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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01. 2024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우아아아아아 너무 힘들다. 마지막엔 다리가 그저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우리나라 10대 명산 중의 하나라며 아들은 주왕산 등반 계획을 꼼꼼히 짜두었다. 새벽부터 우릴 깨워 김밥과 온갖 과일과 커피등을 싸들고 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두 시간 이상을 운전해 가야 했다. 가까운 데도 멋진 산이 꽤 있는데. 그래도 우리나라 십 대 명산 중의 하나예요. 이런덴 꼭 가봐야지요. 빠르게 달려 우린 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우아 가파르기가 끝도 한도 없다. 게다가 사람도 없다. 아무리 평일이라도 이렇게 없을까? 싱그러운 솔내음이 온몸을 감싸는 가운데 우린 착착 등반을 했다. 주왕산 정상 주봉까지 가파르게 갔다 완만한 길로 내려오는 초보자용 등반코스란다. 헉헉 헉헉. 어쩜 이렇게 가파르냐. 계단 또 계단. 세상엔 좋은 사람이 참 많다. 정상에서 만난 매력적인 젊은 여인과 두 남자는 서울에서 밤 12시에 출발해 새벽 4시부터 내연산을 이미 등반완료하고 이차로 주왕산에 온 거라는데 펄펄 난다. 팔을 드세요 몸을 앞으로 빼세요 우리 셋의 사진을 정성껏 찍어주었다. 내려오면서 용추폭포에선 어느 멋쟁이 아가씨가 쭈욱 앞으로 가고 뒤에서 남자가 계속 찍고 있었다. 무언가 전문 사진가 포스가 느껴졌다. 그래서 다 찍기를 기다려 우리 셋의 사진을 부탁했다. 그 남자가 막 찍어주려는데 모델하던 멋쟁이 아가씨가 아니 아니 거기보단 여기가 뷰가 좋아요. 하면서 카메라를 뺏아 들고 적극적으로 어디 서라 지시한다. 남자분이 이 분이 사진 전문가라서 하면서 웃으며 뒤로 물러선다. 오마낫. 저는 이 분은 모델이고 여기가 사진전문가인 줄 알았어요. 해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하하. 그렇게 멋진 곳에서 멋진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내려와 시장이라는 반찬과 함께 먹은 산채비빔밥과 산나물 전과 사과 막걸리는 오호호홋 너무너무 맛있었다. 아들의 재촉으로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정말 멋진 산행을 했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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