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을 가봐야 중간이 어딘 줄 알지
절제하는 것이 괴로울 때가 있고 그렇다고 욕심을 다 채운다 한들 마냥 행복하지가 않다는 게 모순적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싶은 게 시간과 돈은 한정적이니깐 그 안에서 욕심껏 살려면 조절이 필요하다. 물론, 알고 있었고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괴롭지 않게 절제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나의 경우는 조절이 쉽지 않으면 조절하지 않고 한번 끝까지 가보는 편이다. 모 아니면 도인 성격과 마음이 끌리지 않는 일은 죽어도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먹고 싶으면 먹고 옷을 사고 싶으면 산다. 그러다 보면 정신이 차려진다. 그전까지만 해도 먹고 싶어 죽을 것 같고, 옷을 사고 싶어 눈이 뒤집혔는데 반대로 누가 돈을 준대도 배가 찢어질 것 같아 그만 먹고 싶고, 돈이 없는 게 더 괴롭다. 후폭풍을 한번 겪으면 문신처럼 내 머릿속에 남아 다음번에 몸을 좀 사리게 된다. 반대로 좋은 일이 생기면 흠뻑 만족한다.
바닥이 어딘 지 확실히 알아야 지면을 딛고 뛰어오를 수 있고, 하늘이 높은 줄 알면 겸허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 장점을 만끽한 뒤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하는데 인간의 욕심은 끝을 모른다. 그러니 눈을 감고 손으로 더듬더듬 대며 대충 찾지 말고 손전등을 켜고 눈을 더욱 크게 떠야 한다. 미지의 영역을 찾는 모험가처럼 말이다.
극과 극을 모두 겪어야 나에게 맞는 ‘중간’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바보 같은 실수도 왕창 해야 한다. 한동안 매운 냉면에 빠져 3일 내내 먹다 화장실에서 살았다. 처음에 맛있었는데 탈이 난 후에는 보기도 싫었다. 그리고 또 한동안은 외모를 가꾸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래서 살을 빼고 옷을 샀다. 실패한 옷이 많았지만 그러면서 나한테 어울리는 핏과 색을 찾았다.
그 후에는 옷을 사면 여기저기 돌려 입고 손이 가지 않아 버리는 실수가 줄었다. 나를 꾸며서 나쁠 건 없지만 단점은 외면을 꾸미는데 집착하느라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이상한 사고를 했다. 혼자 생각하고 깜짝 놀랐다. 외면을 채우느라 내면이 텅 비었구나.
이제는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맛있게 먹고 체중이 늘면 운동해서 일정한 체중을 유지한다. 살이 쪄서 맞는 옷이 없으면 옷을 사고 싶어 지니 조절을 하는 것이다. 또 옷을 하나 사면 줄기차게 입고 안 입는 옷 하나를 버린다. 욕심부리고 내려놓기를 반복하다 보니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균형이 맞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음식을 내 몸으로 섭취하는 일이나 물건을 살 때는 좀 더 신중해진다. 그렇게 비우고 채우다 보면 정말로 필요하고 맘에 드는 것들만 남는다.
삶도 하나의 공간이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와 내 주변을 채우고 싶다. 어쩌면 각각 다른 분야의 이야기 같지만 삶이라는 큰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일정한 체중을 유지해야 살이 쪄서 옷을 사고 싶은 욕구를 줄일 수 있는 것처럼. 방이 깨끗하면 마음이 차분해져 정신적인 허기가 덜 생긴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작은 일상을 소중히 여기면서 시야를 넓게 보는 것만으로도 모험이라 할 수 있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고 해보지 않은 걸 해보는 게 모험이라면 우리는 모두 모험가다.
절제를 하고 욕심의 끝을 알고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면 끝을 봐야 한다. 질릴 때까지 해봐야 뭐라도 발견한다. 괜히 애매하게 굴면 이도저도 아니고 남는 게 없다. 당연히 후폭풍까지 스스로 감당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후회든 짜릿함이든 남는 게 있으니.
앞으로도 나의 중간을 찾는 바보 같은 모험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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