람들이 창업해야 한다고.


세금 밀리면 안 되니, 세금계산서랑

매출 나온다고 다 가 아니라.


관리직, 관리 잘할 거 같다고.




도수치료를 받다가,


"ㅋㅋㅋ 열심히 사셨네요. 몸이 엄청 긴장되어있다.

이 주위 전문직들이 많아서 다들 예민하고 꼼꼼하신데,

운동 매일 하는 사람든 손님 한명뿐. 다들 주2회 해요 하는데."


"얼마나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고 했으면', 손을 얼마나 꽉 쥐고 있었으면

손바닥이 이렇게 긴장되어 있어요ㅋㅋㅋ.'


꼼꼼하고 집요해서 그렇다 하니,

관리직, 창업 잘할 거 같다고 ㅋㅋ



다만, 나를 못 견디고 다들 도망칠까봐 걱정이라 했더니,

본인은 누가 이렇게 해줬음 좋겠고, 하라는 것만 하고,

아 그렇구나 한다고.


꼼꼼한 상사를 받아들이는 직원들도 있고,

못 받아들이면 그게 필터링 하는과정이라고 했다.


하긴, 본인이 못 버티는 거지.

내가 잘하는 거고.




그렇다.

나는 내가 너무 마이크로매니징 하는거 아닌가 싶은데,

나는 초기 세팅할 때만 그렇다.


준비물도, 프로젝트가 되기 위한 table setting만 하고,

그렇게 하고 나서,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자율에 맡겨둔다.




초기 준비만 잘 되어있다면,


김밥 재료들만, 단무지/ 시금치/ 햄/ 계란 지단/ 김/ 밥 / 참기름 / 말이 / 참기름 솔

잘 준비되어있다면,

김밥을 싸는 것은, 싸는 사람 마음대로 하라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한다.




근데 사실, 나도,

남이 창업한 회사에, 초기 멤버들 많은 회사에서,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스톡옵션 지분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내 창업, 그리고, 남이 창업한 것에 대한 주식을 사는 것을 해야겠다 싶은 찰나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내 블로그, 내 브런치, 내 글, 내가 나온 유튜브 영상, 내가 나온 사진/인터뷰/영상물,

내 웹사이트, 내가 기여한 프로젝트/제품,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나는 기획자다.


나는 미래 사업가이다.

나는 미래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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